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것들은 모두 나를 울게 한다 - 사랑, 삶 그리고 시 날마다 인문학 2
김경민 지음 / 포르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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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것들은 모두 나를 울게 한다

이야기하기보다 침묵하기를 즐겨하라는 말들을 동서는 물론 어떤 종교를 가지더라도 자주 듣게 된다. 이 책을 쓴 김경민 저자도 말을 잘해서 칭찬받았던 과거보다 오히려 침묵속에 해야 할 말을 시를 통해 찾게 되었을 때 치유할 수 있음을 개인적 경험을 통해 깨닫는다. 시에 음을 더하면 노래가 되기에 시를 알기전에는 노래를 들었지만 이젠 음이 없이도 오히려 음이 없기에 수많은 상상을 더해 시의 맛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 책에 소개된 혹은 그렇지 않은 무수히 좋은 시들 중 지금의 내게 더 마음이 동하는 몇 편에 대해 저자의 이야기와 나의 감상을 더해 적는다.
문정희 시인에 대한 편애는 나의 다른 리뷰를 보더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시인의 작품 중 어느 작품을 읽더라도 참 여린 사람이지만 그 감정을 시를 통해 표현하는데 있어서는 누구보다 대단한 사람이라고 느끼는데 책에 실린 시는 <찔레>로 단 한 줄로 가슴아픈 사랑을 제대로 보여준다.

그대 사랑하는 동안
내겐 우는 날이 많았었다 65쪽

그 사랑이 얼마나 절절했는지 저 말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시의 후반부로 가면 그렇게 울었음에도 불구하고 ‘찔레의 가시’정도로 익숙해지는 순간이 온다고 풀이해준다. 그만큼 상대에 대해 혹은 그 무엇에 대해 아프더라도 그 사랑을 멈추지 않겠다는 강인함이 느껴진다. 앞서 말했든 시인의 작품 전반에 등장하는 여리지만 강한 느낌이 그대로 살아 숨쉰다. 그런가하면 전국민이 적어도 첫 줄만큼은 다 알 것 같은 한용운 시인의 님의 침묵또한 끝없는 님을 향한 사랑과 강인한 의지를 느낄 수 있는 시도 흔치 않다.

아아, 님은 갔지만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125쪽

받는 사랑만이 이기는 사랑이라고 믿었던 시절에는 두 시인의 자세가 애처로우면서도 그 대상이 부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저자의 말처럼 님을 조국이나 절대자로 보든 안보든 누군가에게 무조건 적인 사랑을 받는 것이 과연 행복할까. 그런 무조건적인 사랑을 서로 하지 않으면 결국 사랑받으면서도 불행한 그야말로 진짜 불행한 사람이지 않나 싶다. 결국 두 시를 통해 아프지만, 나를 사랑하는 모든 것이 나를 슬프게하더라도 나는 사랑을 ‘하는’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시를 알려주고 또 그 시를 통해 사랑을 배울 수 있는 이 책의 제목이 지나치게 슬퍼서 머뭇거리는 이가 있다면 겁내지 말고 울음대신 시를, 두려움이 찾아와도 시인들이 이미 다 울어주었으니 염려말고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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