툇마루에서 모든 게 달라졌다 3
쓰루타니 가오리 지음, 현승희 옮김 / 북폴리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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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루타니 가오리의 <툇마루에서 모든 게 달라졌다>는 BL만화를 좋아하는 여고생 우라라와 예쁜 그림체를 보고 이제 막 BL만화에 입문한 75세의 유키 할머니의 만남을 담고 있다. BL이란 Boys Love를 뜻하는 단어로 또래라면 모를까 부모님 세대에게, 심지어 만화를 좋아하는 것도 모자라 드러내놓고 좋아할 만한 장르는 아니다. BL장르 작품의 대부분은 양쪽 모두가 첫 눈에 반하거나 서서히 가까워지는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둘 중 하나가 이성애자이거나 아직 양성 혹은 동성임을 모르면서 괴로워하거나 오히려 상대방이 그렇게 생각하는 자신을 싫어할까봐 가슴졸이는 장면들이 자주 등장한다. 마치 우라라가 BL만화를 좋아하는 자신을 주변사람들에게 들키진 않을까 마음 졸이는 것과 대구를 이루는 부분이다. 그런가 하면 75세 유키할머니는 우연찮게 그림체가 예뻐서 좋아하기 시작했지만 작품 속 인물들이 사랑한다는 이유로 상대방 때문에 애태우고, 세상의 시선을 이겨내가는 모습을 보며 이미 많은 세월을 살아온 입장에서는 그런 용기와 세상과의 싸움에 응원을 하고 때로는 그럴 수 있는 청춘이 부럽기만 하다. 마치 우라라가 자신의 능력과 성향을 타인에게 감추는 것이 안쓰러운 것처럼 말이다. 이렇듯 BL이란 장르와 소녀와 할머니라는 나이차가 큰 두 사람의 만남을 비교하자면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는 있으나 BL에서는 성별이, 소녀와 할머니에게서는 나이가 드러내놓고 서로에 대한 호감과 관계를 누군가에게 거리낌없이 말할기에는 어렵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이 작품의 제목에 등장하는 '툇마루'는 어떤가. 일본작가의 작품이라 배경이 일본이지만 한국과 일본 모두 툇마루가 있는 집이 요즘에는 흔치 않다. 툇마루가 없는 지금의 생활방식은 누군가의 집에 방문했을 때 집주인의 허락이 없이는 섣불리 그 집안에 들어서기가 쉽지 않다. 더군다나 별로 친하지 않은 사이에서는 사방이 갇힌 현대의 주택은 정적과 부담스러움만 남을 뿐이다. 툇마루가 있는 집은 어떨까. 주인도 자신의 방을 내보이지 않아도 되니 툇마루가 없는 집들에 비하면 누군가의 방문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고 자연으로부터 독립된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 친해지기 이전의 관계일지라도 편히 앉아서 굳이 서로를 바라보지 않고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툇마루에서 모든 게 '달라졌다'라고 하는 것은 우라라가 살아오던 사방이 막혀있고 누군가에게 자신을 설명하거나 이해받아야만 했던 삶에서 이제는 누군가와 '어우러진' 그것도 비밀스럽게 좋아했던 취미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동체'의 삶으로 크게 변화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변화, 달라짐은 우라라 뿐 아니라 남편을 먼저 보내고 간간히 수업을 통해 이웃과 만남을 가지긴 하지만 거의 모든 식사를 혼자 하고, 자신도 젊었던 시절 가 본 후에 갈 수 없었던 장소를 당당하게 갈 수 있는 사람으로 변화시켰다.


 


BL이라는 장르를 좋아하는 여고생과 할머니의 만남이 신기할 뿐 아니라 실제 만화를 보는 독자들의 나이는 여고생과 할머니의 나이의 중간즘에 해당되기 때문에 한쪽은 이미 살아본 삶, 다른 한 쪽은 이제 만나게 될 삶이기 때문에 호기심과 설레임 그리고 추억을 되살릴 수도 있는 적정한 연령이라고 생각한다. 가볍게 책장을 넘길 수 있지만 일단 읽게되면 과거와 미래, 그리고 그것이 동성이든 이성이든 상대방의 마음을 알 수 없거나 세상이 허락하지 않는 상황에서 주는 스릴과 괴로움으로 인한 동병상련까지 정말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만화 <툇마루에서 모든 게 달라졌다>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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