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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어떻게 삶을 바꾸는가 - 불평등과 고립을 넘어서는 연결망의 힘
에릭 클라이넨버그 지음, 서종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1월
평점 :
<도시는 어떻게 삶을 바꾸는가>의 부제는 '불평등과 고립을 넘어서는 연결망의 힘'으로 도시계획이 실질적으로 불평등을 낳을 수도 있고 반대로 공동체적 삶을 결속시키는데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공간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으로 장소의 역할에 따라 우리는 상대방에게 신뢰를 갖기도 하지만 반대로 불특정 다수를 향한 적대감을 표현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도서관이나 텃밭과 같은 공간에서 마주치는 이웃과 의견이 대립되는 장소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극적으로 나뉜다.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어쩌면 앞으로 몇 년 안에 전 세계는 인프라에 수조 달러를 투자하게 될 것이다. 인구 증가, 소비 증가 및 지구온난화 등으로 인프라에 막중한 스트레스가 가해진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또 전력, 교통, 식량, 식수, 통신, 기후 등에서 현재 의존하고 있는 시스템들이 낙후했음을 감안한다면, 투자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 34쪽
현대는 물론 앞으로도 줄곧 전망있는 사업은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물건을 파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지금은 인프라를 얼마나 잘 조성하는지가 사업성공의 관건인만큼 사회속에서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해진 다는 사실은 당연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가 당연하지만 이때 우리가 반드시 넘어가야 할 과제가 바로 사회적 인프라로 공공사업으로 꾸려질 수 있는지의 여부라는 것이다. 간혹 SNS를 둘러보다가 좋은 공공사업 현장을 마주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댓글이 '내가 낸 세금으로'라는 내용일 것이다. 이를 두고 저자는 사회적 인프라라는 개념이 아직 친숙하지 않아서라고 하지만 그 언제보다 '혼자'사는 세상이 된 지금 개념보다는 실질적으로 와닿는 혜택이나 효과를 느껴보지 못해서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사회적 인프라는 어떤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가. 바로 이부분이 본문에서 주로 다뤄진 내용이다.
도서관은 사람들이 서로 친구가 될 수 있도록 돕고, 도서관 수업이 아니었더라면 서로 모르고 살았을 이웃들 간에 지지망을 형성하는 데 일조한다. 도서관은 배우고자 하는 부모나 배워야 하는 부모들에게 양육법을 가르쳐준다. 도서관은 밤늦게까지 혹은 주말에도 일하는 부모들, 어린이집에 보낼 돈이 없는 부모들을 위해 어린아이들을 보살핀다. 도서관은 아이들이 제대로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확신을 가족에게 심어준다. 60쪽
저자를 봐도 알겠지만 위의 내용을 한국 도서관에 그대로 적용, 비교하며 불만을 가질 필요는 없다. 사실 한국의 도서관은 입시위주의 학생들을 위해 늦은 밤까지 열람실을 개방하거나 직장인들을 위한 자료실을 야간운영과 같은 시스템은 잘 되어 있지만(물론 도심에 한해서)상대적으로 육아나 보육을 위한 시스템은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결국 저자가 말하는 사회적 인프라가 고루 편성되지 않아 발생하는 불균형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저자는 이와 같은 이유등으로 도시를 구성할 때 인간적인 부분보다 '계획적인' 부분이 중요한 이유임을 설명해준다. 또한 긍정적인 예로 든 도서관역시 늘 평화로운 사회적 인프라인 것은 아니다. 저자도, 그리고 나 또한 실제 도서관에서 근무하면서 그렇지 못한 경우를 심심치 않게 목격,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지 위해 엄격한 규범이나 전문가를 배치하는 것이 아닌 자율적인 규칙으로 해결하는 방식이 더 잘 통한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보여준다. 도서관에 이어서 또 이야기 해볼 장소는 최근 국내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는 '공동주택 프로젝트'이다. 도서관과 마찬가지로 자율적인 방식으로 관리를 시도했을 때 거주인원이 많지 않을 때는 가능했지만 서른세동이나 되는 단지일 경우에는 외부인관리부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사회적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고 개념이 이해되지 않을 경우 다수의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서는 자율적인 해결이 불가능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즉 범죄와 연결되는 부분으로 이와 함께 상업 시설의 활성화에 따른 문제도 함께 언급되면서 젠트리피케이션과 관련된 내용도 언급된다. 저자는 상업 시설은 경제를 살리고 사람들을 집안에서 밖으로 나오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주기 때문에 상업 시설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범죄를 낮추고 도서관과 같은 긍정적인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범죄자를 가두기 위한 시설을 늘리는 것보다 나은 것이다. 물론 사회적 인프라가 늘 긍정적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고 잘못된 방식의 운영 혹은 결과로 오히려 회복하는 데 인력과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는 사례와 이에 대한 대책을 이어서 설명해준다.
위급한 사회적 문제들과 정치적 양극화에 기인한 교착 상태로 대표되는 이 시대에서는 정부에 대한 모든 희망을 버리고 새로운 해결책을 거의 절박하리만치 찾아다니게 된다. 우리 시대에 등장한 이러한 해결 책들 중 대부분은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하는 실험적이고 사적인 해결책들이며, 시장이 우리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들을 가져다 주리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 323쪽
사회적 인프라의 필요성과 함께 과거부터 현재까지 구축된 공간들에서 발생한 문제점들에 대한 부분도 저자는 외면하지 않고 분석해서 설명해주며 무엇을 어떻게 대처해가야 하는지도 이야기해준다. 물론 자연재해와 같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저자는 아직까지 인류에게 희망이 있음을 언급하며 사회적 인프라스트럭처의 역할과 기능이 다른 어느때보다 더욱 활발하게 회자되고 건설되어야한다고 결론짓는다. 도서관을 좋아하고 과거이긴 하지만 실무자였던 경험이 토대가 되어 해당 공간이 자주 언급되어 이해도 쉽고 무엇보다 평등과 범죄와 관련하여 해결책에 방안으로서의 인프라스트럭처를 이야기하는 저자의 의견에 공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