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알고 있다 - 꽃가루로 진실을 밝히는 여성 식물학자의 사건 일지
퍼트리샤 윌트셔 지음, 김아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2월
평점 :
품절


#꽃은알고있다 #퍼트리샤위트셔 #식물학자의사건일지 #환경고고학


그저, 이 책을 자연과 죽음이 얽힌 매혹적인 가장자리로 여러분을 안내할 여행 가이드로 여기라. 그 여정에서 나는 식물에 범죄 수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잠재력이 있음을 처음 깨닫게 된, 하트퍼드셔의 산울타리로 당신을 데려갈 것이다. 19쪽


역자의 솜씨인지 아니면 원작자체가 이렇듯 감미로운 문체인지는 알 수 없으나 상당히 재미있는 책이라는 사실을 시작부터 알리고 싶다. 조금만 읽다 자야지, 혹은 이 사건만 해결되면 밥을 먹어야지 등의 핑계가 전혀 통하지 않았던 책이었기 때문이다. 저자의 약력을 읽지 않고 이 책을 펼친다면 아마도 미드나 영드에서 등장하는 세련된 환경고고학자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가 본격적으로 해당 분야에 뛰어든 것은 50세가 넘은 나이었다. 식물학, 꽃이나 먼지등의 흔적을 통해 범인을 찾기도 하고 사체를 찾기도 하는 등 범죄를 해결해가는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젊은 시절 식물학을 전공하기 전까지 매진했었던 일들은 물론 대학 도서관에서 식물학에 혹은 동물에 빠지게 되는 연구실에서 두 눈을 반짝거리며 책을 넘기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정도로 흥미롭게 쓰여진 이 책은 어쨌거나 사건일지가 주된 내용이기는 하다. 저자에게 처음 맡겨진 사건은 범인이 자신의 범죄를 인정했지만 안타깝게도 사체르 유기한 곳을 제대로 기억해내지 못한다. 땅에 파묻혀있을거라는 일반적인 추측과는 달리 마치 셜록이 등장하는 드라마 속 한 장면처럼 범죄현장을 짐작할 수 있는 증거물을 토대로 저자는 눈을 감고 현장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신기한 사실은 나중에 현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녀가 연상했던 현장과 거의 일치했다는 점이다. 가족들의 죽음을 안타깝게도 여러차례, 그것도 부모님뿐 아니라 자식을 가슴에 묻은 적도 있는 그녀에게 시신을 마주한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생각해본다. 덤덤해지거나 혹은 트라우마처럼 그녀를 괴롭힐 수도 있겠지만 그녀에게 사후세계의 대한 기대나 환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시신을 보고 통곡하듯 울었던 경험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것은 어린 소녀가 욕정을 조절하지 못한 남성에 의해 살해되어 그 아름다운 삶을 제대로 살지 못했을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생전에 지나치게 고통에 얽매여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죽음마저 평탄치 못했던 한 여인의 삶이 너무도 안타까워 울었다고 한다. 


저자가 사건현장에서의 활약상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법의학의 미래를 바라보는 저자의 의견도 기억에 남는데 4차산업혁명과 관련된 책에서 읽었던 DNA프로파일 부분은 사건을 해결하고 질병을 치료하는 이점과 동시에 DNA결과를 잘못 해석하거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크나큰 오류에 대한 안타까움과 식물학자답게 꽃가루와 포자를 비롯한 미세한 입자들이 제공하는 증거들의 영향력을 제대로 연구하는 인력의 부족을 지적하기도 한다. 저자는 초반에 밝히길 이 책은 관련학문의 전문서적도 아니고, 죽음에 관한 책도 아닌 자연과 죽음이 얽힌 여행 가이드라고 겸손하게 이야기했지만 결국 언급한 내용 중 어느것 하나라도 관심을 두고 있다면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물론 이런 분야와 전혀 상관없이 어떤 한 사람이 자신의 길을 찾고 때로는 방황도 하지만 그 자리에서 입지를 다지는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실화를 마주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