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혼자가 아닌 시간
코너 프란타 지음, 황소연 옮김 / 오브제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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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다시없을 흑역사처럼 느껴지는 시간도 지나왔다. 하지만 신세 한탄이나 불평을 하려고 여기 선 것은 아니다. 나누려고 나선 것이다. 우리를 서로이어주고 연결해주는 건 바로 인생의 보편적 경험이다. 나는 가끔 절망에 빠지곤하지만 사람들의 안내와 도움을 받아 빠져나온다. 우리의 대화, 우리가 직접 겪은경험, 우리가 나누는 진실이 사다리를 이룬다.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희망을 선사한다. 15쪽




코너 프란타의 <누구도 혼자가 아닌 시간>을 처음 마주했을 때의 느낌은 ‘예쁘다’였다. 핑크컬러의 책표지라던가 그 안의 꽃송이 때문이 아닌 그 모든것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흐트러짐’이 이유였다. 저자의 솔직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이 책의 내용도 마찬가지로 흐트러져 있기에 아름다워 보였다. 어쩌면 너무나 이른 나이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 저자는 스스로도 자신이 누린 모든 경험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삶이 주는 우연과 평범함을 중요시 하는 겸손함도 느낄 수 있었다. 이 글은 짧은 글과 시적 형태를 오고가며 장소에서부터 유년시절의 방황, 연애 그런가하면 실연으로 이어지는 롤러코스터와 같은 그의 삶 면면이 지속적으로 드러난다. 그렇다고 눈에 띄는 일 없이 평범하게만 살아온 사람들이 공감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앞서 말한 것 처럼 저자에게는 일상의 소중함을, 내면으로 들어가 심연을 들여다볼 줄 아는 겸손함이 있었다. 자기가 머물고 있는 지역은 누구라도 여행하듯 관찰자 입장에서 바라보기 시작하면 더이상 ‘동네 산책’정도에서 끝나지 않는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느낌. 저자는 이를 ‘나만의 행복한 장소’라고 불렀다. 어릴 때부터 일정을 짜는 것을 즐겼다는 부분에서는 반가운 마음도 든다. 저자처럼 계획한 것을 지켜가는 좋은 습관까진 없지만 적어도 ‘나는 아는 것이 쥐뿔도 없다’라는 주제파악은 하고 있기에 무엇을 얼마나 더 알아가야하는가, 배우려고 할 때 무엇부터 시작해야하는지를 고민하는 일이 즐겁다는 것은 알고 있다.






저자에게도 런던이 첫 여행지였던 것 처럼 내게도 혼자서 떠난 해외여행지는 런던이 처음이었다. 퇴사를 하고서도 시간이 제법 흐른뒤라 나또한 보내야 할 메일도 없었고 그야말로 완벽하게 혼자일 수 있었던 그리하여 독립심이 마구잡이로 성장한 그곳. 관계를 가볍게 여기지 않으면서도 결국 삶속에서 끝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자신 뿐임을 거듭 강조하는 저자를 보면서 이중적인 감정이 들었다. 유년시절 부모님이 문을 닫고 나간 방안에서 홀로 소리치던 꼬마아이를 보는 안타까움과 어린 나이지만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계획을 지키는 것과 의존하는 것이 아닌 나눌 줄 아는 어른스러움을 향한 부러움. 이런 이중적인 감정은 어쩌면 이 책의 제목과 내용에서 비롯된 가장 솔직한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침묵을 즐기면서도 내 사람이다 싶은 사람에게는 절제 없이 솔직해진다는 저자의 성향을 한 가지의 느낌으로 설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덕분에 혼자이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위안을 얻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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