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링! 메일이 왔습니다 다림 청소년 문학
이선주 지음 / 다림 / 202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띠링! 메일이 왔습니다 / 이선주 연작소설


고통이 멎게 해 달라고 기도하지 말고 고통을 이겨 낼 가슴을 달라고 기도하게 하소서. 82쪽


<띠링! 메일이 왔습니다>는 소설가가 청소년들과 메일을 주고 받는 설정으로 현시대의 아이들 뿐 아니라 사람들의 고민은 무엇이며 해결방법은 없는지 함께 생각해보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메일의 답변은 '이태리 작가님'이 작성하지만 읽다보면 어른인 내가 아이들에게 어떻게 답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며 몰입하게 된다. 우선 인혜의 언니 진혜는 45kg 될 때까지 음식을 제대로 먹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동생인 인혜에게 자신이 음식물 섭취 후 일부러 토하는 것을 가족에게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한다. 공부를 잘해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언니가 늘 부러웠던 인혜는 타고난 마른 몸으로 언니가 왜 그렇게 집착하며 살을 빼려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굳이 어떤 해답을 듣기 위해서는 아니었지만 이태리 작가에게 언니의 이야기를 전하자 작가는 언니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전하며 가족은 물론 전문가와 상담하라고 강하게 전달한다. 어느 연예인의 말처럼 여자로 태어난 이상 다이어트는 죽을 때까지 함께 해야한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다. 다만 평생 입으로만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 있고(이태리 작가처럼), 실전으로 옮겨 피를 볼 때까지 하는 사람들이 실재한다. 문제는 후자를 택한 사람들의 극단적인 선택의 결과를 두고 죽지 않는 이상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책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마음을 터놓고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단기간에 정상적으로 돌아오기 힘든 까닭도 어쨌든 다이어트에 성공만 하면 모두들 잘했다고 칭찬하기 때문이다. 언니의 극단적인 다이어트가 주된 문제처럼 보이지만 곁에서 보는 인혜에게도 나름의 고민이 있다. 특히 국어선생님이 내준 '자아'를 표현하는 물건에 대해 고민하면서 인혜가 찾은 것은 '거울'이었다.


저는 자아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저라는 사람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사물이 거울인 것 같아서 거울을 가져갔어요. 거울을 똑바로 바라보겠다는 의미로요. 80쪽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며 살고 있는지 묻는다면 아마 대부분 쉽게 그렇다고 답하긴 어려울 것이다. 혹은 똑바로 바라본다고 답을 하더라도 주변사람들은 동의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인혜는 진혜의 다이어트를 보면서 자신을 똑바로 본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주변사람들이 아무리 말랐다고 말해도 자신의 눈에는 돼지로만 보이는 진혜, 명문대에 진학하고 이제 날씬해져 더이상 바랄게 없을 것 같았던 진혜가 고통속에 힘들어한다는 것을 보며 어린 시절의 내가 떠올랐다. 늘 활발하고 학기가 바뀌면 늘 임원진에 선출되고 선생님들의 신임을 받는 언니가 부러웠었다. 장난삼아 언니의 일기장을 보았던 날, 그날 이후 언니의 일기장을 훔쳐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왜냐면 일기장속의 언니는 너무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런 책이 예전에도 많이 출간되었더라면 어땠을까 싶었다. 내가 어릴 적에는 아이들의 고민이 대부분 부모님의 이혼, 경제적인 어려움정도에 머물러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좋은 책이 많이 출간된다하더라도 어른들도 함께 읽지 않으면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이해해줄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어느 누구라도 언젠가 이태리 작가의 위치에 놓일 수 있기에 자녀가 없더라도, 교육자는 아니더라도 이런 책들이 어른들에게도 많이 읽히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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