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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스웨덴에서
엘리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평점 :
나의 스웨덴에서

책<나의 스웨덴에서>는 스웨덴의 멋진 풍경과 삶을 간접적으로 만날 수도 있지만 결혼 혹은 독립 후 부모와 떨어져 지낼 때 느끼는 가족에 대한 그리운 마음도 만날 수 있고, 결혼생활을 통해 내가 아닌 상대를 배려하면서 성장하게 되는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하나의 가정을 일궈가는 모습도 만날 수 있었다. 북유럽 특유의 디자인과 작가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로 가득해서 마음같아서는 본 페이지에 내지 사진과 일러스트를 잔뜩 올려두고 싶을정도로 텍스트를 읽지 않아도 충분할 정도로 매력적인 책이다. 우선 스웨덴에서 거주하고 있는 저자가 느낀 그들만의 '다른 점'을 이야기하자면 책 전반적으로 저자는 '다름'이 결코 '틀리거나 나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다. 또한 그 다름이 남들보다 우위에 있지 않다는 것도 설명해준다. 그래서일까. 새모이를 자발적으로 준비해두고, 새가 즐길 수 있는 욕조를 마련하는 그들의 삶은 배려하는 삶에 가깝게 보였다.
미혼인 남자가 열여섯 살 많은 이혼녀와 사랑에 빠지고
마흔이 넘은 트럭 운전사가 학교 선생님이 되기 위해 새로 공부를 시작하고
어떤 연인들은 아이를 낳고 손주가 생길 때까지 결혼도 하지 않고 평생 함께 살고
범인을 쫓는 경찰의 팔과 목에 문신이 가득하고 - 중략-
내 지인 혹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사는 모습이다. 193쪽
스웨덴이 아닌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모습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다르면 호들갑스럽게 이야기를 전하며 걱정하듯 말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그저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 애초에 '다르다'라는 생각조차 갖지 않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어쩌면 햇빛, 누구나 공짜로 만끽할 수 있는 햇빛을 귀하게 여기게 되는 계절의 영향일 수도 있겠다. 햇빛을 과일처럼 잼병에 담을 수 있으면 좋겠다 싶을만큼 빛이 소중하다면, 그리하여 그 빛을 통해 자라나는 사람들의 모습 하나하나도 다 소중하게 여겨지지 않을까. 그런 소중함이 저자 부부의 작은 배려를 통해서도 만날 수 있었는데 그녀의 밤은 다음 날 남편 헨케를 위해 부엌을 정리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남편 헨케는 아내를 위해 혼자 아침을 차려먹고 그녀가 따뜻한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출근전에 보온병에 커피를 담아둔다. 별거 아닌 사소한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 이와 더불어 추운밤이면 초를 잔뜩 켜놓기 때문에 저자 또한 성냥을 다양한 초를 구비하고, 또 성냥갑도 많아졌는데 그 성냥갑에 기념일에 대한 추억을 모아놓는 두는 것도 소소하면서 멋지게 재활용하는 방법으로 보였다. 일부러 비싼 케이스를 사지 않아도 되고, 지나치게 크지 않아 꼭 추억하고 싶은 것만 담아둘 수 있는 성냥갑.

뜻하지 않은 곳에서, 또 티크나무 소재의 그릇에서 한국과 스웨덴의 연결고리를 발견하고 색색의 과일코너에서 엄마가 깎아주는 과일을 먹던 유년시절을 떠올리면서 저자는 열심히 배웠던 일본어가 예상치도 못했던 낯선 언어와 낯선 그곳 스웨덴에서 지금 하루도 적응해가며 살고 있을 것이다. 나또한 태어나 줄곧 살아온 한국일지라도 어릴 때 자라던, 그리고 10여년을 넘게 살던 곳을 떠나, 부모곁을 떠나 낯선 환경에 적응보다는 다른게 나쁘다, 불편하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나의 스웨덴에서>덕분에 이제는 다른게 나쁜 것이 아님을, 나만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만의 '피카 닥스'를 즐기며 살아야지 하는 의욕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