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희, 백수린, 강화길, 손보미, 최은미 그리고 손원평. 6명의 작가들이 쓴 ‘할머니’의 모습은 제 각각이지만 손주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그 방식이 다를 뿐 동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을 구체적으로 꼽아가며 이야기하지 않는 까닭도 저마다의 ‘나의 할머니’에게 소설속에 등장하는 할머니가 가지는 면면이 조금씩은 다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책을 읽는 동안 나의 할머니들보다는 나의 모습을, 내 아이의 모습을 떠올리는 순간이 더 많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내 아이를 봐주고 있는 엄마와 아빠의 모습은 말할 것도 없고. 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독자들은 아마도 할머니의 끝없는 관심과 걱정이 부담스럽고 귀찮았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할머니가 전부였던 시절이 기억이 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나의 세계가 다양해지고 커가면서 나의 할머니의 자리는 상대적으로 작아지고 어느 순간 흐릿해져만 간다. 인생에 무언가를 기대한다니. 얼마나 바보 같은 일인가. 그렇게 평생 동안 배신을 당해놓고도. 젊음을 다 바쳐 아이들을 길러봤자, 딸들은 평생 아들들만 끼고도는 엄마때문에 상처를 받았다고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돌아가며 말을 했고, 아들들은 누나들보다 잘나지 못했다는 이유로 무시하는 엄마 앞에서 평생 주눅이 들었다고 술만 마시면 소리를 질렀다. 68쪽 자식이 그렇듯 손자손녀를 키워준 공도 못찾긴 마찬가지다. 손녀의 입장에서는 지나치게 완고하고 손녀를 마치 소유물처럼 여기는듯 해보이는 작품속 할머니도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안타까운 어미라는 사실에 집중하면 그 마음을 결코 헤아려볼 수 없는 손녀의 입장도 서운할 수 밖에 없다. 아이들에게 안정적인 삶을 위해 때로는 연정마저도 마치 없던 일처럼 덮어둘 수 밖에 없는 엄마의 또 다른 모습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집<나의 할머니에게>.책 속 중간 중간 등장하는 일러스트 포스터마저도 정겨운 책으로 누구에게라도 선물하고 이야기 나누기에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