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식 이별 - KBS클래식FM <김미숙의 가정음악> 오프닝 시 작품집
김경미 지음 / 문학판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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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이었으면 욕심껏 누리기라도 했어야지
욕심도 계산도 명예도
아무것도 지키지 못한
-나를 용서하는 기도 중, 128쪽

시를 부쩍 자주 읽는 요즘 미처 돌아보지 못한 이웃들의 아픈 상처를 매만지는 시를 만날 때도 있고, 경이로운 자연이야기를 다루는 시인도 있고 역시나 시라 하면 달달하면서도 절절한 애정시 역시 빠짐없이 내 마음을 오간다. 그런 시들은 역시나 마음의 울림을 주긴 해도 눈물을 글썽이게 하는 경우는 소재가 ‘엄마’일 때외에는 거의 없는 데 김경미 시인의<나를 용서하는 기도>를 읽으면서 특히 서두에 발췌한 저 부분을 바라보며 한참동안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핑돌았다. 세상 아까운 돈이 몸아파 병원에 그리고 약먹는데 들이는 돈이라더니 요즘 제대로 실감하고 있어 그런것이다. 아이를 기르면서 아이에게는 유기농은 물론 갖가지 좋은 것, 자연그대로의 성분이 들어있는 화장품만 챙기면서 정작 내 몸은 망가지는 줄도 몰랐던 그 마음이 봇물 터지듯 눈물로 터져나왔다. 그런 나를 용서하는 건 또 왜이렇게 힘든건지.

힘들었지? 얼른 올라와
응. 엄마. 금세 올라갈게
-<모녀의 풍경- 세레나데 중에서, 184쪽>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작품의 소재가 ‘엄마’일 경우 눈물이 글썽여 지는데 이 작품인들 예외일 수 없었다. 아픈 몸으로 엄마한테 기댈 때 엄마는 한참을 안아주며 ‘힘들었구나. 내 딸. 괜찮아. 엄마가 있잖아.’라고 말해주었다. 시인은 말한다. 스페인어는 몰라도 모녀의 모습을 보며 ‘온 세상 최고의 세레나데를 들은 날’이었다고. 시인의 말에 내가 들은 그 말과 내가 안겼던 그 순간이 세레나데의 절정이었음이 생각나 또 울컥한다. 내 이웃의 아픔을 몰랐음을 용서해달라고 하며 꾸준히 읽어 왔던 시들이 일순간 내 안으로 가득 차오르게 해준 시집, <카프카의 이별>을 오래도록 읽고 또 읽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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