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기 두려운 당신에게
김여나 지음 / 더블:엔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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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부제(왜, 다시 시작하려고 하는가)까지 완벽하게 '이거다!'싶었던 책, <다시 시작하기 두려운 당신에게>는 읽기 전의 기대를 모두 충족시켜 준 책이다. 우선 내가 왜, 다시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가를 몰라서 선택한 책은 아니었다. 내 얼굴을 알면서도 정확히 어느 부분이 어떻게 보이는지, 또 어느 부분을 가리거나 드러내고 싶은지를 알아보기 위해 거울을 보는 것처럼 읽고자 했던 책이었다. 다시 제대로 시작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왕년에 멋있었던 내 모습 때문에'편에 등장하는 안좋은 예가 딱 나였다. 아이를 낳고 퍼진 몸을 보면서 더 바지런하게 움직이고 식이조절을 하기 보다는 과거의 사진만 들춰보며, 또 다녔던 장소를 추억만 하면서 이미 지난시간만 바라보고 있었다. 저자가 발췌한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의 저자의 말처럼 사라져버린 치즈를 가장 빨리 찾는 방법은 미련을 버리고 새 치즈를 찾는 것인데 그러질 못했다. 다가오는 시간마저 과거의 미련으로 다시 흘려보내고만 있었던 것이다. 저자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엄마가 한번쯤은 했을 신과의 약속, 이 부분도 격하게 공감이 되었다. 늦어도 한참 늦은 나이에 임신을 했기에 임신기간 내내 정말 여러차례 위험한 순간이 찾아왔었다. 저자는 아이를 지켜달라고 기도하며 약속을 했다지만 나는 아예 신께 맡겨드렸다. 감히 어떻게 하겠다는 약속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매일매일을 기도했던 걸 보면 어쩌면 나는 매일 기도드릴테니, 혹은 매일 기도드리니라는 전제를 약속처럼 했던 것이 아닐까 싶었다. 신과의 약속이라 다른 사람들은 알 수 없지만 스스로 정한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는 말이 와닿는 까닭도 이때문이었을 것이다. 


내가 몇 달란트를 받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받은 달란트를 가지고 어떻게 사용했는지가 중요하다. -중략-

나의 달란트를 땅에 묻어 두는 것이 아니라, 배로 불려서 사용되어지고 싶다. 

이것이 내가 다시 시작해야 할 이유가 되고, 내가 해야 할 일이며,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야 하는 소명이 된다.149쪽


서두에 부제까지 완벽했다라고 적었던 이유가 바로 위의 발췌문에 답이 있다. 내가 다시 시작해야 하는 이유가 '좋은 엄마, 아이를 바른 사람으로 성장시키기 위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그것은 내게 아이를 보내신 분이 내게 주신 달란트를 잘 사용해야 한다는 것과 다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시작해야 하는 이유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하지 못하는 이유를 책을 통해 제대로 깨달을 수 있었다. 더불어 예전부터 '나를 상품으로 팔 수 있어야 한다'라는 말에 무언가 찝찝한 느낌이 있었는데 그 이유마저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나는 상품이 아닌 '작품'이었다. 물론 세상은 작품마저 여러가지 의미로 잘 '포장'해서 '팔아야'하지만 그것이 경제적 가치가 아니라면 어떨까. 팔아야 하는 작품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지켜가야 할 작품이라면 포장이 아닌 보존이 더 우선시 될 것이다. 그런면에서 타인과 비교하며 나를 바꾸거나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내 성향, 내 달란트를 잘 사용하는 것이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성경을 통해 그리고 성직자와 교인들을 통한 실례가 많이 담겨있어 비신앙인에게는 다소 부담스럽게 다가올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한 가지다. 다시 시작하려할 때 드는 두려움을 떨쳐내는 방법, 그것을 알고자 한다면 잠시의 부담은 견뎌보자. 저자의 말처럼 그 두려움을 걷어낸 순간 빛 속으로 걸어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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