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하드커버 에디션)
존 그린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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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구원이란 일시적인 거야. 난 그애들에게 일 분쯤 시간을 벌어줬어. 그 일 분으로 한 시간을 더 벌 수도 있고, 그 한 시간으로 일 년을 벌수도 있지. 아무도 그들에게 영원한 시간을 줄 순 없어, 헤이즐 그레이스. 하지만 내 인생이 그 애들에게 일 분을 벌어 줬어. 그건 무가치한 게 아니야." 67쪽


영화 <안녕, 헤이즐>의 원작소설로 초경이 시작되고 3개월밖에 되지 않았던 때에 암환자라는 진단을 받게 된 아직 어린 열여섯의 소녀 헤이즐과 골육종으로 한쪽 다리를 절단한 거스, 어거스터스의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 헤이즐과 거스는 첫 눈에 반했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둘의 만남은 서로가 아끼는 책을 교환하면서 부터 좀 더 진지해진다. 헤이즐의 [장엄한 고뇌]와 거스의 [새벽의 대가]는 전혀 다른 장르의 소설이다. 흔히 누군가와 친분을 쌓고자 할 때 우선은 같은 취미가 있는지, 만약 영화관람이나 독서라면 취향이 비슷한지를 두고 그 사람과의 친분을 발전시킬 것인지의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거스의 외모가 완벽하게 맘에 들어서일수도 있겠지만 추가로 시리즈를 구매해서 읽을만큼 거스가 권해준 책에 빠져들게 된다. 거스 역시 마찬가지다. 책을 통해 인연을 만들어본 사람들이라면 초반부터 이 둘의 만남이 꽤나 흥미로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대화를 읽다보면 스스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질병의 무게와 부담, 그리고 고통이 느껴진다. 서두에 발췌한 내용을 봐도 마찬가지다. 위의 대화는 아이작과 거스가 진행하는 게임상황을 두고 나누는 대화인데 꽤나 진지하다. 특히 말기암환자인 헤이즐에게 있어 저 내용은 꽤나 심오한 편인데 헤이즐이 오랜시간 살아갈 수 없으리란 것을 아는 독자인 내게도 마찬가지다. 아픈 사람, 떠날 시간이 정해져있다고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병이 없거나 건강한 사람은 마치 평생을 살 것 처럼, 언제든 누군가에게 오랜 배려와 시간을 공유할 수 있으리라 착각한다. 하지만 아무도 삶의 데드라인이 언제인지는 알 지 못하고 나중에란 말로 누군가를 위해 '일 분'을 벌어주지 못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아이작은 여자친구와 '언제까지나'라는 말을 수 천번이고 주고 받는다. 안암으로 한 쪽눈을 잃고 이제 다른 눈마저 내놓아야 할 아이작에게 그 말은 일시적인 애정표현이 아닌 '약속'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말처럼 연인들 사이에서 사랑한다는 말은 '일단 지금 이순간'이란 단어를 생략한 거라고 말할정도로 우리는 영원을 약속하는 경우가 많다. 소설<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는 신체적 아픔을 가진 이들의 사랑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고 보면 지금껏 내가 해왔던 사랑, 연애,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일종의 거울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크게 아프거나 엄청난 시련을 당하게 되면 그저 별일없이 자고 일어나 일을 하는 평범한 하루하루가 너무나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런가하면 다양한 변명으로 머릿속에 떠올랐던 다짐이나 결심을 쉽게 포기하거나 방치하고 있었음도 알게 된다.


웨이터가 사라졌다. 우리는 하늘에서 콘페티가 떨어져 산들바람에 땅위를 스치고 날아가 운하에 떨어지는 모습을 보았다.

"저걸 짜증스러워하는 사람이 있다니 믿을 수가 없어."

어거스터스가 잠시 후에 말했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것에 금방 익숙해지니까." 173쪽


분명 새롭고 좋았던 것, 함께 있어 행복했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익숙해져 때로는 짜증을 유발한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부모자식간에도, 연인사이에서도 또 직장동료나 친구들사이에서도 '짜증난다'라고 느꼈던 적이 많았을 것이다. 여름에는 더위가, 겨울에는 추위가 우리의 짜증을 유발한다. 익숙해져서 그렇기도 하지만 언제든 늘, 또다시 만날 수 있으리란 생각 때문일 것이다. 정말 예쁜 사랑이야기라고 느껴지는 이 책의 내용처럼, 매순간 최선을 다할 필요는 없지만 이런 오만함에서만 벗어나도 헤이즐과 거스의 사랑을 우리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 존 그린 지음 / 북폴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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