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고양이를 읽는 시간

고양이를 읽는 시간
보경 지음, 권윤주 그림 / 불광출판사 / 2020년 5월

고양이를 읽는 시간


<고양이를 읽는 시간>은 보경스님이 쓰신 책으로 같은 음식을 먹지 못하는 이유로 엄연하게 따지면 식구라고 보긴 어렵지만 서로 마음을 나누고 의지하며 지낸다는 면에서 보자면 분명 식구인 냥이와 함께 보낸 두 번의 여름이야기다. 책을 읽기전 친절하게 냥이는 물론 냥이외에 책에 등장하는 이쁜이1,2, 이름을 붙여주지 않은 어미 고양이의 새끼냥이3마리, 온천냥이 등 등장묘에 대해 간략한 소개와 현재 동거여부를 기재해두셨다. 냥이와 함께 무더운 여름을 보낸 애묘인의 기록이자 한편으로는 여름을포함한 인생살이를 수월하게 그리고 타인과 함께 지내기 위한 말씀들이 경전을 포함, 문학과 철학 그리고 보편적 종교적인 이야기를 버무려 이야기한다. 책 제목에 고양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아니라 읽는 시간이라고 표현한 것 부터 자세히 봐야하는 데 읽는다는 것은 겉에 드러난 것외에 드러나지 않은 것, 상대가 아직 여러 이유로 내보이지 않은 속마음까지 차분히 기다리며 관찰하고 넓은 마음으로 지켜본다는 의미가 된다. 스님께서 냥이를 읽어가고 있다는 표현이 그런 이유로 마음에 와닿았다. 살면서 알아가고 싶은 사람도 있고 더이상 모르고 지냈으면 싶은 인연도 분명 존재한다. 좋아하지 않고 미운 마음이야 어쩔 수 없지만 마치 나의 감정만 옳은 것처럼 테두리 밖으로 내모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다. 이기적이며 자기주도적인 부분도 분명 필요하지만 그것이 과하면 결국 그 화가 내게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기억해야한다. 냥이는 스님과의 유대가 있어 다행이지만 사람이 두려운 어미 고양이는 스님이 주시는 사료는 먹어도 곁을 주지 않는다. 자신이 머무는 곳이 살생이 금지된 절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어떨지 몰라도 보통의 고양이가 인간을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을 두고 뭐라할 순 없기에 스님도 그저 언젠가를 기약하며 물과 사료를 빠짐없이 챙겨준다. 잠시 머물다간 이쁜이냥이들의 이야기도 등장하는데 이들보다 스님의 꿈에서 나왔다는 온천냥이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했다. 다른 스님께서 경험한 고양이와의 신비스러운 일화는 고양이는 물론 생명이 있는 존재들을 함부로 해서는 안되고 그 또한 귀한 인연으로 받아들여야함을 깨닫게 해준다. 읽으면서지나치게 허기를 느끼게 한 에피소드는 당연 국수이야기였다. 국수의 찬 성질을 보완하기 위해 달달하게 먹거나 온면으로 먹으면 되는데 스님이 사시던 동네에서는 사카린을 넣어 달달하게 먹었다고 한다. 책에서 자세하게 소개된 국수는 고추와 노란참깨를 수북하게 넣은 양념장으로 맛을 낸 간장국수로 기회가 되면 꼭 맛보고 싶어졌다. 이밖에도 스님께서 참 행복하셨다는 동국대 도서관도 이용이 가능하다면 들어가 책 한 권 여유롭게 읽고 올 수 있으면 싶다.
잠자기 전 조금씩 읽다보니 마치 해를 넘겨가며 읽은 듯 낡아졌지만 초여름 밤 보경스님과 냥이, 그리고 여러 고양이 덕분에 내 방이 산사 한가운데에 자리한듯 심신이 편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