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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집 - 늘 곁에 두고 싶은 나의 브랜드
룬아 지음 / 지콜론북 / 2020년 2월
평점 :
결국은 취향이었다
<취향집>은 룬아 작가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브랜드 이야기를 담은 책으로 신간소식을 통해 처음 접했을 때는 매거진B를 연상시켰다. 매거진B가 한 개의 브랜드를 심도깊게 다루다보니 매니아층에게는 고맙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물건을 사거나 무료로 배포하는 카달로그를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고 읽는 기분이 들때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취향집>을 읽기 전에 잠시 생각해보았다. 저자의 취향이 나랑 비슷하지 않다면 그다지 좋은 감상이 나오지 않을 것 같다고 말이다. 책에 실린 저자의 약력에는 글과 사진을 좋아해서 인터뷰를 업으로 한 사람들이라고 적혀있었다. 또 개인의 취향을 담은 매거진을 기획중이라고도 말이다. 글과 사진을 좋아하는 것은 나와 같지만 누군가를 만나는 일에는 서툰 내게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저자의 취향이 당연히 궁금해질 수 밖에 없었다. 책을 펼친 순간 인스타그램을 통해 만났던 브랜드도 있었고 저자를 통해 처음 알게된 반가운 브랜드들도 있었다. 물론 평소에도 자주 구매했던 브랜드 어라운드가 있어 안심할 수 있었다. 서둘러 브랜드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세 브랜드의 운영자들 모두가 유학파 출신이거나 해외에서 활동했던 이력을 가지고 있었고 그때 느꼈던 분위기를 한국에서 재연해낸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보니 우리의 것을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뭔가 고급스럽긴 해도 버터를 그냥 먹은 듯 보기엔 이쁘지만 내게는 맞지 않는 불편함이 느껴졌다. 물론 그들과 비슷한 경험이나 추억을 가진 사람들 혹은 내게는 불편해도 충분히 멋스럽게 활용할 줄 아는 독자들이라면 충분히 눈도 마음도 정화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 내게도 드디어 '이거다!'싶은 일러스트레이터 김한걸과 아트 디렉터 이현아의 웜그레이테일이 등장했다. '웜그레이테일'의 주제는 대자연이다.

햇빛이 숨은 오후, 쇼룸 곳곳에는 주황빛의 등이 켜졌고 숨소리 하나 나지 않는 공간을 온갖 동물들의 몸짓이 한가득 메우고 있었다. 영화 <박물관이 살아 있다>처럼. 문을 닫고 자리를 비우면 우리는 영원히 모를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것 같이. 165쪽
작가의 글빨일까. 아니면 정말 저토록 신비로운 분위기가 생생하게 살아나는 공간인걸까. 활자로만 봐도 당장 쇼룸을 방문하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두 아티스트는 결혼한 부부로 남이 하면 멋있지만 내가 할 수 없는 '회사를 그만 둔'부부로 함께 작업을 하는 그야말로 멋진 아티스트들이었다. 저자역시 부부 중 한 사람은 안정적인 직장을 놓지 못하고 있다고 하듯 나 역시도 같은 마음이다. 졸업을 하고 다소 불안정한 직업을 계속 이어가려다보니 자연스레 남편에게는 늘 지금 회사를 놓치지 말라고 부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인터뷰에 나오는 것처럼 동업제안을 프로포즈와 함께 했다라는 것이었다. 낭만적인 부부와 함께 하는 고양이들의 이름이 바로 웜그레이.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색연필 세트에서 찾아낸 이름이라고 한다. 다른 아이의 이름은 더티 화이트. 낭만적인 듯 하면서도 현실에서는 직장을 다닐 때보다 더 열심히 작업하는 그들의 작품은 포스터나 엽서 뿐 아니라 컵, 배지나 가방등 실생활에서 언제나 함께 할 수 있는 아이템들도 다양했다. 첨부한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언젠가 한번은 만났을, 그리고 좋아했을 귀여운 동물들이 그들의 작업물이다.
서두에 밝힌 것처럼 '어라운드'를 보고 책읽기를 선택했지만 보다시다시피 이 리뷰에는 해당 브랜드의 이야기는 담지 않았다. 이미 잘 알려있어서라기보다는 내가 알고 있던 브랜드의 이미지와 이야기였기에 특별하게 새롭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개인적인 취향을 살린 브랜드답게 내 취향이다 싶은 한 가지 브랜드에 대한 소감을 이야기하는 것이 이 책의 리뷰로 더 잘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어느 시점에는 어떨지 몰라도 결국 내 취향은 '웜그레이테일, 그리고 이 브랜드의 인터뷰를 잘 담아낸 <취향집>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