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필드, 어느 캄보디아 딸의 기억
로웅 웅 지음, 이승숙 외 옮김 / 평화를품은책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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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필드, 어느 캄보디아 딸의 기억 / 로웅 웅 지음, 이승숙, 장미란 역 / 평화를품은책

다섯 살의 어린 로웅 웅의 시선으로 보는 <킬링필드, 어느 캄보디아 딸의 기억>은 1975년 공산주의 혁명 단체인 크메르루주가 프놈펜을 장악하기 며칠 전, 부모님과 시장에서 국수를 사먹는 장면에서 부터 시작된다. 호기심이 많은 로웅의 시선에는 모든 것이 질문의 대상이 되고, 그런 아이의 퍼붓는듯한 질문에 엄마는 혼을 내기도 하지만 다정한 아버지는 그녀의 잠재력을 높이 사며 그녀의 질문에 친절하게 답을 해준다. 아버지의 품은 그토록 따뜻했고, 때론 밉기도 한 엄마이지만 누가봐도 맵시나고 예쁜 엄마 덕분에 중산층 가정에서 자라는 자신의 환경이 만족스럽기만 한 로웅이었다. 그렇게 평화롭기만한 일상이 크메르루주에 의해 완전히 부서져버린다. 이전 정권에서 전문직, 공무원등으로 나라에 기여도가 높은 사람들을 모두 '제거대상'으로 판명, 프롬펜 중심가에서 시골외딴 지역으로 모두 이주 시킨다. 그 기간이 대략 3년전동인데 이 시기에 로웅의 부모, 자매들 뿐 아니라 친척들을 포함 20여명이 희생된다. 캄보디아 전체적으로 계산하면 무려 700만명 중 200만명이 이 기간에 '킬링필드'에서 학살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소설형식을 취하지만 저자 로웅의 기억과 가족들의 증언으로 쓰인 '논픽션'이기도 하다. 피란 초반에는 다섯 살인 로웅의 어리기만 한 태도에 불편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이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전쟁과 분노가 한 아이를 혹은 한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해 고백했을 때였다.


"아름다운 것들을 싹 다 부숴버리고 싶어."

"그런 말 하지마. 정령들이 들어."

초우 언니가 내게 주의를 준다. 나는 언니 말에 털끝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다. 이게 바로 전쟁이 우리에게 행한 짓이다. 그 때문에 지금 나는 파괴를 원한다. 내 안의 증오와 분노는 어마어마하다. 앙카르가 깊이 증오하라고 가르쳐서 지금 내가 파괴력과 살상력을 갖게 된 것이다. -182쪽-

아버지가 군인들에 의해 끌려가는 데도, 언니가 아무런 보호나 치료행위가 이뤄지지 않는 말뿐인 병원에서 죽어가는 데도 어린 로웅은, 이미 성인이 된 어른들조차 제대로된 저항도 해보질 못한다. 남은 가족들은 '살아남아야'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내내 자꾸만 이 사건이 발생한 1975년이란 글자를 상기시킨다. 50년도 지나지 않았던 때에 어떻게 이렇게 엄청난 학살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싶다가도 멀리 볼 것없다는 생각에 마음 한켠이 쓰려왔다. 책의 후기에 저자는 어린 아이의 눈으로, 현재진행형으로 집필한 이유를 말한다. 어리다고 기억을 못하는 것도 아니고 쉽게 잊히는 것도 아니라고. 또한 과거시제로 쓰여지면 저자에게도 그 상처가 '지나간'일이 되어 덜 괴로울 수는 있어도 실제 일어난 일에 대한 괴리감이 생길 수 밖에 없기에 현재시제로 썼다고 말이다. 분명 저자는 그 시절 킬링필드에서 살아남아 이렇게 해당 사건을 생생하게 알릴 수 있는 주요한 몫을 해내고 있음이 분명하다. 사는 동안 나는 세상에 어떤 목소리를 내며 살아갈 수 있을까. 혹은 그런 기회가 주어졌을 때 피하지 않고 그 괴로움안으로 들어갈 용기가 있는지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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