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네가 있어 마음속 꽃밭이다 - 풀꽃 시인 나태주 등단 50주년 기념 산문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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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은 이렇게 쓸데없는 일들에 몰두하는것일까? 광대나물들아! 사람들이 와 쥐어뜯어 놓을때까지만이라도 예쁘게 살아 있거라. 생명이란 그런것이란다. 그렇게 위태롭고도 짧고도 허망한 것이란다. 172쪽

사랑을 글로 배워서란 말은 연애를 잘 알면서도 정작 자기연애는 제대로 하질 못하는 사람들이 변명처럼 하거나 그런 사람들을 빗대어 표현하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글쓰기를, 삶을 무작정 책을 통해 배우려고 한다면 어떨까. 책 <오늘도 네가 있어 마음속 꽃밭이다>의 저자 나태주 시인은 해당책을 통해 자기만의 내공과 경험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아무리 자기가 얻고자 하는 바를 책을 통해 습득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인생의 모든 신비와 비밀을 몸소 다 체득한 것처럼 허세를 부리는 몇몇 작가들에 비하면 정말 솔직한 조언이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다보면 드러내놓고 이래라 저래라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있다한들 서두에 발췌한 문단처럼 저정도로 그치고 만다. 어찌보면 정말 소소한 일상들로 가득차 있는데 그것이 오히려 보잘 것 없는 나의 하루하루가 참으로 아름답구나하고 역으로 깨닫게 해준다. 시인이 사랑한다는 초겨울인 11월에 책을 읽다보니 자연스레 겨울, 추위,썰렁함 등과 같은 단어가 등장하는 이야기에 더 눈이갔다. 언제부턴가 이 계절을 사랑하게 된 시인처럼 나역시 정확한 때는 알 수 없으나 이 계절이 사랑스러워져 더 그런듯하다. 아직 자전거를 타고 가볍게 외출할 수도 있고 여전히 들판에는 온기를 띤 작물이 남아있는 때. 물론 모든 것이 저물고 정리되어야마는 명령형의 계절일지라도 말이다.

나태주 시인하면 바로 떠오르는 작품 ‘풀꽃’에 대한 글도 1,2,3으로 숫자를 붙여 세 글이나 실렸다. 개인적으로도 미술관에서 도슨트 활동할 때 도입에 자주 인용하기 때문에 반갑기도 하고 고마운 작품이다. 설명이 없이 보기에 난해한 실험작품이나 테크니컬 아트의 경우는 대다수의 관람객들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지나치기에 ‘오래보아야 사랑스럽다’는 표현이 작품을 소개하는 입장에서는 어찌 고맙지 않을까. 저자는 작품이 사랑받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나 대충대충 주마간산으로 세상을 보았다. 사람을 그렇게 보았고 사물과 자연을 그렇게 보았다. 중략. 이제는 정신 좀 차리고 자세히 보자는 것이다. 천천히 보자는 것이다. 오래 보자는 것이다. 마음을 갖고 보자는 것이다. 211-212쪽

저자가 말하는 ‘오래 보기’보다 더 중요한 부분은 ‘너도 그렇다’라고 말하며 함께 하는 것, 배려하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이런 시를 짓는 작가의 글이니 풀꽃이며 들꽃, 계절의 변화와 나이듦에 관해 무던하면서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담백하면서도 울림이 큰 글들이 나오는 것 같다. 시도 좋지만 산문도 정말 좋아 11월이, 나태주 시인이 더욱 친근하며 좋아진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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