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일랜드에서 멈추다 - 초록빛 힐링의 섬
이현구 지음 / 모요사 / 2019년 12월
평점 :
#초록빛힐링의섬아일랜드에서멈추다 #아일랜드 #힐링의섬 #이현구 #모요사
어느 날 아침, 읽을거리를 찾아 책장을 두리번거리다가 [애정의 봄날들]의 초록 색 책등위에 눈길이 멈췄다. 망설임 없이 이 책을 가방에 넣었다. 더블린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책을 읽는 동안, 존과 연애하던 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났다. 69쪽
책제목에 적힌 '초록빛 힐링의 섬'에 해당되는 부분이 개인적으로는 읽기 전 부터 맘에 들었다. 더블린에 방문했을 당시 기념품가게에서 날 위한 선물로 구매했던 워터볼 속 아일랜드는 초록 그자체였는데 막상 국내에 가져와보니 더블린 혹은 아일랜드라는 키워드에 초록을 떠올리는 이가 없어 해당 기념품을 구매한 나를 의아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아일랜드는 이토록 초록말이다. 이 이야기를 서두에 늘어놓은 까닭은 그동안 많이 들어온 아일랜드가 아닌 이 책을 통해 새롭게 혹은 더 자세하게 알게 된 아일랜드에 대한 얘기만 하고 싶어서였다. 내가 잘 모르는, 혹은 누군가를 위해서.
사실 아일랜드를 방문하면서도 북아일랜드까지는 한 번도 못가봤다. 그래서 후반부까지는 이러쿵저러쿵 홀로 참견도 해가며 읽었지만 북아일랜드가 등장함과 동시에 다음 여행에는 반드시 가보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집중하며 읽은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한국과 일본과 같이 아일랜드도 영국과의 충돌이 있었고, 자의로 인해 아일랜드는 북아일랜드에 해당되는 부분이 영국령에 속하게 되었다. 사연을 좀 더 알아보자면 영국왕실의 지지자들의 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종교로 인한 갈등이 분단 아닌 분단을 만든 주요 원인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아일랜드 거리를 걷다보면 교회를 정말 많이 접할 수 있고 그런이유로 종소리가 비종교인이라면 소음에 가까울 만큼 울려퍼진다. 북아일랜드지방이 영국국교회(성공회)쪽, 정통가톨릭파가 아일랜드다. 북아일랜드의 수도는 벨파스트로 '블랙택시'투어를 하다보면 해당 시대를 직접 경험한 운전사가 관련 장소에 대한 설명을 방문할 때마다 설명해주는 투어로 저자가 추천하는 코스이기도 하다. 사실 아일랜드만 다녀와서 그런가, 저자가 말하는 위의 내용, 가령 분단된 갈등과 분열이 지금까지도 이어진다는 그 음울한 분위기를 느껴보질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에 아일랜드를 간다면 아예 더블린에서의 일정을 2일 정도로 단축하고 북아일랜드와 제임스 조이스 생가를 방문할 것 같다. 그리고 맥주와 음식에 관한 내용을 또 빠뜨릴 수 없다. 저자의 강점이라고 표현하자니 좀 그렇긴해도 남편이 아이리시라는 점은 관련 내용을 집필할 때 엄청난 도움이 되었을테고 나와같은 독자들에게도 다른 책에서는 만나기 힘든 팁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인것은 분명하다. 아이리시 집밥'카버리'-즉석에서 고기를 썰어 감자, 당근, 양배추 등 여러 가지 익힌 채소와 함께 한 접시에 담아주는 음식을 통칭하는 말로, 주로 펍이나 호텔에서 주말 점심으로 제공한다 (143쪽 각주)-를 떠올리는 저자이 이야기에 각자 떠올리는 아이리시 집밥이 있을거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기네스공장에서 마신 맥주맛만 계속 생각난다. 저자의 남편이 추천하는 카버리 맛집으로는 '요트 바 앤드 레스토랑, 올리버 세인트 존 고가티, 피프티원 바'로 상세한 내용은 책이나 해당 웹사이트에서 얻을 수 있다. 음식이야기가 나온 김에 크리스마스 시즌에 방문해서 즐기면 좋은 메뉴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아일랜드에서만 맛볼 수 있는 크리스마스 음식도 있다. 동그란 접시모양의 '민스 파이'다. 다진 고기를 소로 넣고 오븐에 구워낸 식사 대용 파이와 이름은 똑같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에 먹는 민스 파이는 고기 대신 건포도, 크랜베리 등으로 만든 과일 조림이 들어간 달콤한 디저트 파이다. '크리스마스 케이크'라고 부르는 디저트용 케이크로 각종 건과일이 잔뜩 들어있다. 227쪽
북아일랜드와 먹거리 얘기만 적었지만 책에는 이외에도 저자가 추천하는 멋진 서점, 연인과 함께 걸어보고픈 아름다운 길을 포함한 더블린 외곽의 도시들에 대한 이야기도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재차 말하지만 지금까지 읽었던 아일랜드보다 좀 더 다양한 그러면서도 로컬에 가까운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