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 아주 따듯한 떨림
김인숙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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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봄날, 아주 따듯한 떨림>은 김인숙 작가의 에세이 로 사오싱을 다녀온 내용이 담겨있다. 물과 다리의 도시인 사오싱에는 무려 만개가 넘는 다리가 있어 일만교의 도시로도 불리는 이곳은 그 다리에 얽힌 이야기는 '미생지교'와 같이 슬픈 이야기들도 있다.


다섯 걸음 안에 만나고 열 걸음 안에 건너게 된다는 다리들. 그토록 많은 다리를 건너고, 건너고, 또 건너면 내 인생의 무언가, 어느 지점도 건너게 되지 않겠나. 인생은 못건너도 다리는 건너지 않겠나. 건너기 힘든 인생 대신 다리나 실컷 건너면 그래도 풀리는 뭐가 있지 않겠나. 건너는 일이 뭐 별거 아닌 거처럼 여겨지지 않겠나. -13쪽 [만개의 다리 중에서]-

 

사오싱을 알지 못하고 중국에는 가본적도 없지만 글쓴이가 김인숙작가이기에 마음이 갔던 책이었다. 우연히 펼쳐본 페이지 속 위의 발췌문, 건너기 힘든 인생 다리라도 건너면 이란 말에 감사하면서도 고단한 현실의 내가 아주 잠시나마 위로를 받았다. 얇은 책이지만 이 책을다 읽고나면 지금 이 시기를 마치 사오싱 다리를 책으로나마 다녀온듯, 그렇게 건너본 듯 조금은 수월하게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저자가 담아낸 사오싱의 풍경은 이런 분위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떨림이라는 단어가 타이틀에 들어가 있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저자에게는 중국에서 살아본 경험으로 인해 익숙하면서도 그리운 시절의 떨림이 존재했을테고 모든 것이 생경한 내게는 책을 통해 마주하는 떨림이 전해져왔다.


마음이 넉넉해지는 것은, 눈 닿는 곳마다 보이는 물길과, 그 물길을 한가로이 떠다니는 작은 배들과, 그 배를 손도 아니라 맨발로 젓는 사공들의 모습들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5월의 햇살 아래 쏟아지는 취두부 냄새 때문이기도 하다. 71쪽

 

 


 

얼핏 봐서는 취두부 냄새가 좋아서인가 싶겠지만 사실 취두부 냄새는 고약하기 그지 없고 뒤이은 문장에도 저자역시 그렇다는 소감을 밝힌다. 그런데 어찌하여 취두부 냄새가 넉넉해지는것일까. 그 까닭은 다른 곳이 아닌 바로 사오싱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경우는 푸딩처럼 생긴 모양새에 시켰다가 맛을 보진 못했다고 한다. 음식에 대한 도전이 없기는 저자도 나도 마찬가지라 이처럼 읽는 내내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지난 연말부터 관심을 가지게 된 아큐정전의 작가 루쉰의 이야기가 등장하는 것도 이 책이 맘에드는 이유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고등학교 때 독후감 숙제로 처음 만났던 아큐정전. 성인이 되어 다시 책을 만나고 루쉰의 전기와 그와 관련된 책을 접하게 되면서 문학가이기 전에 행동가였던 그의 삶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사오싱에서 투구츠로 가는길에도 취두부의 향기는 이어진다고 한다. 마치 취두부와 사오싱이 연결되어 있고, 아큐정전과 루쉰이 연결된것처럼 사오싱과 루신돠 연결되어 있다고 하며 심지어 루쉰을 만나는 지름길이라고까지 말한다. 저자처럼 나 또한 아큐정전의 내용이 가물가물해진 지금, 다시금 아큐정전을 꺼내들어 읽고싶어진다. 그리고 사오싱에 머물며 취두부 향내를 고약하다 불평하면서도 마음만큼은 아늑한 그런 봄날을 맞이하고 싶게 한 책<어느 봄날, 아주 따듯한 떨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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