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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하찮니 - 스스로 방치한 마음을 돌아보고 자존감을 다시 채우는 시간
조민영 지음 / 청림Life / 2020년 1월
평점 :
#마음이하찮니.
38세. 마흔이 되기도 전에 번아웃으로 몸도 마음도 좌절하게 되었지만 오히려 그 시기를 잘 이겨낸 덕분에 그것이 인생의 두 번째 기회가 디었다는 독서치유지도사이자 치유글쓰기 강사인 조민영 저자의 에세이다. 그저그런 에세이겠거니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과거에 저질렀으며 여전히 저자처럼 깨닫지 못하고 있어서인지 새해에 이 책을 하루라도 빨리 먼저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선 저자의 말처럼 자신이 생각보다 혹은 적어도 보통사람보다 더 선하고 착하며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또한 매사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의외로 엄청난 기대와 그로인한 실망으로 자신은 물론 타인에게도 상처주고 있을 수 있다. 저자는 솔직하게 자신에게 있었던 일들을 통해 위의 가정이 사실일 수도 있음을 이야기한다.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을거라고 행한 일인데 알아주지 않거나 혹은 아무런 반응이 없을 때 과거속의 저자도 나도 상대방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혼자 열을 내고 또 몇 초 사이에 아예 상대방과의 인연을 끝낼 생각을 한다. 이 부분은 주변사람들이 그러면 안된다고 이야기해줘서 고쳐지긴 했지만 마음속에서는 왜 잘못된것인지, 그것이 잘못되었다면 혼자살고 말지라는 생각이 조금은 남아있었다. 하지만 저자는 왜 그래서는 안되는지보다 왜 그런 마음이 들게되었는지에 대해 말해줘서 속이 다 시원했다. 내가 옹졸해서(틀린 말은 아니지만)만 그런일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 분명 관계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지만 그 노력은 나만 알고, 나만 인정하는 내 기준에서의 노력이다. 상대방이 요구한 것도 아니고 심지어 상대방 기준에서는 그것이 부담이거나 노력이 아닐 수도 있는데 오로지 내 기준으로만 세상을 바라보고, 내 뜻대로 들어주지 않는다고 화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 신기하면서도 안타까운 사실은 저자가 말하는 이분법적 사고, 완벽주의, 잘못된 기대 그리고 두려움 등 이런 것들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저자가 그렇듯 나 또한 길에서 침뱉는 사람들을 정말 이해하지 못했다. 손으로 코를 풀며 지나가는 아저씨들을 보면서 나이들면 절대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하며 다짐하기도 했다. 단순하게 보자면 거리에서 침을 뱉는 것은 옳은 행위가 아닌 것은 맞지만 저마다 사정이란게 있을 수 있다. 저자는 심하게 아팠던 날 어쩌다보니 급하게 남의 화단에 가래를 뱉었을 때야 다른 사람에게도 그런 사정이 있을 수 있겠구나를 깨달았다고 한다. 결국 내가 경험하지 못한 부분에 있어서 나만의 잣대로 모든 사람을 판단해왔던 것이다. 이런 사람은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는 일도 거의 습관처럼 일어난다. 안타까운 것은 저자의 말처럼 타인과 끊임없이 자신을 비교하는 사람은 스스로를 잘 알지 못할 뿐더러 결코 행복해질 수 없기 때문이다.
혹시 내가 좋아서 하는 것도 아니고, 꼭 필요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멈추지 못한 채로 과도하게 하고 있는 일이 있는가? 그렇다면 그런 행동을 유발시키는 근원적인 원인에 대해 반드시 생각해봐야 한다. 무엇이 당신을 초조하고 불안하게 만드는지 말이다. 159쪽
책을 읽다가 번아웃 이후 몸을 추스리고 마음을 추스리기 위해 저자가 선택한 독서치유지도사 과정을 검색해보았다. 책을 좋아하고 책을 통해 얻는 것들이 얼마나 크고 많은지를 잘 알면서도, 과연 독서로 실질적인 '심리치유'가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했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1:1심리코칭이 아닌 독서, 그림책이나 영화등의 매개가 내담자가 좋아하는 매개체라 할지라도 상담과정에서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면오히려 벽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역시나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내 머리로만 생각하고, 내 경험으로만 내린 결론이었다. 저자도 이력만 보면 처음부터 수강생이 아니라 해당 커리큘럼의 강사를 해도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과거를 보고 자신과는 조금 다르다, 자신보다는 좀 더하다 등의 판단이 내려진다면 그야말로 이 책이 꼭 필요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