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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것들
이다빈 지음 / 아트로드 / 2020년 1월
평점 :
이다빈의 산문집 <읽어버린 것들>은 1부 잃어버린 나 편과 2부 나를 찾아 떠난 여행으로 나뉜다. 1부는 그녀가 과거를 제대로 비어내고 오늘을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날들을 받아들이기 위해 글쓰기를 통해 비워내는 과정이었고, 2부는 그녀가 사회에 품었던 기대, 사회인으로서 마땅히 행동으로 보여줘야 했던 젊은 날과 역사에서 가엾이 흘러가버린 사람들, 민족을 쫓은 여행길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안에는 딸을 먼저 보내야했던 어미로서의 아픔과 그 아픔에서 벗어나 주어진 삶을 다 살아낸 후 아이를 당당하게 만나겠다는 의지를 볼 수 있었다. 아이잃은 어미의 마음이 얼마나 아픈지는 겪어보지 않고서는 결코 무어라 말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낳고서야 알았다. 아이가 조금만 침울해져도, 제대로 밥을 못먹거나 잠을 설치기만 해도 마음이 무너져 내리고 죄인이 된다는 것을. 글쓰기를 통해 치유된 작가들을, 그리고 그 저작들은 근래 많이 읽어서인지 그들의 아픔이 온 몸 여기저기 박혀 그 기간동안 나의 몸과 마음은 이전보다 훨씬 더 무거워졌다. 그 무거워진 마음을 이렇게 서평이라는 글쓰기를 통해 나 또한 비워내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의 서평은 내가 어떤 책을 읽었고, 어떤 마음이었는지를 기억하기 위한 정도였다면 이제는 치유의 과정 중 하나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책에는 이다빈 작가의 글과 함께 신지현 에디터의 사진이 함께 담겨있는데 이 사진또한 의미가 있다. 누군가 잃어버린 것들을 찍어온 사진들로 열쇠도 있고 버려진 인형도 있고 다 마신 음료수 팩 등 어쨌거나 에디터의 말처럼 한 때는 소중했지만 이제는 가치를 잃어버린 것들의 흔적이었다. 저자의 이야기와 어우러진 사진도 있는가 하면 그저 '잃어버린'것 뿐인 사진들도 많았다. 사진을 찍는 것도 누군가에게는 치유의 방법일 것이다. 꼭 그렇지는 않지만 나의 사진첩에도 버려진, 누군가 잃어버린 것들이 담긴 사진들이 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활자도 이미지도 모두 내 마음속에 잃었던 것들을 되살리고 또 잘 비워내는데 도움이 되었다. 과거에 우리는 사랑했던 연인, 가족, 젊은 시절 활활 타올랐던 적이 있을 것이다. 잃어버린 것을 다시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가르쳐주는 책은 아니다. 다만 더이상 잃어버린 것에 얽매이지 않는 방법을 알고자 한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좋은 벗이 있으면 둘이서 함께 가고, 좋은 벗이 없으면 버리고 홀로 가라고 했다. 내 마음이 고우면 나누며 함께 가고, 내마음이 탁하면 버리고 홀로 가라고 했다. 수많은 이별과 만남을 품은 강물처럼 흘러가야 하지 않을까. 25쪽
생일이 축하바을 일인지 생각해본다. 태어난 값을 했다면 마땅히 축하를 받아야 하겠지만 그 반대여도 축하해야 하는 걸까. 명분 없이 받은 박수와 선물은 언제가는 돌려줘야 할 빚이다. 49쪽
삶은 어둠과 빛의 순환이다. 인생에 빛만 가득할 수는 없다. 어둠이 있어야 빛이 보인다. 8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