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로 보는 아이네이스 - 로마 건국의 신화
베르길리우스 지음, 강경수 엮음 / 미래타임즈 / 201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읽어도 읽어도 단편적인 것만 남고 늘 새로운 이야기가 아마도 그리스 로마신화인 것 같다. 기억에 남는 건 신들은 질투가 참 심하다 못해 지나치게 이기적이었다는 건데 로마건국신화 <아이네이아스>에서도 이런 모습이 등장한다. <아이네이아스>는 단테 신곡에서 안내자로 등장하는 베르길리우스가 지은 미완성 작품으로 무려 11년간 집필하고도 결국 끝내지 못했지만 완성도가 높아 사후에 교과서로 쓰이기까지 했다. 처음 읽는 베르길리우스의 작품이라서도 반가웠지만 명화와 함께 읽을 수 있다는 것이 더 좋았다. 책을 읽기전에는 명화에 대한 설명이 지나치게 많을까봐 걱정했는데 그림동화를 읽은 것처럼 상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만큼 장면장면 화가별로 여러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구성이라 좋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질투와 이기심이 나름의 매력인 헤라여신이 아이네이스 일행을 방해하는 장면에서는 헤라의 명을 받는 아이올로스를 그린 회화작품, 이를 저지하는 포세이돈은 조각작품으로 보여준다. 그런가하면 디도여왕에게 도움을 구하는 아이네이스의 모습은 샤를 앙투안 쿠아펠의 작품, 자코포 아미고니의 작품, 조슈아 레이놀즈의 작품 그리고 레모츠까지 총 네명의 작품으로 보여준다. 화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당당하면서도 패기넘치는 아이네이스와 아름다우면서도 우아한 디도 여왕의 분위기는 각자의
방법으로 잘 드러나있어 신화의 영향력이 얼마나 위대한지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안타까운 것은 아프로디테의 예감대로 디도 여왕과 아들 아이네이아스는 사랑에 빠지지만 로마건국의 운명을 위해 두 사람은 헤어지고 결국 디도는 자결한다. 이 장면을 그린 작품중에서 도소 도시의 <디도의 슬픔>이 눈물이 그렁그렁한 디도의 아픔을 절절하게 그려내 보는 내가 다 슬펐다. 명화로 작품을 만난다는 것이 아마도 신화라는 다소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이처럼 생생하게 느끼게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명화가 곁들여져 있어 좋은 또다른 이유는 서두에서 말한대로 여러 번 읽어도 사실 누가 내게 로마건국신화를 물어오면 제대로 설명할 수 없겠지만 관련 작품을 만나게 되면 해당 작품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는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메젠티우스가 아이네이아스에게 죽임을 당하는 장면을 목판화, 회화, 부조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한 작품을 보며 신이 정해준 운명을 따라 연인을 배신하는 아이네이아스보다는 죽음의 신으로부터 자신의 운명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쟁에 나가는 메젠티우스의 의지를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신화 읽기가 너무 버겁거나 어차피 들어도 매번 비슷하게만 느껴졌다면 이처럼 생생하면서도 기억력을 높여주는 명화로 읽는 아이네이스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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