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교육 - 부모의 합리적 선택은 어떻게 불평등을 심화시키는가?
마티아스 도프케.파브리지오 질리보티 지음, 김승진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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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늘날의 아이들이 처한 여건은 매우 다르다. 특권층 가정의 부모들이 자녀를 계층 사다리의 위쪽 칸에 올리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좋은 학교가 있는 중상류층 동네에 자신들을 분리시키는 동안,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은 기회가 점점 줄어든다. 193쪽


지난 9월 마지막 학기 수강신청을 할 때 꼭 수강하고자 했던 과목이 '부모교육학'이었다. 이전에 다녔던 학부에서도 사회복지및 평생교육과 관련하여 인간발달 등의 수업을 듣긴했지만 곧 태어날 아기를 위해 듣고자 하니 무턱대고 학점A+은 받아야 부모자격을 갖출 수 있기라도 한듯 출산 전후에도 열심히 수업을 들었다. 양육과 관련된 수업은 대게 좋은 부모, 나쁜 부모를 나누는 방식으로 잘 알고 있는 것처럼 권위형, 방임형, 독재형 등의 부모성향이 아이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관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 부모의 가치관과 경제능력 및 사회적 지위에 따른 차이등도 빠지지 않았다. 마티아스 도프케와 파브리지오 질리보티가 앞서 발표한 논문 "스타일 있는 양육: 세대간 선호 전승에서의 이타주의와 온정적 개입주의"가 씨앗이 된<기울어진 교육>은 앞서 언급한 아동학, 교육학, 사회학 등 보편적인 학문에서 다루던 양육방식을 경제학으로 바라본 책이며 저자가 거듭 강조하듯 가장 큰 차이점은 '좋은 부모, 나쁜 부모'가 아니라 지금 이 시대의 부모들이 나라와 문화에 따라 어떻게 양육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며, 그런 결과가 어떻게 도출되었는지를 보고하는 내용이라고 보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읽고 나의 양육방식이 잘못되었다든가, 우리 부모님의 방식이 옳았다거나 하는 판단보다는 내가 딛고 사는 이 나라, 이 문화에서 내 아이를 어떻게 기르는 것이 현명한 것인가를 판단하는데 참고하면 되고, 실제로 이전까지는 해보지 못했던, '내 아이가 만약 OO에서 태어났다면, 부모가 한국에서 나고 자란 한국인이 아닌 ㅇㅇ에서 나고 자란 다른 인종이었다면'이란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이 책에서 우리는 경제학적 접근 방식을 사용해 부모의 양육 행태를 실제로 결정짓는 인센티브들이 무엇인지, 또 경제적 인센티브가 변화하면 양육 방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적은 시대별로, 국가별로, 또 국가 내에서 각 사회적, 경제적 집달변로 부모들이 채택하는 양육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포괄적인 패턴을 알아보는 것이다. 65쪽



일반적인 학문에서 말하는 독재형 양육방식은 아이 스스로 제대로된 결정을 내리지 못할 뿐 아니라 사회생활에서도 위축되거나 지나치게 폭력적인 성향으로 성장할 수 있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지만 무조건적인 독재가 아니라 정해진 규율을 엄격하게 하고 성적이나 학업의 중요성을 스스로 이해할 수 있도록 인지시키는 미국에서 사는 중국가정의 양육방식은 오히려 아이성장에 이로운 점이 많다고 한다. 타이거맘이 이에 해당되는 데 상대적으로 완전한 방임주의에 양육에 비하면 오히려 긍정적인 부분이 많아 보인다. 성적이 좋은 아이들의 양육방식 중에는 이처럼 독재와 권위형을 혼합한 경우가 많은데 중요한 것은 이런 방식이 반드시 고득점을 보장하는 것은 또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들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스웨덴은 초등학교 때까지의 아이들에게는 학습에 있어 등수를 매기지 않을 뿐 아니라 일정 나이가 되기 전까지 학습을 드러내놓고 강요할 수도 없다고 한다. 무엇보다 아이에게 체벌을 포함한 훈육도 금지하는 분위기지만 스위스는 이보다는 규제된 상태며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은 '밥상머리 교육'이란 말이 있을 만큼 아이였을 때부터 학습을 시작한다.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인 제임스 헤크먼이 최근에 수행한 개척적인 경제학 연구들은 0세부터 4세까지의 아동발달 초창기에 투자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452쪽


위의 내용을 근거로 하자면 육아휴직을 눈치봐가며 사용해야하고, 그마저도 남자의 경우 단시간 정도만 가능한 한국사회에서의 아동발달은 위의 기준으로 보자면 '경제적인 지원'만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알지만 시간과 애정을 금전으로 대신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마저도 지원이 불가능한 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는 이때부터 불평등한 사회를 맞이하게 된다. 반면 유럽의 근로와 사회적 시스템은 제임스 헤크먼이 말한 그 시기에 부부가 함께 아이를 양육하는 문화배경으로 인해 극단적으로까지 보일 수 있는 우리와 같은 금전적 투입이 불필요 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럽의 양육방식을 보면서 한국에서 그대로 적용하고자 하면 나라탓, 회사탓에 이어 핏줄까지 탓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기울어진 교육>은 제목에 적힌 '교육'과 '기울어진'이라는 키워드 양쪽 모두에 소홀히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우리가 방에 앉아서 보고 듣기만 하던 해외의 여러 양육방식이 왜 우리아이에게 해당될 수 없는지, 결국 돈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말이 나오게 되는지를 깨닫게 해준다. 더불어 경제학이라는 원론으로 돌아가서 인간은 분명한 목표를 두고 행동을 취할 때 우리가 아이를 낳은 이유는 무엇인가를 역사학적으로 설명해줌과 동시에 부모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아이를 왜 낳았으며 진심으로 아이가 어떻게 자라길 바라는지를 말이다. 동시에 불평만 할게 아니라 어떤 제도와 시스템이 개선되고 개발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요구도 구체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띄엄띄엄 읽어도 좋지만 가급적이면 처음부터 끝까지 '지금 이곳에서 내 아이에게 가장 좋은 양육방식은 무엇인가'를 머릿속에 넣어두고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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