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민화로 떠나는 신화여행 / 하진희 지음/ 인문산책각 문화권에는 해당 문화의 토대가 되는 설화 혹은 신화가 존재한다. 인도역시 수억명의 인구보다 더 많은 신들이 존재하고 그 신들의 이야기가 예로부터 전해내려와 민화로 탄생하며 그들곁에서 늘 함께 하고 있다. 소녀들이 엄마에게 바느질이나 요리를 배우듯 민화그리는 방법을 전수받는 것도 인도의 전통이라 할 수 있다. 인도민화와 관련하여 오랜기간 연구하고 인도에서 공부한 저자의 이력덕분에 번역본이 아닌 한국어가 원작인 책이라 그런지 글이 술술 읽힌다. 신화의 계보를 보자면 조금씩 탄생배경이 다른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불의 신 아그니, 비의 신 인드라, 태양의 신 수리야를 베다의 삼신이라 하고, 힌두의 삼신은 창조의 신 브라하, 보호의 신 비슈누, 파괴의 신 시바로 나뉘어진다. 민화는 마두바니 민화, 왈리 민화, 그리고 남부지방 민화로 나뉜다. 인도의 신화는 인간과 관련된 것 뿐 아니라 자연과 관련하여 동물의 모습으로 인간을 찾아오는 신의 모습들도 있어 재미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인도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신화인 라마야나는 라마와 아내 시타, 그리고 형을 따라 유배지인 숲으로 함께 온 락슈마나의 이야기를 말하는데 그 중 바다의 신과 있었던 일이 특히 흥미로웠다. 아내가 악마에게 붙잡혀가자 그녀를 구하기 위해 동생과 함께 쫓아가지만 바다가 가로막아 건널 수 없자 라마와 숲속동물들이 한 마음으로 바다의 신에게 기도를 올린다. 하지만 바다의 신은 그를 위해 바닷물을 전부 말릴 수는 없다면서 모른 척하고만다. 화가난 라마는 자신의 궁수실력을 발휘하여 바닷속으로 활을 쏘아 바다신의 오른쪽 어깨를 맞춘다. 이에 놀란 바다의 신이 사과하며 바닷물을 말릴 수는 없으나 다리를 세워 건널 수 있도록 바닷물에 바위나 흙을 던져주면 자신의 힘으로 가라앉지 않게 해줄 수는 있다고 말한다. 라마의 동생 락슈마나는 그렇게 하려면 몇 천년이 걸린다며 만류하지만 숲속의 작은 동물 다람쥐까지 자신의 몸을 흙에 굴려가며 이를 돕는다. 그 모습이 우스웠던 원숭이들은 웃고말지만 라마는 다람쥐의 노력이 갸륵해 그를 쓰다듬고 축복을 내려준다. 이때 생긴 다섯 줄의 무늬가 지금의 다람쥐 등에 새겨진 무늬인 것이다. 청솔모와 다람쥐를 구분할 수 있었던 갈색 줄이 라마를 도와주고 받은 축복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재미롭고 자연친화적인 신화이다보니 인도인들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아있었을테고 민화로도 전해진 것이 아닐까 싶다.물론 이렇게 아기자기한 신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난장이의 신으로 분해 악마의 왕에게 교훈을 내려주는 일화도 있는데 그리스로마 신화보다는 좀 더 관대하고 덜 유치해서인지 개인적으로는 이야기자체로는 훨씬 맘에 들었다. 저자의 강의를 기회가 된다면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만 원색적이면서도 특징을 부각시킨 화풍이 지나치게 화려하기도 하고 과장된 측면이 있어서인지 아니면 그동안 교과서나 일상에서 접하던 화풍이 그리스로마의 신화여서인지 보(?)는 그림으로는 인도민화가 다소 낯설게 느껴지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