뽐낼 것 없는 삶 숨길 것 없는 삶 - 환경운동가 김석봉의 지리산 산촌일기 공동체 살리는 시리즈 7
김석봉 지음 / 씽크스마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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뽐낼 것 없는 삶, 숨길 것 없는 삶

책의 제목만 봐도 한참을 페이지를 넘기지 못한 채 머뭇거리게 될 때가 있다. 김석봉 환경운동가의 지리산 산촌일기를 담은 이 책이 그러했다. 최근 제로웨이스트 운동부터 자연친화적인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깊게 생각해봐서 그럴수도 있겠지만 ‘산다는 것이 참 어렵다’란 저자의 말 때문일 것이다. 근래 이 말을 가장 많이 했던 것 같다. 산다는 것이 참 어렵다. 치유하기 위해 글을 쓴다는 이들의 이야기가 잦게 들리는 요즘 저자 역시 힘들다고 느껴질 때마다 쓰기 시작한 이 책은 희망을 찾기 위해라는 목표를 가지고 쓰여졌다. 그덕에 나도 희망이라는 단어를 자주 떠올렸다. 아주 오래전 일이 되었긴 하지만 내손으로 밭이랑을 내고 깨를 털었던 적이 있다. 저자처럼 내손으로 키운 작물이라 더없이 기분이 좋기는 커녕 너무 힘들어 무조건 사먹자고 불평만 가득했었다. 지금은 만약 내 손으로 키울 여력과 여건만 된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키울 것 같다. 그때도 들지 않던 농민의 땀과 정성에 감사한 마음도 함께 든다.

몸도 변변치 않은 아내는 하루에도 몇 번씩 담가둔 찹쌀 녹말빠지는 것을 확인하러 창고방을 들락거린다. 다음 장날 읍내 병원 앞 의료기기 상점에서 새 부항기를 하나장만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 저녁부터는 쑥뜸 연기가 매캐하게 방을 가득 채워도 결코 창을 열지 않을 것이라 다짐을 한다. 173쪽


저자가 아내의 고생을 덜어준다고 홀로 양파를 심으며 뿌듯해하는 것보다 ‘아내가~’로 시작되는 글 하나하나에 사랑이 느껴지는 것이 읽는 내내 부러웠다. 물론 드라마 속 얽힌 사연을 다 아는 시청자입장이기에 부러움이 드는거지 막상 이야기를 읽다보면 아내는 이따금 남편이 밉기도 하다. 도심에서 사는 것과 촌에서 사는 것은 마냥 좋을 수 만은 없기에 그런 소소한 감정과 고단한 삶이 마냥 좋을 순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와 함께 맛난 음식을 나눠먹으며 ‘이것이 행복이구나’를 느낄 줄 저자내외이 삶이야 말로 책 제목처럼 뽐 낼 것 없을지 몰라도 숨길 것이 없어 평온한 삶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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