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다 도키코 - 사진으로 보는 사랑과 투쟁의 99년
마쓰다도키코회 엮음, 김정훈 옮김 / 소명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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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다도키코 #소명출판


마쓰다 도키코. 그녀의 출생부터 17세까지의 삶을 읽으면서 처음 떠올렸던 건 아주 오래전에 방영했던 TV드라마 <젊은이의 양지>였다. 극중 광부의 둘째 딸이자 사랑때문에 미혼모의 길을 택한 차희의 여동생 종희는 <광부의 딸>이란 제목으로 최연소로 문예대상을 받는다. 종희역시 책을 열심히 읽고 작가의 길로 들어서는데 마쓰다 도키코도 마찬가지다. 양부의 폭력으로 고통받는 엄마에게 도망가자 재촉하지만 엄마는 오히려 힘든 광부일을 통해 가족을 부양하는 양부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며 거절한다. 그런 마쓰다 도키코 역시 마치 종희처럼 책을 읽으며 그 시절을 견뎌낸다. 또한 종희처럼 그녀도 작가로서도 성공하지만 이 책을 읽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그녀의 사회운동가로서의 경의때문이었다. 앞서 언급한 드라마를 모르는 세대라면 최근에 출간된 <렌트 콜렉터>란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책을 읽어보면 캄보디아 쓰레기 매립장에서조차 글을 모르는 아이엄마가 아픈 아이를 위해 무언가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글을 배우고, 문학수업을 듣는 내용을 떠올리게도 했다. 마쓰다 도키코가 '하나'였던 시절은 그렇게 힘겹기만 했지만 비유를 들었던 두 작품과 그녀의 공통점, 엄마로 부터 무한한 사랑을 받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책. 부모 중 한 사람이라도 극진한 사랑과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책'이 있다면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은 갖춰지는 가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세상에는 인간같지 않은 인간이 주변에 너무나 많기 때문에 인간답게 살려고 하는 이들의 선한 의지가 꺾이게 되는 비극이 끊이질 않는다. 오빠 만주와 함께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먼훗날까지 그녀를 인도해준 이토사타로 선생과의 교류가 시작되었지만 양부가 몹쓸 행동을 시도하여 적십자사 간호원 수습시험을 통해 기숙사로 탈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만 그마저도 미쓰비시와 양부로 인해 좌절되고 만다. 그때부터 이토 사타로에게 조언을 구하게 되고, 그는 교원이 되는 길을 안내하여 광산에서 일하면서 독학으로 사범학교 입학시험을 준비한다. 여기까지만 봐도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라는 속담이 있는지 알 것 같았다. 가정과 사회속에서 받았던 부당한 대우를 가슴치고 눈물만 훔쳤던 것도 아니고, 글로만 외쳤던게 아니다. 나가서 투쟁하고 현장에서 그녀가 직접 듣고 나눈 이야기를 다시금 문학으로 알리는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마치 중학교 이후로 읽지 않았던 위인전을 다시 읽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이렇게나 고비가 많았던 분이 나쁜마음을 먹지 않고 이타적인 사람으로 바르게 성장해서 읽는 내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참 아프기도 했다. 그녀의 시련은 잠시도 그녀를 피해가지 않았다. '운동'을 멈추면 시련이 멈췄을거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녀가 당한 부당함을 멈추기 위해서는 운동할 수 밖에 없었다고 느껴진다. 22세 어린 나이에 출산을 하였지만 남편은 같은 이유로 구금된 상태였기 때문에 다른 가정의 유모가 되어 생계를 이어갈 수 밖는 모욕적인 시절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그녀의 문예실력은 사그라들지 않고 상금을 받을 정도였으며 그 마저도 불우한 이웃을위해 일부를 기부하기도 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마음의 문제, 정신의 문제겠죠. 그러므로 아무래도 넘쳐흘러요, 쓰지 않으면 견딜 수 없어집니다. 괴로워지니까요. 내 경우에는 외치는 것처럼 시를 쓰기도 하는데, 그것이 문학이 되거나 되지 않거나 하는 건 별도의 문제이며 쓰고 싶어서 썻다고 하는 그러한 형태입니다. 당시의 내가 쓴 것은. 167쪽


세상에는 다양한 사회, 노동운동가들이 존재한다. 그들의 삶이 풍족할 수도 있고 마쓰다 도키코에 비해 조금은 안정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그보다 더 초라하고 비참할 수도 있다. 연말에 읽었던 책을 연초에와서야 리뷰를 적는 까닭은 과연 내 삶은 어디즘에 머물고 있는지, 또 어떤 삶을 진정으로 갈망하고 있는지를 확신할 수 없어서였다. 운동가로서의 삶은 솔직히 자신이 없지만 적어도 이렇게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마음과 삶의 일부를 선뜻 내어주는 이들의 책을 읽고 함께 공감할 수 있도록 적는 것만큼은 계속 하고 싶고 그럴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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