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꽃 알비 문학 시리즈 3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지음, 김대영 그림, 문유림 옮김 / 알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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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꽃 / 샤를 보들레르 /알비

 


 

시화집은 언제 만나도 반갑고 좋은 구성이기에 일러스트레이터가 누구냐에 따라 동일한 작가의 작품일지라도 여러 권 소장하고 싶기 마련이다. 이번에 만나게 된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의 <악의 꽃>은 귀여우면서 묘하게 심난한 기운을 내뿜는 고양이가 그려져있다. 좀 더 그림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자면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한 김대영작가로 고양이가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사진과 그림으로 이야기하는 작가라고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귀여우면서도 심난한 기운을 내뿜은 까닭도 아마 이런 이유일 것이다. 우리가 누군가와 살아가는 것은 마냥 기쁘기만 한일도 그렇다고 괴롭기만 한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내용을 보들레르는 다음의 내용으로 시에 담아냈다.


희미한 삶을 짓누르는 권태와

막막한 슬픔은 뒤로 하고,


강한 날개로 빛나고 청명한 들판을 향해

날아오를 수 있는 자 행복하여라.


- 상승 중에서, 27쪽-


<뚜껑>이란 작품의 내용은 하늘아래 그 어떤 인간일지라도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 예측하지 못함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노래하고 있다. 함께 실린 그림은 벽뒤에 숨어 고개를 내민 고양이의 모습이었다. 당당하게 앞으로 나서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뒤돌아 모르는 척, 태연 혹은 초연한 척 할 수 없는 상황이 그대로 전달된다. 작품 내용 중에 믿음이 있는 자에게는 희망이, 믿음이 없는 자에게는 두려움이라고 표현한 부분이 크게 와닿기도 하다. 두려움뿐 아니라 광적인 희망도 때로는 죽음과 맞닿아 있음을 알기에 씁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책 표지가 된 그림은 <빨간 머리의 거지 소녀에게>와 함께 실린 그림으로 죽음과 고통으로 일그러지는 주변사람들과 인간이기에 벗어날 수 없는 죽음을 보다 실제적으로 느끼게 된 시인의 상황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마치 군데 군데 붉게 표시된 고양이의살짝 위를 향한 시선이 애매모호한 분위기를 더한다.


작가가 되길 희망했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그럴 수 없었던 초년과 말년까지도 그다지 순탄치 않았던 보들레르의 삶은 마냥 희망적이지도 그렇다고 지나치게 암울하지도 않은 선을 잘 드러낸다. 한 작품이 마무리 될 즈음에는 고양이 일러스트와 함께 짧은 코멘트가 이어지는 구성으로 시를 통해 보들레르가 바라본 삶과 죽음을 한 번 느끼고 그림을 통해 다시금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마지막으로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 좀 더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짧은 메세지를 통해 정리하게 된다. 서문에도 밝힌 것처럼 같은 내용일지라도 추려놓은 작품의 수와 내용이 다르고 또 함께 실린 그림에 따라 같은 작품이라도 시의 분위기가 사뭇달라지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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