말과 국가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다나카 가쓰히코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 세계에 사용되는 언어의 갯수를 세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할 정도로 무수한 언어가 사용되고 또 동시에 하루하루 소멸된다. 기사를 통해 단 한명의 사용자만 남아 문헌이 없기 때문에 사용자가 사망한 이후에는 연구조차 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어쩔 수 없다. 말은 곧 권력이며 정치이자 민족적 특징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말과 국가>의 저자 다나카 가쓰히코는 말, 언어, 이디엄(저자는 이를 고유어라고 표현함) 등으로 흔히 '언어' 또는 '말'이라고 일축시켰던 부분을 하나하나 구분해 설명해준다. 나라별로 표준어 혹은 모국어라고 일컬어지는 언어와 함께 표준어라고 하기는 어려운 방언, 이때 방언은 특정 지역에 한해서라는 제한적인 의미를 가지는 경우가 보통이다. 하지만 지역적 특색이 있다면 방언이라고 해도 표준어에 의해 어느정도 알아들을 수 있어야하며, 알아들을 수 있기 때문에 방언이라는 표현에 수긍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지역 방언치고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 책을 읽고자 했던 이유는 아이가 태어났을 때 엄마와 국가를 선택할 수 없는 것처럼 '모국어'역시 선택할 수 없다는 부분이었다. 재미난 사실은 모국어가 어떤 언어냐에 따라서 국가와 인종 등의 키워드와 맞물려 그다지 우월적이지 못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이다. 재미나다고 했지만 사실상 불운하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마치 요즘 세대들이 흔히 말하는 '금수저','흙수저'가 모국어와도 연결되어 있다는 말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진짜 재미난 것은 아마 책의 초반에 설명한 그리스인들과 러시아인들에 관한 내용이다. 그리스인들은 자신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를 구사하는 이들을 '외국어'를 사용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말을 더듬지 못하거나 말을 할 줄 모르는 이들로 치부했다는 점이고 이런 경우가 먼 과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인에게 있어 독일어를 사용하는 이들도 유사한 대접을 받았다는 것이다. 독일어는 앞서 언급한 지역적인 부분이 아니라 하나의 언어로서만 자리잡은 케이스라고 보면 된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소리를 내고 또 그 아이가 어떤 언어를 하는지의 여부를 떠나 '말을 할 줄 아는가'에 초점이 맞혀지게 된다. 그것은 상당히 중요한 문제라고 볼 수 있는데 만약 부모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를 아이가 구사한다면 어떨까. 앞서 언급한 그리스인들이나 러시아사람들처럼 우리아이가 말을 할 줄 모르고 '어버버'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모유와 마찬가지로 모국어역시 아이에게는 선택의 권한도 없는 동시에 상당히 지배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엄마가 수유를 할 때 보통은 무언가 계속 이야기를 들려주게 된다. 실제 유아교육서에는 수유는 물론 아이에게 다양하고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의 효용성을 자세하게 그리고 거의 빠짐없이 전달해주고 있다. 모국어가 선택할 수 없다는 부분이 있지만 생각해보면 엄마가 자신의 모국어나 아이의 모국어가 될 언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궁금해질 것이다. 아마 아이에게는 해당 언어가 모국어가 될 것이다.


이런 유대인들의 경우, 일찍이 조상들이 라인강이나 모젤 강변에 정주했을 때 익혔던 중세 독일어를 계속 사용해갈 수밖에 없었다. -중략- 그것이야말로 그들에게 있어서의 '모어'였던 것이다. 그들은 게토 안에서 태어나, 태어난 순간부터 어머니가 이 말을 사용했고, 당연히 아이는 어머니의 그 말을 익혔던 것이다. 어머니의 말을 배우지 않고 도대체 다른 어떤 말을 배울 수 있단 말인가. 207쪽


200여페이지의 그다지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말이 가지는 지리적 혹은 민족적 특성과 그 여파는 물론 모어에 관련된 내용까지 흥미로우면서도 가급적 어렵지 않은 단어들로 기술하고 있는 이 책은 말과 그 말이 가지는 힘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이라면 읽어보면 어느정도 답을 찾거나 답으로 가는 길을 마주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이런 이유를 떠나더나도 무작정 읽더라도 상당히 재미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