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아메리카나 1~2 - 전2권 - 개정판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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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장편소설 아메리카나(1,2권)는 나이지리아 대학생 이페멜루가 미국 유학을, 그녀의 연인 오빈제의 영국 유학과 함께 두 사람이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등의 러브스토리까지 담겨있다. 우선 1권에는 이페멜루가 미국 유학시절 나이지리아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인종차별 그로인한 경제적인 어려움등으로 인해 오빈제와의 결별에 이르고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는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나이지리아에서 우주 고모의 전화를 받았을 때는 상황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지금 돌이켜 보니 고모의 말이 늘 모호했고 자세한 내용은 없이 "일"과 "시험"이 어떻다는 얘기만 했음을 알 수 있었지만. 아니면 그녀가 자세한 얘기를 묻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알고 싶어 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2부 (1권 188쪽)


미국 유학을 가기 전까지 이페멜루는 그곳에서 어떤 어려움이 자신을 기다리는지 알지 못했다. 위의 발췌문처럼 어쩌면 자세히 알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미국에 도착했을 때 그녀가 겪게되는 시련을 두고 누군가는 인종과 여성차별이 있더라도 그녀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이 맘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에 내가 그녀였더라면'이라는 가정으로 이페멜루에게 적의를 품었을지도 모른다. 사실 1권에 등장하는 이페멜루가 시련을 통과해가는 모습을 두고 비난하고자하는 마음은 없다. 오히려 자신의 나라를 벗어나 더 나은 환경으로 가고자 했을 당시의 심정과 그런 상황이었기에 현실을 제대로 보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유학 혹은 어학연수 또는 워킹홀리데이를 희망하고 실제로 떠나기도 한다. 처음에는 그들의 성공기가 화제가 되더니 최근에는 오히려 어학도 놓치고, 시간도 버리고 버티기 위해 일만하다가 몸과 마음 모두 상처입은 상태로 귀국하는 이들의 이야기도 자주 등장한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소설은 <보라색 히비스커스> 이후 두 번째인데 매번 느끼는 것이 '나이지리아', '흑인' 이라는 키워드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현시대를 사는 여성으로, 젊은청년으로 또한 부조리를 가진 사회의 구성원이 가지게 되는 어쩔 수 없는 제약을 잘 건드려주고 있다는 감상이었다. 이 책에서도 이제 막 꿈을 향해 나아갈 때 생각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가진 것이 없는 것, 고난 앞에서 미래에 분명 후회할 줄 알면서도 잘못된 길을 택하는 우매함을 선택하는 모습 등이 지난 날의 청년시절의 나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다들 이런 부분에서는 공감하는 바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미국으로 떠난 이페멜루의 삶이 고단했던 것처럼 영국으로 떠난 그녀의 연인 오빈제의 삶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네." 오빈제가 조용히 대답했다. 그 "네"라는 말은 볼 빨간 이민국 관리와 일로바와 클리오틸드와 자기 자신에게 모든 게 끝났음을 인정하는 말이었다.

"당신은 비자가 만료되었으므로 영국에 체류할 수 없습니다." 3부 (2권 90쪽)


이페멜루가 미국에서 버텨낼 수 있었던 방법을 두고 의견이 나뉠 수는 있음은 배제하고 오빈제는 결과적으로 영국에 남지 못했다. 이유를 알지못한 상태로 연인에게서는 소식이 끊기고 그녀가 아닌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게 된다. 어찌보면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시절에 완벽한 감정으로 서로를 사랑했던 두 사람의 결말이 다소 안타까울 수 있겠지만 스포인 점을 감안하자면 그렇게 끝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오빈제의 어머니의 죽음으로 두 사람이 연결되었을 때 그렇게 안타까운 상태로 마무리되었으면 더 아름답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또한 두 사람의 선택이며 내가 가지 않을 길, 혹은 갈 수도 있는 길을 보여주는 소설적 장치이기에 전체적으로 앞서 읽었던 성장소설과는 또 다른 방식의 성숙을 마주할 수 있었다. 아직 읽지 않은 아디치에의 다른 소설에서는 또 어떤 방식의 성장과 성숙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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