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그림 책 한 권 퇴근 후 시리즈 3
윤정선 지음 / 리얼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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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그림책 한 권 

이러다 혹시 내가 누군지 잊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예전에 비해 성인이 되어서도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그림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흥미위주의 독서를 넘어 그림책을 이용한 독서치료로 이용하는 윤정선 저자의 책 <퇴근 후, 그림책 한 권> 을 읽어보니 아기자기한 그림때문에 찾아보던 이들에게도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위로를 받을 수 있을거란 희망을 줄 만큼 감동적인 그림책들이 소개되었다.
첫 번째로 소개된 책은 고미 타로의 ‘코끼리가 있어요’로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코끼리를 보는 아이가 등장한다. 저자는 어린 시절에 바라보던 하늘이 마치 그 아이눈에만 보이는 코끼리처럼 이야기를 건네고 기댈 수 있는 존재였다고 고백하며 독자에게는 무엇이 그런 역할을 하였는지 묻는다. 내게는 아홉살에 아빠로 부터 받은 커다란 곰인형이 그런 역할을 해주었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만 곰인형이 하는 말과 내게만 보이는 표정들이 마치 내가 털어놓은 이야기에 답을 해주는 듯싶어 크게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혹 저자처럼 대자연이 그런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바다, 강 혹은 푸른 들판이나 산처럼 말이다. 그 다음으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그림책은 송희진 작가의 ‘진짜 곰’이다. 서커스에서 재주를 부리던 곰에게 한 소년이 저렇게 재주를 부리는 건 진짜 곰이 아니라 가짜곰이라며 소리치자 곰은 고민에 빠진다. 결국 서커스에서 도망쳐 진짜 곰이 어떻게 될 수 있는지 헤매지만 결국 체념하며 서커스로 되돌아온다. 하지만 그사이 서커스에서 부리던 재주를 제대로 할 수 없을만큼 동작은 잊게되자 이번에는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쫓겨나게 된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괜히 자아를 찾겠다고 준비없이 행동하게 되면 자아도 안정도 모두 잃게 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곰의 코끝을 스치고 지나간 나뭇잎의 향기를 떠올리며 숲으로 들어가는 곰은 그토록 원하던 진짜 곰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찾아헤매고 있는 ‘진짜 나’ 는 이처럼 타인의 기준이나 시선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일 때 만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섭식장애를 앓고 있는 대부분의 심리장애를 가진 이들은 자신의 모습에 만족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아닌 타인들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려하다보니 결코 만족스런 상태에 닿을 수 없게 된다. 서커스의 곰이 등장하는 귀여우면서도 어렵지 않은 그림책을 통해 우리가 깨달을 수 있는 것들은 이처럼 중요한 내용이 될 수 있다.
<퇴근 후, 그림책 한 권>은 이 책의 부제처럼 진정한 자신을 찾고 싶은 사람 혹은 자신을 잃어버릴까봐 걱정되는 사람이라면 정말 권하고 싶다. 아마 이 책을 다 읽고나면 그림책을 바라보는 시선도 이전과는 달라질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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