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이 말해도 당신보다 낫겠다 - 오해를 만들지 않고 내편으로 만드는 대화법
추스잉 지음, 허유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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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이 말해도 당신보다 낫겠다. 책 제목만 봤을 때는 말을 잘 하지 못하는 이들을 펭귄보다 못하다고 비난하는 것 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혹은 내용이 지나치게 가벼운 것은 아닌가 싶을 수 있겠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우선 제목이 탄생된 배경은 다음과 같다.


<펭귄이 말해도 당신보다 낫겠다>라는 이 책의 제목은 추스잉의 실제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그가 영국 BBC 방송국에서 일할 때 함께 일하던 애튼버러 경이 펭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펭귄들은 자기 개성이 뚜렷해서 똑똑한 펭귄, 아둔한 펭귄, 약삭빠른 펭귄, 너그러운 펭귄, 이기적인 펭귄 등 아주 다양한 성격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중략- 추스잉은 그 이야기를 듣고 자기 개성이 무엇인지 몰라 자기소개 하기를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고 그런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 18쪽


제목과 이 책의 집필이유가 위의 발췌문에 다 드러나있다. 결국 이 책은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화자 스스로의 특징을 잘 알아야 하며, 무엇보다 말하고자 하는 목적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뿐만아니라 말이란 것은 소리로 전달되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말소리를 제대로 알고 부정하거나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잘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말한다. 책의 구성은 저자가 직접 경험에 의해 터득한 방법이기 때문에 라디오 DJ, Tv 방송진행자, 모의토론 장, 강연 및 다양한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익힌 내용을 바탕으로 현실감있게 전달해준다. 특히 철학적으로 말하는 방법 및 가족을 포함한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서 지켜야 할 말하기 방법은 누구라도 반드시 읽어야 할 만큼 강추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강연자라면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은 청중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될 수도 있고, 심야 라디오 진행자라면 깊은 밤 잠못이루는 청취자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말투나 억양이 중요할 것이다. 흔히 진행자를 포함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듣기 좋은 목소리 혹은 화법은 억양이 강하지 않고 발음이 정확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임기응변에 능하고 상대방의 허점을 찌르는 사람들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저자 추스잉이 조사하고 체험한 바에 의하면 연단(혹은 진행자의 위치)에 있을 때나 그렇지 않을 때의 모습이 일치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마치 화장을 두껍게 하듯 그럴듯한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톤까지도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아 상대방에게 진실된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강연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PPT를 열심히 준비하는 경향이 많은데 저자는 그다지 반기지 않는 방법이다. 전문용어나 이미지와 같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PPT없이 강연하라고 조언한다.


PPT를 사용하면 강연자는 게을러지고 청중들은 강연자가 준비한 자료를 그대로 읽기만 한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PPT가 유용한 것 같지만 점점 PPT에 의지하게 돼요. 강연자와 청중 둘 다. 그러면 결국 PPT가 주인공이 되어버리죠. 128쪽


생각해보니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강사들은 PPT없이 강연을 진행했다. 보조적인 역할을 위해 PPT가 등장하긴 하지만 TED의 대부분의 강연자들도 PPT없이도 막힘없이 청중들에게 전달했다. 무엇보다 그들은 적어도 자신이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 강연의 목적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저자는 추가적인 TIP으로 가급적이면 강연장에 모인 청중의 눈을 적어도 한 번씩은 마주보라고 이야기한다. 오래전 강연을 할 때의 나를 떠올리며 반성하게 되었다. 또한 지나치게 겸손한 태도도 오히려 청중에게 해당 강의를 굳이 들을필요가 없었다는 후회를 남길 수 있음도 알게 되었다. 그런가하면 가까운 사람들과의 대화법도 상당히 와닿았다.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상대방이 말을 다 꺼내기도 전에 이미 다 알았다는 듯이 무시하거나 짐작으로 결론을 내는 것은 가까운 사람이지만 대화는 할 수 없는 상대로 만들게 된다. 심지어 저자의 사례를 언급하자면 망고를 좋아한다고 했으나 말린 망고는 예외라는 말을 하지 못해 친인척들이 여행 때마다 말린 망고를 보내주어 곤란했던 경험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아마 이런 경험은 부모자식 사이에 흔한 일일 것이다. 비단 우리 부모님의 경우만 보더라도 어릴 적 한 때 좋아했던 음식을 여전히 좋아한다고 믿으며 이제 부모가 된 자녀에게 어린 시절 먹었던 음식을 사다주시곤 한다. 고마운 마음에, 귀찮아서 등의 이유로 묵인하게 되면 나중에는 서로 불편해지고 고마웠던 마음마저 사라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런가하면 자녀를 위해 무언가를 요구할 때 마치 상대방의 의사를 물어보는 듯한 질문형식의 조언도 주의해야 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자녀의 안위를 걱정하는 것인지를 제대로 알아야 하는데 이부분은 연인사이에서 특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맘대로 하려는 이기심이 상대를 위한 것이었다고 착각하는 것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가끔은 상대의 감정에 공감하고 자기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으면서 그것이 자기 생각이라는 걸 밝히지 않으려고 제삼자를 끌어들여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건 남의 얘기를 대신 전하는 것이 아니라 남을 이용하는 것이다. 270쪽


PPT사용에 있어서의 주의점, 가까운 사람들과의 대화법에 이어 크게 반성하게 한 부분이 바로 위의 발췌문에 쓰인 제삼자의 의견을 끌어와 내 의사를 대신했던 부분이었다. 단순히 유명인사의 명언이나 책의 내용을 인용하는 것이 아니라 차후에 혹시라도 발생 할 문제를 대비해 저런 식으로 말을 하는 경우가 특히 직장 내에서는 빈번하게 발생한다. 수 많은 사람들앞에서 자신을 소개하는 방법에서부터 가장 가까운 가족과의 대화, 그리고 다양한 상황속에서도 상대방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면서도 요령있게 대화하는 방법까지 이 책에는 그야말로 말을 '제대로'하는 방법이 잘 나와있다. 저자가 서 너개가 아닌 8개 외국어를 할 수 있었던 것도 해당 국가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과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하게 전달하려는 태도가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금 저자의 책들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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