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의 무덤 - 바티칸 비밀 연구
존 오닐 지음, 이미경 옮김 / 혜윰터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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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


예수님께서 고기를 잡는 어부였던 베드로에게 물고기가 아닌 '사람 낚는 어부'가 되라 하시니 망설임없이 따라나섰던 성서의 장면을 떠올릴 때마다 '곧 그물을 버리고'라는 말씀이 더 크게 마음을 흔들었다. 그렇게 곧장 예수님을 따라나섰던 베드로의 무덤이 발견된 것은 언제일까. 꽤 오랜시간 베드로의 무덤은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그저 입과 전설로만 전해져내려왔었다. 유대인을 향한 가혹한 박해와 더불어 22차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때에 우연한 계기로 베드로의 무덤을 찾고자 하는 계획이 당시 교황이었던 비오12세에 의해 비밀리에 시작된 후 무려 75년간 진행된 발굴작업과 관련된 이야기를 담은 책이 <어부의 무덤>이다. 비밀리에 연구가 시작된 까닭을 추측하자면 베드로의 무덤을 발견하게 되면 과학적으로도 그의 존재와 더불어 성서의 내용을 증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자 신앙인들의 신심을 더욱 곤고히 할 수도 있지만 만약 발견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성서의 내용과 베드로가 로마에서 순교했다는 사실에 반하는 내용이 나올경우 기독교의 토대가 흔들릴 수도 있는 중대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이 작업에는 엄청난 자본도 필요로 했는데 원전발견으로 엄청난 재벌이 된 정유재벌의 도움은 물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세계대전으로 인해 안팎이 혼란스러웠던 만큼 로마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두 사제와 더불어 마르게리타 과르두치의 활약이 소설보다 더 극적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소설보다 극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위기와 답답할 정도로 안타까운 부분도 존재했기 때문이다. 초기부터 연구과정에 참여했던 페루아는 발굴과정중에도 고고학자로서의 면모보다는 자기의 위업을 달성하고자 하는 생각으로 가득찼던 것 같다. 유물의 일부를 집으로 가져가 전시하기도 하고, 제대로된 확인과정 없이 다른 사람은 물론 동물의 뼈를 베드로의 것이라 발표하며 혼란을 주는 것은 물론 과르두치의 의해 진짜 베드로의 무덤을 발견한 이후에도 발견자가 여성인데다 자신의 업적을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었다는 이유로 그저 종교에 미친 여자 취급을 하며 그녀가 이룬 업적 자체를 종교는 물론 고고학계에서도 흔적을 지워버렸다. 페루아 한 개인의 고집이라기 보다는 지나치게 닫혀있는 가톨릭 내부의 문제라고도 보여지는데 얼마전에 보았던 영화<신의 은총으로>가 생각날 정도였다. 연구를 시작했던 비오12세는 안타깝게도 베드로의 무덤이 아니라는 번복된 소식만을 듣고 영면에 들었지만 다행히 진실은 묻히지 않고 2013년 대중에게 공개되는 날이 맞이하게 된다. 단순하게 보자면 베드로의 무덤 발굴 과정이지만 그 과정에 참여했던 인물들의 개인사와 더불어 베드로의 무덤이 어째써 박해의 중심지었던 로마에 있었으며 성 베드로 성당(바티칸 대성당)이 또 그 자리에 세워졌는지에 대한 역사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종교와 무관하게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독자가 여성이라면 과르두치가 가톨릭이라는 남성과 계급으로 무장한 벽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결말부분에서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의 부활을 여성이 처음 발견한 것도 막달라 마리아라는 여성이었고, 우물에서 사람들에게 메시아가 왔음을 전파하는 것 역시 여성이었으며 베드로의 무덤을 제대로 발견한 이도 여성이었음에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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