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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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엔젤의마지막토요일 #루이스알베르토우레아장편소설 #다산책방


멕시칸으로서의 자부심과 미국 영주권자의 자부심을 동시에 가진 빅 엔젤의 70세 생일과 그 하루 전 100세 노모의 장례식의 모습을 담은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의 장편소설,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은 위안부 판정을 바은 70세 노인이 주인공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면 결코 범상치 않을 것 같은 노인의 이틀간의 헤프닝으로 볼 수 있겠지만 사실 이야기속에 등장하는 세월은 그의 할아버지 대로 올라가기 때문에 시간상으로도 결코 단편적이라 할 수 없고 멕시코인이 미국에서 적응하며 살아가는 이민자의 이야기라 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가족소설이라 불리는 것이 더 잘 어울리기도 한다. 위안부가 된 빅 엔젤은 이민자가 취업하기에는 꽤나 어려운 관리직에 종사하고 있으며 미국인들 시선으로 볼 때 시간개념이 없는 멕시코인 같지 않게 시간을 엄수하는 단호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다. 부모에게 학대와 가까운 대우를 받고 처음에는 양육의 방식이 폭력적이었으나 결코 옳지 않은 것을 답습하지 않는 성격탓에 그의 생일에는 그의 자녀들은 물론 그를 아버지처럼 여겼음을 깨달은 이복형제 리틀 엔젤까지 참석 하는 등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도 화려하다. 아내 페를라의 이야기를 할 때면 그녀가 나이들어 젊은의 영광은 사라졌어도 여전히 아내를 매력적으로 느끼며 애정을 갖는 모습을 보여주는 부분은 빅 엔젤의 성격이 꽤나 푸근하고 너그러울 것 처럼 보이지만 이와 반대로 예수님께 기도드릴 때 조차 흥정을 하거나 심지어 욕설을 내뱉는 장면들에서는 강한 사내가 아니라 거친 망나니처럼 보이기도 했다. 독자의 성향에 따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에 더 들어오는 부분이 있을텐데 '감사'노트를 작성하는 부분을 이야기하고 싶다.


"뭘 감사하라는 건데?"

"그건 네가 알아서 해야지. 네가 뭘 감사해야 하는지 내가 어떻게 알려주겠어."

"같잖은 소리군." "같잖다니, 감히 그런 말을 하냐. 어쨌는 너는 스스로를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는 놈이잖아."

"그래서 감사를 어떻게 해?"

"일단 해봐. 감사는 기도와 같은 거야 기도란 하면 할수록 쓸모가 있어." 105쪽

친구 데이브의 권유로 시작된 감사는 빅 엔젤 뿐 아니라 그의 가족들이 성모님과 예수님께 대화하듯 기도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신은 그들에게 소원을 들어주지 않거나 원치 않은 일을 해야하는 상황에서는 감정쓰레기통이 되어주기도 하고 우연처럼 자신의 예상이 들어맞는 경우에는 작은 소리로, 혹은 마음속 소리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한다. 이런 모습들이 신앙을 가진 내게는 그 어떤 독실하고 고상한 신앙인들보다 훨씬 더 신의 가호아래 가족들이 살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느껴졌다. 그런가하면 빅 엔젤의 거동이 어렵기 때문에 그의 딸 미니가 아버지를 엄마 페를라와 함께 씻기고 분을 발라주거나 기저귀 등을 갈아주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 부분과 그런 상황에서 부녀가 나누는 대화가 인상적이었다. 아이로 부모를 만나게되지만 결국 다시 부모는 자녀들의 아이가 된 것처럼 보살핌을 받게 된다. 부모가 아이를 제대로 돌봐주지 않았을 경우 마찬가지로 나이들어 아이들에게 제대로된 돌봄을 받기란 어려울 것이다. 빅 엔젤의 삶이 어떠했는가를 그가 겪어온 사건들을 읽으면서 헤아려볼 수도 있겠지만 내겐 미니와의 대화, 아내와의 대화, 이복 동생과의 대화들로 그를 평가아닌 평가를 하게 되었다. 사랑한다는 말보다 놀리거나 장난치듯 상대방의 미안함과 수고로움을 덜어주는 그들의 대화는 잦은 욕설로 불편한 마음이 들다가도 이내 미소가 지어졌다.


총잡이는 계속 어찌할 줄을 모르고만 있었다. 오늘은 살면서 최악으로 웃음거리가 된 날, 다 망해버린 날이었다. 이 가족들, 다들 미쳤군. 게다가 말도 너무 많아. 480쪽

가족영화를 보면 오랜기간 오해로 인해 갈등하다가 가족 중 누군가의 죽음 이후에 겨우 해소되는 안타까운 내용들이 많았다. 마치 그 영화를 보면서 돌아가 가정에게 충실하라는 의미처럼 다가오기도 했지만 빅 엔젤의 가족처럼 서로 평생을 안 볼거 처럼 굴거나 폭력이라 부를 만큼의 무시와 학대속에서도 그 깊은 곳에서 이미 가족일 수 밖에 없는 모습들을 통해 그림처럼 늘 화목하지 않더라도 지금 내 가족들도 충분히 완벽하게 행복하고 두터운 가족애를 가지고 있음에 안도하고 감사하게 만든다. 감사하기와 가족을 대하는 방법 그리고 내가 믿는 신과 좀 더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 소설이었다.

#감사노트 #아엠그루트 #KFC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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