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 45분, 나의 그림 산책 - 혼자 있는 시간의 그림 읽기
이동섭 지음 / 홍익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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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새벽 1시 45분, 나의 그림 산책>는 마음이 울적하면 울적해서, 혼자인 시간이 무료하면 무료해서 책을 꺼내듯 그림을 꺼내보는 저자 이동섭의 에세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여타의 그림에세이처럼 그림한장을 놓고 그와 관련된 감상과 더불어 두런두런 이야기를 건네는 방식인줄 알았는데 그림 자체를 두고 작가에 대한 배경이야기나 해설에 가까운 내용은 그리 많지 않았다. 심지어 손과 관련된 작품의 경우 쌩뚱맞기까지 하지만 이 방식이 참 맘에 들었다.



 




그렇다면 본질은 알맹이나 껍질이 아니라, 겹쳐잇는 상태일까? 그것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나뭇가지 위의 체셔 고양이와 같다. 체셔 고양이의 몸은 사라져도 그의 웃음은 한동안 허공에 잔상처럼 떠 있다. 마치 고양이의 본질은 몸이 아니라, 그 사라져가는 웃음인 듯 말이다. 58쪽


마트료시카와 체셔 고양이 편에 실린글로 나란히 체셔 고양이 그림도 함께 실려있다. 저자는 마트료시카를 보며 체셔 고양이를 떠올리고 난 체셔 고양이 그림을 보고 고양이가 그려져 있던 보들레르의 시집을 떠올렸다. 다양한 길고양이가 때로는 화려하게 또 어두침침하게 그려져있던 그 책이 떠올랐다. 그 책 속 고양이가 익숙함과 친근함이라면 체셔 고양이는 내게 낯설고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다가온다. 같은 그림을 보고 떠오르는것은 다르지만 하나의 그림을 두고 생각을 나누기 때문에 오롯이 혼자이지만 혼자이지 않은 기분이 들어 좋았다. 그런가하면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의 <판도라>작품에서는 저자와 나의 생각이 또 어떻게 달랐을까.



 



처음 연애할 때 이런 나의 판도라 상자가 열리(게 만드)는 상대는 나와 맞지 않는다고 해서 헤어졌다. 하지만 상대는 달라져도 늘 어느 시점에 나의 그런 면들과 직면하게 되자, 그것이 전적으로 내 문제였음을 깨달았다. 178쪽


나에게 있어 판도라 상자는 무엇이며 그것을 열려고 시도했던 이가 있었는지를 생각하기도 전에 그림이 정말 맘에 들었다. 19세기 그림으로 조심스레 상자안을 열어보는 여인의 표정과 열린 틈사이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은 신비로움 그 자체다. 세상의 평화는 깨졌지만 희망만큼은 남겨둘 수 있었기에 저자는 자신이 만나는 상대를 희망으로 여기고 그 사람을 만나는 동안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말한다.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보는 그림은 전시장에서 볼 때와 또 다르고, 그저 작가의 이야기만 볼 때와도 또 달랐다. 저자와 이야기와 그림이 전혀 매치되지 않아 갸우뚱 하기도 했지만 같은 그림을 두고 어떤 상황과 감정이 일었는가를 나와 비교하며 읽다보니 이 책의 제목과 '이 책과 함께 오롯이 혼자서 충만한 시간을 보내라는'저자의 바람이 제대로 이해되었다. 그림에 대해 잘 알지못해도 혹 이 작품이 어떤 화법으로 제작되었는지도 신경쓸필요없는 시간, 새벽 145. 저자의 그림 산책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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