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잡담 - 카페에서, 거리에서, 바닷가에서
장희창 지음 / 양철북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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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잡담 / 장희창 지음 / 양철북



고전을 여러 권, 아니 수십권 사들였던 적이 있었다. 10여년 전, 인문학의 열기가 내 삶을 비켜가지 않았던 까닭이다. 그리고 현재, 그 대부분을 선물로 주고 남은 책이 몇 권 안된다. 유학가는 후배에게, 대학 신입생이 된 사촌들에게 그리고 크리스마스나 생일 날 카드와 함께 거의 새것이나 다름없는(그렇기에 더 부끄러운)책들을 지인들에게 선물했다. 그리고 다시 고전을 기웃거린다. 그렇게 만난 <고전잡담>. 미리 밝히지만 고전읽기를 제대로 시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책 <고전잡담>은 총 세 파트로 나뉜다. 카페 이디아, 촛불집회가 있었던 서면 거리 그리고 청산포 바닷가. 시작은 이솝우화로 가볍게 출발한다. 과거에서 지금까지 줄곧 계급사회는 지속되고 있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부는 평등해야 할 인간의 계급을 나뉘는데 큰 부분을 차지한다. 물론 귀족과 양반이라는 태생적인 계급도 빠질 수 없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애절한 연가가 아니라 '을'의 삶을 그렸다는 것도 알았고, 이솝우화를 쓴 이솝 역시 '을'의 삶을 풍자했다라는 것도 책을 통해 알았다. 저자가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를 통해서 알게 된 것은 '사회구성원'으로서의 태도였다. 책을 통해 김구 선생이 진정한 리더로서 갖춰야 할 덕목을 단 한가지도 빼놓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세상의 일을 유쾌하게 바라볼 줄 안다는 사실도 마찬가지다. 연암 박지원도 김수영 시인도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두드러지는 리더의 덕목은 섬김다는 것, 정치하는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해야하는지, 그렇지 않았을 경우 어떻게 국민을 괴롭히는지를 알았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완전한 섬김이 불가능하다면 누군가를 통치하고 정복하려는 위치에서 한 발짝 물러나는 것도 방법이다. 마치 장자처럼. 그렇지 못한 보통의 인간이 갖는 욕망과 허영을 사탄은 제대로 간파하였고, <파우스트>에서는 그것이 결코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물론 여기서가 끝이 아니었다. 그 이야기를 작가는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신이 인간에게 갖는 희망, 인간이 같은 인간에게 같은 최소한의 믿음이 바로 그것이다. <개선문>을 보면 전쟁과 그 전쟁에 굴복하며 같은 인간을 괴롭히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앞서 말한것처럼 인간이 같은 인간으로서 나눌 수 있는 우정과 사랑이 결코 그에 비해 약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좀 더 확대하자면 동과서의 만남도 마찬가지다. 아시아, 동양을 정복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본 사람들도 있지만 서로의 전통과 문화를 존중했던 <서동 시집>, <오리엔탈리즘>을 읽고 싶은 까닭도 여기에 있다. 다문화, 글로벌화가 당연시 되는 지금의 사회에서도 여전히 인종차별이 난무하는데 이보다 더 과거에, 서로의 다름을 제대로 바라보고 교류하고자 했던 이들의 글이기 때문이다. 타인을 그리고 사회를 제대로 바라보기 위해서 우선시 되는 것은 '나'를 제대로 사유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는 것 역시 고전을 통해서 배울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몰라도서 불행하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자신의 마음의 움직임을 놓치는 자는 반드시 불행에 빠진다. 225쪽


위의 글은 <명상록>에 나오는 것으로 니체도, 차라투스트라도 이와 유사한 글을 남겼다. <명상록>의 저자는 로마제국의 황제 아우렐리우스다. 황제이기에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있었고, 또 어떤면에서는 자기자신을 제대로 바라보기 어려운 위치였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그는 더더욱 허세스러움, 공허적인 문체나 허울등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다. 겸손한 태도, 자신을 바로 본다는 것은 바로 그 겸손함의 다른말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우리가 고전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이 잡다한 지식이 아니라 '삶의 자세(238쪽)'라고 하였고, 그에게 있어 '인문학'은 '자기 생각을 자기 글로 쓰는 능력을 기르는 것(228쪽)'이라고도 말한다. 결국 이전에 수십권씩 사놓고도 고전의 흥미를 붙이지 못했던 것은 아우렐리우스와 달리 허세에 가득한 생각과 글을 쓰려했던 나의 오만이었다고 생각한다. <고전잡담>을 통해 지식이 아닌 '삶의 자세'를 배우기 위해 고전을 다시 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생각을 내 글로 쓸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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