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와 꿀벌과 나
메러디스 메이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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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양봉을 하는 건 꿀벌이 저를 길러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메러디스 메이의 <할아버지와 꿀벌과 나>는 출간소식을 듣자마자 제목만 보고서도 이 책은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태계를 유지하는데에 있어 꿀벌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지를 알게 된 후부터 꿀벌이 등장하는 작품이라면 관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온다리쿠의 <꿀벌과 천둥>이 떠오르기도 하면서 과연 이 소설에서는 꿀벌이 어떤 중대한 역할을 맡았을까 기대했는데 무려 소설도 아니고 저자의 에세이라고 하니 기대는 점점 더 커졌다. 그리고 실제 첫 장부터 맘에 쏙들었다. 묘사가 지나치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례할 만큼 난해하지도 않은, 에세이지만 소설처럼 화자의 이야기를 쫓다보면 어느새 머릿속에 붕붕 하고 꿀벌들이 돌아다녔다. 저자처럼 여기저기 쏘여서 어질어질 해진다기 보다는 비단 저자 뿐 아니라 누구라도 생애 어느 한 순간은 꿀벌처럼 자연으로부터 '길러졌다'라고 느끼는 순간이 있기에 나도 그 한 때가 떠올라 같이 어질어질 했던 것이다.


5살의 어린 아이에게 있어 부모는 세상의 전부다. 그렇기 때문에 두 사람의 관계가 행복하면 온 세상이 다 안정적이고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위태롭거나 지나치게 눈치를 보며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그런 아이에게 세상이 공격적이지도 않고 이기적이지도 않으며 서로 '함께' 상생해야 하며 그럴 수 있을 때 완벽하게 행복할 수 있다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사람이 있는지의 유무가 상당히 중요하다. 아이는 엄마의 불만을 여과없이 다 들어야했지만 그 곁에는 양봉일을 하는 할아버지가 있었다. 묵묵하게 제 일을 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손녀에게 꿀벌들의 생태와 함께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 이야기 해주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최근에 읽었던 <페이지스 서점>속의 틸리를 떠오르게 했다.



할아버지가 내게 이것저것 가르쳐주자 꿀벌의 세계가 점점 더 재미있어졌다. 할아버지처럼 나도 벌의 모든 행동을 이해하고 싶었다. 꿀벌의 세계에 푹 빠져 있을 때만큼은 마음이 어지럽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벌집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음이 느긋해지고 편안해졌다. 근심을 내려놓고 벌들과 그들의 행동에 정신을 쏟고 있으면 마음에 평온이 찾아왔다. 보이지 않던 온갖 생명이 주변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또 그런 생명들을 지켜보다 보면 웬일인지 내 문제가 별일 아닌 것처럼 느껴졌고 위로받는 것 같기도 했다. 144쪽


아빠를 그리워하면서도 엄마의 눈치를 보는 건 아이 뿐이 아니었다. 이혼하고 돌아온 딸 아이의 애처롭게 바라보는 외할머니와 그런 할머니에게 의지가 되어주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한 가족에게 있어 한 사람의 역할이 부정적으로든 긍정적으로든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 지를 알 수 있다. 서문에 어느 누구라도 자연으로 부터 돌봄을 받을 때가 있다라는 말을 했었다. 가족과 함께 여름방학 때마다 떠났던 캠핑, 아빠와 단둘이 다녔던 낚시와 사냥 등 커가면서 아빠를 이해할 수 없을 때, 아니 미워질 때마다 자연속에서 함께 해주었던 아빠의 인자한 미소와 생명을 다루는 좋은 아빠를 떠올리며 견뎌낼 수 있었다.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삶을 바라볼 때 어떤 쪽을 봐야하는지를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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