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없는 마음
툽텐 진파 지음, 임혜정 옮김 / 하루헌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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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없는 마음 / 툽텐 진파 / 하루헌


툽텐 진파의 <두려움 없는 마음>을 읽는 데 긴 시간이 걸렸다. 지루하거나 난해해서가 아니라 한 줄 한 줄 모두 필사하거나 별도의 표기를 하면서 읽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비'를 이야기할 때 어떤 방식이 좋을지 고민하다가 한때 티벳 승려였을 때 자신이 느끼고 경험했던 것을 상기하며 그때 받았던 가르침을 통해 전달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왜 하필 '자비'를 말하려는 것일까. 저자는 지금 우리가 안고 있는 개인적인 스트레스, 분노와 이로인해 타인과의 오해와 다툼이 '자비심'의 부족이 그 이유라고 이야기한다. 자비심이라니. 서로 선의의 경쟁만하기에도 벅찬 사회에서 자비심을 말하는 저자가 세상물정을 모른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비심의 의미와 그 필요성에 대해 살펴보면 자비심만큼 지금 우리가 안고있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중요한 덕목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자비심이란 무엇인가. 그저 타인을 동정하는 마음? 나보다 이웃을 더 사랑하고 아끼느라 나 자신은 물론 내 가족을 경시하는 것이 결코아니다. 그렇다면 자비심은 무엇인가. 우리는 자비라는 말을 들으면 왠지 수행자나 종교인들에게만 해당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마더 테레사나 넬슨 만델라, 달라이 라마 처럼 그야말로 인간계가 아닌 신격화 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자비라고 말이다. 하지만 자비는 다른 것이 아니다. 고통받는 타인을 바라보며 측은한 마음을 갖는 동정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가 겪고 있는 '고통'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이 바로 자비인 것이다. 

사실 인간은 생존경쟁이 본능이라고들 말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그런 자비심조차 후천적인 환경에서 자란 사람만이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리뷰에서는 상세하게 적을 수 없지만 최근 심리학자를 비롯 과학자들의 입장에서 인간이 자비심을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났다고 결론지을 수 있을만한 실험결과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수 많은 실험 중 한가지를 예로 들자면 이제 갓 돌이 지난 아이들 곁에 짐때문에 두손이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 서랍문을 열려고 시도하면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아이들 대부분이 그 사람을 도와주기 위해 놀던 장난감을 자리에 두고 도와주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비단 이런 실험이 아니더라도 아직 완벽하게 사고가 형성되지 않은 아이들을 관찰해보면 보상이 주어지지 않았을 때 오히려 타인을 배려하는 태도를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자비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 것일까. 우선 자비심은 타인에게만 형성되는 감정이 아니라 자기자신을 사랑하고 아껴야 하는 마음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웃을 돕겠다며 자신뿐 아니라 가족의 희생을 당연시 하는 것은 올바른 자비의 태도는 아닌 것이다. 

나를 제대로 사랑할 때 스스로를 용서할 수 있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살아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거나 비난받을 것이 두려워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스스로를 사랑하기 때문에 거짓말도, 눈속임도 후회도 없는 것이다. 바로 이런 나와 이웃을 위한 자비심을 가로막는 것, 그것이 바로 두려움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1부에서 자비심의 의미와 필요성을 이야기 했다면 2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자비심을 가로막는 '두려움 없는 마음'을 어떻게 하면 물리칠 수 있는지를 실제 저자가 참여했던 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준다. 자비심에 필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또 제대로 자비심을 발달시키길 원하는 독자라면 2부부터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왜 자비심이 중요한지, 지나치게 동양적인 가치관이 아니냐고 반문하는 독자라면 1부부터 꼼꼼하게 읽어보길 바란다. 시간이 오래걸리더라도 분명 저자가 얼마나 귀한 내용을 쉽고 친절하게 풀어놓았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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