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어 몽테뉴를 또 읽었습니다 - 살기 싫어 몽테뉴를 읽었습니다
이승연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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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을 읽고 쓰는 에세이는 대략 그 에세이를 통해 현대인들이 가지는 심리적 불안에 대한 설명과 위로등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책 제목앞에 다음의 글이 쓰여있었다. '살기 싫어 몽테뉴를 읽었습니다'라고. 제목과 붙여서 읽으면 결국 어쨌거나 몽테뉴의 수상록, 에세를 두 번 읽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저자의 약력을 떠나서라도 누군가 만만찮은 고전을 두번이나 읽고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에는 들어봄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작 내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다른 것이다. 나 자신을 얼마나 드러냈느냐보다 얼마나 솔직했느냐 하는 점.184쪽

얼마전에 읽었던 이하루 작가의 <내 하루도 에세이가 될까요?>를 읽으면서 가장 와닿았던 부분이 다름아닌 '솔직'이었다. 솔직할 자신이 없으면 에세이는 쓸 수 없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이 책<살고 싶어 몽테뉴를 또 읽었습니다>의 이승연 작가도 이전에 집필했던 책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드러낸 것이고, 그렇게 쓰고 난 후에는 스스로 얼마나 솔직했느냐를 생각했다는 말에 SNS에서 만난 친구들도 친구가 된다는 그녀의 말처럼 이렇게 한 번 만날 수 없더라도 독자와 작가사이에도 '친분'이 생겼지 않았을까. 사실 이 책의 초반 부분은 그녀가 왜 에세를 읽게 되었고 어떤 부분이 그렇게 와닿았으면 무엇때문에 책으로까지 쓸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독자 입장에서 보더라도 '여과없이'토해내주었다. 덕분에 그녀가 참았던 울음을 토해냈다는 부분에서는 독자인 나도 덩달아 울음을 터뜨리며 속이 후련해지는 뜻하지 않은 '행우'도 누릴 수 있었다. 초반을 지나 그녀가 잘 알고 잘 하는 '영화'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들어온다. 본격적인 육아가 시작되면서 사실 책은 밤낮으로 읽으려는 시도때문에 흥미를 잃지 않고 꾸준히 읽어왔다. 그런데 영화만큼은 아이를 남편이나 다른 사람에게 맡겨두고 그것도 긴 시간을 비울 수 없어 영화시작과 동시에 입장,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나와서인지 어떤 영화를 봐도 크게 감동할 수가 없었다. 생각해보니 이전에는 보고 싶던 영화를 찾아 예매를 하고, 기다리는 동안 어떤 내용일까? 혹은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이라면 어떻게 각색하고 영상으로 재연되었을지를 기대했다면 출산 이후 시간이 정해져있다보니 극장에 도착해서 바로 볼 수 있는 영화가 내가 보게 될 영화였고, 영화가 끝나는 순간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 육아에 몰입하다보니 감동을 곱씹을 시간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임신 전이었다면 엄청난 감동과 공감으로 박수를 쳤을 영화들도 크게 와닿지 않았다. 그래서 어쩌면 영화이야기를 했던 저자의 책을 더 읽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프롤로그에서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를 간단히 밝혔다. 어쩌면 나에게는 본문보다 프롤로그가 중요할 수도 있는데, 일부러 솔직하게 짧게 쓰려고 노력했다. 구구절절 말할 수도 없었다. '운명'과 '인연'이라는 두 단어로 충분했기 때문이다. 183쪽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말한다. 고전이 특정한 사람들만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니기에 자신 역시 타깃을 정해두고 쓴 것은 아니라고. 다만 저자처럼 어떤 이유로든 헤매고 방황하며 고통에 무너지고 있다면 몽테뉴의 글이 도움이 될 수도 있음을 알게 해주고 싶다고 말이다. 비유로 든 영화 [줄리&줄리아]가 다른 시대를 살면서도 요리라는 공통된 주제로, 비슷한 삶의 형태로 공감하며 위로를 받을 수 있었던 것처럼 몽테뉴와 저자는 무려 3세기나 차이가 났지만 공감하며 위로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에게는 몽테의 에세가 그랬지만 이 책을 읽고 아마 저마다의 그런 책들이 있을 것이다. 오래전에 읽었지만 다시 읽고 싶었던, 어릴 때는 억지로 숙제나 부모의 강요에 의해 읽었어도 기억나는 문장이나 대사가 있어 다시 펼쳐봐야지 싶었던 그런 책들. 내게는 성서의 구절과 헤세의 데미안이 그랬었다. 사실 몽테의 에세는 이 책 덕분에 이전보다는 가깝게 느껴졌지만 그렇다고 저자만큼 힘들 때나 도움이 필요할 때 펼쳐보고픈 마음이 들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에세보다 저자의 이런 노력, 책을 통해 위로를 받았다는 자체에 더 큰 공감을 했을 뿐이다. 그러니 자신만의 '에세'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이 마중물이 되거나 바로 열리는 열쇠가 될 수 있기에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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