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니 가오리의 <도코타워>개정판을 읽었다. 초판을 읽은 후 15년이 지났으니 그 사이에 내 나이도 20대에서 30대를 지나 어느덧 소설속 두 여인 중 하나인 시후미 또래가 되어버렸다. 15년전에는 이제 겨우 성인이 되어버린(시작은 그보다 더 전인었지만)남자와 가정이 있는 여자와의 만남 자체에 열을 올리면서 이런 내용이 이렇듯 서정적으로 묘사되는 것이 불만이었기에 좋은 평점을 주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가정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남과여의 문제를 또 떠나서 사랑을 할 때 상처를 받는 사람은 늘 상처를 받고, 주는 사람은 늘 같은 패턴의 연애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15년이 흐른뒤 두번째 독서를 끝내고서야 알 수 있었다. 엄마와 단둘이 살면서 그나마도 자기의 일을 진정 기뻐하는 엄마덕분에 거의 모든 순간 혼자였던 토오루와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춰진 가정에서 또래를 낮춰보며 연애마저도 자신의 뜻대로 시작하고 끝낼 수 있다고 믿는 코우지의 연애가 주된 내용이지만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의 취업이야기와 그 두 사람이 만나는 기혼여성 기미코와 시후미가 오히려 평범한 기혼여성의 삶과는 다소 다른 모습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그 두 사람 모두에게 아이가 없었고,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남편을 두었을 뿐 아니라 한쪽은 취미생활을 자율적으로, 또 다른 쪽은 자신의 일은 물론 연애마저도 어느정도 자연스러운 까닭에 현실과는 다르다 싶으면서도 과연 여성들이 원하는 삶이 두 사람의 모습이긴 할까 자문해보니 그 또한 아니었다. “나는 내 인생이 마음에 들어.”언젠가 시후미는 그런 말을 했다.“내세울 만큼 행복하다는 건 아니지만, 사실 행복하고 안하고는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니까.” 73쪽시후미도 알고 있었다. 행복한 삶이란 아마도 한 사람과 한 사람이 서로만으로도 충분하면서 동시에 각자의 일을 가정 때문에 포기할 필요도 없는 그런 삶이지 않을까. 그럴수없다면 어느정도 마음을 비우고 자신이 원하는 포장지로 감싼 가정이라도 갖고 싶은 마음을 잘 파악한 것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말한다. 도쿄타워를 바라보며 소년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15년전에도 그랬지만 지금 다시 읽은 <도쿄타워>에서 나는 소년들의 이야기보다는 어째서인지 연애와 결혼생활에 대한 생각만 늘어놓게 되었다. 혹 모르겠다. 내 아이가 자라 토오루의 타이가 될 무렵이면 불현듯 이 책이 다시 읽고 싶어질지 모르겠다. 신기하게도 딱 15년 뒤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