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의 광인일기, 식인과 광기 - 권위와 관습적 읽기에서 벗어나 21세기에 다시 읽는 「광인일기」
이주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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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인일기」는 루쉰이 오랜 침묵을 깨고 다시 문학의 마당으로 돌아와 발표한 최초의 작품이다. 「광인일기」는 이후 그의 문학 활동은 물론, 비판적 지식인으로서 참여한 사회운동의 출발점이 되었다. 바로 이러한 점으로 말미암아 「광인일기」는 루쉰의 사상 루쉰의 혁명, 루쉰의 문학을 살펴보는 데 있어서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되었다. -머리말 중에서 12쪽-

루쉰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아Q정전과 중국학자에 의해 청년들의 사다리가 되어준 루쉰에 관한 책이 내가 읽었던 책이 전부였기에 이주노 교수의 <루쉰의 광인일기, 식인과 광기>는 꼭 읽어보고싶은 책 중 하나였다. 더군다나 기존에 텍스트밖에서 해석되는 문학이 아닌 텍스트 내부에서 들여다보는 새로운 방식의 광인일기라는 점에서 더욱 읽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급한 마음에 원작읽기를 미루고 이 책을 먼저 보았지만 그에 따른 아쉬움보다는 오히려 제대로 더 잘 읽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1장은 저자가 강조하는 텍스트 내부에서 바라보는 광인일기로 ‘나’가 바라보는 형을 포함한 타자의 식인성과 타자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나’란 존재가 광인일 수 밖에 없는 까닭은 풀이해놓았다. 1절에서 등장하는 달의 의미는 ‘나’의 인식이 타자의 식인성을 의심하고 확증하면서 그가 가진 생각의 오류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며 동시에 루쉰이 왜 그 무렵 광인일기를 집필했는지에 대해 자연스럽게 전달해준다.


「광인일기」의 광인은 결코 루쉰의 관념적 세계에서 돌연 뛰쳐나온 산물이 아니다. 광인은 바로 루쉰의 오랜 독서 경험, 국민성 개조및 인간 확립[立人]이라는 사유체계, 그리고 당시의 문화 담론이 결합하여 빚어낸 독창적인 예술 형상이라고 할 수 있다. 광인은, 진실을 드러낼 수 없는 폭력적 권위 앞에서 오로지 광기만이 진실을 토해낼 수 있음을 표현하기 위해 창조한 예술 형상이다. 58쪽

광인은 쉽게 말해 미친 사람이다. 미친사람은 일반적인 정상과 비정상의 구도로 보자면 당연히 비정상, 우위를 논하자면 하향층에 해당된다. 이는 희망이 없는 상황 혹은 그런 사람이라 볼 수 있으며 올바른 목소리를 낸다할지라도 관행이나 관습에 의해 혹은 다수가 옳다고 하는 거짓에 의해 결국 비정상, 광인이 되고마는 현실적 부정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루쉰이 이 작품을 발표했을 시기에 그가 처한 상황은 희망을 전달한다는 것이 오히려 괴로움이 되는 시기였다는 점을 확인해야한다. 이런 글쓰기의 시대적 배경이 2장에서 다뤄지고 있고 3장에서는 광인일기와 견줄만한 세계문학 속 광인들의 모습을 찾아 비교문학연구로서의 광인을 만나게 된다. 마지막4장에서는 한중일 각국의 광인일기 연구 현황을 다루고 있다. 나처럼 원작을 읽기 전이라면 1장에서 다룬 내용을 먼저 읽은 후 3,4장 읽기를 권하고 루쉰에 관한 저작을 제대로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2장을 우선 읽기를 권하고 싶다. 그 후에 1장과 원작읽기 후 3장을 읽은 뒤 3장에서 다룬 고골, 모파상 그리고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작품을 읽고 마지막으로 4장을 읽으면 더욱 흥미로운 루쉰과 광인일기 독후활동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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