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학의 고향, 카슈미르와 간다라를 가다
권오민 지음 / CIR(씨아이알)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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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었으니 이제 지난 해라고 말해야 할 2019년 한 여름. 무거운 몸을 이끌면서까지 찾아가 들었던 강의가 바로 불교미술에 관한 것이었다. 불자도 아닌 내가 그렇게까지 가고 싶었던 것은 신앙을 갖기 전 이따금 산에 올라가거나 종로에 있는 절에 방문할 적이면 마음이 이내 편안해졌던 기억이 있는 반면, 불교미술은 여전히 내게 무섭고 어렵기만 했기에 좀 더 잘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 타종교를 타인을 이해하듯 하고자 하는 노력을 해보고 싶어서였다.

저자는 해당 책을 통해 불교학의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불교는 우선 유일신을 믿는 종교와는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사람에게 의지하지 말라, 법에 의지해야 한다는 불타의 말 자체는 유일신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되었다. 다만 수도이기도 했던 간다라에서 카슈미르로 집결지를 옮겼던 까닭은 습한 기후에서 벗어나 주변이 전부 산지인데다 물산이 풍부하여 선인들이 모여들기 좋은 곳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무굴제국의 아크바르 황제가 제나두, 즉 이상향이라 여겼으며 불타 또한 사마타와 비파샤나 수행의 최적지라고까지 하였다고 한다. 한국에서의 절이 산속으로 몰려있는데에 이유가 있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다 사정이 있었다. 하지만 간다라든 카슈미르든 불교의 진원지이자 중심이지이만 그 위치가 갠지스강을 중심으로 했을 때 변방에 위치한 까닭으로 위협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을 뿐 아니라 불교가 인도에 정착한 이후로 더더욱 홀로 남아 불교의 명맥을 이어올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사연도 들을 수 있었다.   

즉 카슈미르 결집에서 5백명의 아라한이 모여 편찬하였다는 아비달마대비바사론 200권은 바로 이에 대한 비바사사의 해석으로 그들은 여기서 다루고 있는 일체법은 그자체로서 진실이며 따라서 실유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반해 중관에서는 이는 개별적 실체 /실체성을 갖지 않은 토끼 뿔과 같은 개념적 존재로 이해하였고 유식에서는 다만 마음 상에 나타난 표상일 뿐 이라고 해석하였다. 이러한 유심론적 해석의 경우 마음은 이른바 6식으로 분별되는 표층의 그것이 다가 아니며, 심층에 심층의 마음이 고려되어 불교는 마침내 절대 일월론적 경향을 돌아서게 되었던 것이다. 145-6쪽

위의 발췌문처럼 책에서는 간다라 및 카슈미르에 대한 지역적 특색에 더해 불교서적 편찬에 관한 내용도 이에 못지 않게 방대한 양으로 소개되고 있었다. 뿐만아니라 이 책을 읽고자 했던 불교미술과 관련된 토기등에 관한 발굴 및 보존에 관한 부분도 포함되어 있고 이것이 단순히 글로서만 등장하는게 아니라 토굴 당시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주변 지형을 담은 사진도 함께 담겨져 있어 저자의 발이 닿은 곳이 영 멀게만 느껴지지 않아 좋았다. 저자는 카슈미르와 간다라의 답사여행, 그리고 파미르 너머 중국의 카슈가르와 텐산의 토르갓 패스를 통해 이어진 실크로드 여행을 아들과 다녀왔다. 자녀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부분에서 또 한 번 아, 하고 부러움과 경의에 찬 모습으로 저자를 바라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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