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웨이 만들기
제임스 배런 지음, 이석호 옮김 / 프란츠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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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을 죽 거닐며 피아노 한 대가 공정을 거쳐 형성되는 과정을 훑어보는 사람이라면 아주 기본적인 사실을 놓칠지도 모른다. 모든 스타인웨이 피아노는 같은 노동자들이, 같은 재료를 가지고 같은 방식으로 제작한다. 그럼에도 모든 스타인웨이 피아노는 저마다의 개성을 지닌 존재로 화한다. 18쪽

제임스 배런의 <스타인웨이 만들기>는 제목그대로 스타인웨이의 공정과정을 그대로 소개해주는 책이다. 아니 뭐 얼마나 대단한 녀석이길래 싶겠지만 라흐마니노프와 호로비츠가 극찬했다고 하면 더이상의 말은 필요없을 것이다. 스타인웨이피아노 중 K0862 콘서트 그랜드의 이야기로 시작은 공장의 분위기와 위치 그리고 주변환경에 대해 들려준다. 예전에 바이얼린의 제조과정을 담은 책을 읽을 때도 그랬지만 목재가 주재료가 되는 악기는 특히 나무이야기부터 흥미로운데  K0862의 구라도의 림이 될 나무는 단풍나무다. 엄청난 양의 단풍나무가 공장으로 오지만 안타깝게도 피아노로 재탄생하지 못하는 나무들도 있다고 한다. 스타인웨이의 기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말에 괜스레 마음이 울적했다. 어쨌거나 여기서 기준을 통과하게 되면 무려 1년에 가까운 제작시일과 과정을 거치게 된다. 처음 K0862란 이름을 들었을 때 마치 악보에 붙는 쾨헬번호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것과는 무관하고 이 녀석의 이름은 이후에 862로 줄었다가 공장을 떠날 때는 No.565700, 그리고 나중에는 콘서트 모델이란 의미로 CD-60으로 변한다. 862에게 드디어 임무가 주어진 셈이다. 사실 아무리 대단하다고는 해도 이렇게 단행본으로 또 잡지에 그 과정이 기사화된다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다. 단순하게 해당 모델의 제조과정이 궁금하다기 보다는 경쟁사가 하나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는 지금 버티는 것도 아니고 항시 주목받는 스타인웨이 기업 자체에 대한 존경과 응원의 마음이 더해졌다고 생각한다. 같은 제조사의 모델이라도 누가 어떻게 몇 해에 걸쳐 몇 회의 두드림이 있었느냐에 따라 때로는 끔찍하다는 평을 듣기도 하고 때로는 제아무리 유명한 피아니스트라도 수년을 기다려야 자신의 집으로 모셔올 수 있는 피아노를 만드는 회사가 사라지지 않도록 붙잡고 싶었던 그마음을 독자인나도 들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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