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프니 듀 모리에의 단편집 <인형>은 표제작을 포함 총 13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히치콕의 영화와 뮤지컬로 잘 알려진 [새]와 [레베카]의 원작자로 잘 알려진 대프니의 단편들은 20세 초반에 집필했음을 말하지 않더라도 심리묘사와 날선 긴장감이 팽배한 스릴러로서의 성격이 뚜렷하게 드러나 있었다. 책에 실린 작품 중 표제작의 경우는 남녀가의 성이 아닌 도구화된 성을 다뤘다는 점에서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를 떠올리게 했다. 영화에서도 아가씨인 여주가 유사행위를 하는 장면이 충격적이라는 소감을 말하는 이가 있었던 만큼 수십년도 더 전에 그런 소재를 다룬 작가의 기발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가하면 어느시대를 막론하고 남녀, 부부사이의 날선 대화와 맘과 다른 말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안타까운일은 보편적 진리에 가까운 듯 싶다. 어쩌면 그렇게 남자들은 여자의 마음을 모르고 또 어쩌면 그렇게 여자들은 남자의 행동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마는지 안타깝다. 심각하고 기괴하게 느껴질만한 이야기들이 지나고 나면 마치 스릴러만이 장기가 아니라는 듯 ‘웃픈’이야기도 등장한다. 제목은 말하지 않겠지만 읽는 내내 정말 안타까움의 연속이었던 작품으로 다음의 발췌글을 통해 짐작해볼 수 있다.“난 골더스그린에 사시는 어느 숙녀분에게 매일 말벗을 해주기로 했어. 근무시간은ㄴ 9시부터 7시까지야.”그는 사형 선고를 받은 사람처럼 여자를 빤히 쳐다보았다.“설마 진심으로 하는 말은 아니겠지!”“왜! 뭐가 문젠데?”“내 근무시간은 그 정밙대야. 7시부터 9시까지.” 121쪽읽을 때는 그다지 와닿지 않았지만 해설을 읽고 보니 저자의 슬픈 성장배경이 짐작되어 안타까웠던 <집고양이>. 작가에게 관심이 많거나 팬인 사람들은 이미 알았겠지만 그녀가 유명한 부모와 조부의 영향으로 어린시절부터 아버지의 기대가 남달랐다는 것, 그로인해 친모로부터 시기아닌 시기를 받았던 것이 얼마나 괴롭고 힘들었었는지를 해당 작품에서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단편이기 때문에 화자속 인물이 미래에 어떻게 이를 극복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대프니의 경우는 자신의 능력을 잘 다룰 줄 알았던 것 같다. 마치 [겨울왕국2]의 엘사처럼. 이밖에 집필순서로 가장 첫 작품이었던 <동풍>을 포함해 모든 작품이 별도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지루하거나 별다른 흥미가 없지는 않았다. 아마 나 뿐 아니라 이 단편집을 통해 처음으로 대프니의 소설을 읽는 독자라면 중장편의 세계로 곧 넘어가게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