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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가 내 삶도 한 뼘 키워줄까요? - 어른이 되어 키가 컸습니다 ㅣ Small Hobby Good Life 2
곽수혜 지음 / 팜파스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발레가 내 삶도 한 뼘 키워줄까요? / 곽수혜 / 팜파스
인생의 주요한 변곡점에는 대개 '만남'이 있다. 좋은 책을 만나는 것, 좋은 취미를 만나는 것,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는 것, 존경하는 선생님을 만나는 것, 따스한 정을 나눌 수 있는 친구를 만나는 것 등 좋은 만남은 우리 인생에 한 획을 긋는 중요한 일이다.
29쪽
<발레가 내 삶도 한 뼘 키워줄까요?>는 위의 발췌문 중에서 좋은 취미, 발레를 만나게 되면서 내외적으로 성장하게 된 저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실연 후 헤어짐으로 인해 괴로울 때 이런저런 이유로 오래 전에 시도하다 실패했던 발레를 다시금 시작하게 된다. 경험해 본 바로는 한 번이라도 시도해봤다 실패했던 것들은 재도전하기가 쉽지 않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첫 시작에 공을 들여서 이것저것 알아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중요한 건 등떠밀듯 시작하는 것, 어쨌든 발을 내딛는 것 자체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다. 발레는 저자의 말처럼 자신의 몸을 거의 드러내놓고 하는 운동이자 예술이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의 시선은 물론 스스로가 거울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지는 자신의 몸을 받아들여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 과정을 잘 통과해가면서 내 몸의 어디가 굳어 있는지를 알게 되고, 어떤 부분이 진행을 가로막고 있는지 차츰차츰 알게 된다. 신기하고 오묘한 사실은 그렇게 내 몸을 찬찬히 들여다보게 될 수록 내 마음의 어디가 굳어 있는지 어릴 적 그 유연했던 사고가 왜 어른이 된 지금은 불가능한지를 깨닫게 된다. 저자의 몸이 풀어지면서 마음이 풀어지고 있음을 글을 통해서도 전달되는데 특히 나라 안팎에 일어났던 가슴아픈 일들을 두고 어른으로서, 성인으로서 제대로 아파하지도 위로하지도 못했음이 굳어진 몸처럼 마음도 굳어졌기 때문이었음을 깨닫는 과정이 그러했다. 이 책을 읽는 유사한 내용의 책들이 많이 떠올랐다. 요가, 수영 그리고 달리기 등을 서른이 넘은 나이에 시작하면서 단순히 체력이 좋아져서가 아니라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한 뼘씩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들 말이다. 그리고 유사한 경험이 있던터라 더더욱 공감이 되었다. 저자의 말처럼 실연은 헤어짐이라는 단계에서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헤어짐 그 다음에 다시 '만남'이라는 과정의 한 단계일 뿐이었다. 책의 제목처럼 '발레가 내 삶도 한 뼘 키워줄까요?'의 답은 그렇기 때문에 물론, 당연하지! 라고 대꾸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굳어진 척추가 유연해지고 펴지면서 키가 자라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발레가 운동이기도 하지만 예술행위이기 때문에 말로 표현하는 것에 그다지 자신이 없었던 저자가 말이 아닌 몸으로 혹은 시선으로 향으로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말에 아마 굳어진 내 입도 마음도 풀리는 듯 했다.
발레도, 수영도, 요가도 왠지 대놓고 취미라고 하면 자신의 몸이 평가받게 될까봐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다. 저자 또한 초반에는 어디가냐는 직장동료에 말에 그저 운동간다고 대꾸했던 것도 이해가 된다. 이처럼 무언가를 시작할 때 우리는 자신의 필요성에 앞서 타인의 시선과 스스로를 비하하는 나약함 때문에 '그때했었다면'이라는 아쉬운 후회를 안고 살아간다. 아직도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발레가 내 삶도 한 뼘 키워줄까요?>를 꼭 읽어보길 바란다.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여린 저자가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서른이 넘어서도 충분히 몸도 마음도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분명하게 느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