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셋, 지금부터 혼자 삽니다
슛뚜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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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살기 전 까지, 나는 집이라는 공간이 가지고 있는 힘을 몰랐다. 프롤로그-


저자의 같은 나이에 독립을 했다. 다른게 있다면 즉흥적인것도 아니었고 등떠밀리듯 나온 것도 아니었다. 그랬기에 이사를 마치고 혼자 덩그러니 남아있던 첫 날, 울기보다는 케이크를 사서 자축을 했었다. 그리고 생활이 시작되었다. 저자가 느꼈다는 '집이 가지는 힘'이 내게는 엄청 고단했었다. 끊임없이 돈벌이를 해야했고, 심리적인 외로움도 오롯이 혼자 견뎌야 했으니까. 친구들과 파티를 즐기고 술을 좋아하던 저자와 달리 나는 철저하게 나 혼자만의 공간으로 유지하려고 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때는 지금처럼 SNS가 활발하던 때가 아니어서 그당시 방을 찍은 사진이 거의 없다. 하지만 저자의 이야기를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읽어갈수록 마치 나의 추억을 꺼내어보는 듯 공감가는 부분이 많아서 좋았다.




이제 나는 아무도 나에게 무어라 할 수 없는 온전한 나만의 공간을 얻었다.

덕분에 나만의 생활 습관을 만들 수 있으니 얼마나 근사한가. p.20-21



독립하고 제일 처음 도전했던 건 '모닝페이지 쓰기'였다. 저자의 말처럼 나만의 생활 습관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칠 수가 없었다. 근무시간을 제외하고는 그야말로 내 맘대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었던 때라서 아침 일찍 이어나 말 한마디도 하지 않고 바로 모닝페이지를 쓸 수 있었고 아침을 먹다가 그대로 놔두고 출근을 해도 잔소리할 사람도 없었다. 바꿔말하면 어느 누구의 도움도 기대할 수 없이 주말이면 청소, 빨래와 밀린 설거지를 해야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래서였을까. 바지런히 집을 꾸밀 때도 있었지만 졸전으로 바빠지는 저자가 청소를 하루이틀 미루기 시작하면서 집이 어지러워졌을 때 느꼈던 기분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이날 확실히 깨달은 바가 있다. 내 집은 내 마음 상태를 대변한다는 것.

에너지 넘치고 행복할 때의 나는 아늑하고 따뜻한 집에 살았고, 힘없고 우울할 때의 나는 외롭고 쓸쓸한 집에 살았다.

어느 순간 집이 엉망이 된 채로 방치되고 있다면, 내 마음을 한 번 들여다볼 것. p.91


 



살림을 제대로 배우고 나온것이 아닌건 나역시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오피스텔에 드럼세탁기가 옵션으로 다 마련되어 있지만 내가 독립하던 때에는 가전이 옵션으로 들어있는 경우가 일반적이진 않았다. 1년 뒤에는 반드시 세탁기가 옵션인 집으로 가겠다고 마음먹었던터라 세탁기를 사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주변에 빨래방도 없었을 때라 어쩔 수 없이 이불빨래를 제외하고는 모두 손빨래를 해야했다. 그래도 저자의 말처럼 빛의 힘덕분에 빨래는 빳빳하게 냄새없이 잘 말라주었다. 그 무렵 학창시절 경제적인 이유로 배우지 못했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빛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내가 이렇게 내 집의 하루에 대해 줄줄이 꿰고 있는 건 애정이 있는 까닭이다.

빛이 들 땐 화분을 어디에다 놓고 일광욕을 시켜야 하는지, 언제 사진을 찍으면 예쁘게 나오는지, 몇 시까지 형광등을 켜지 않고 생활할 수 있는지. p.201


자신의 집에 대해 잘 안다는 것은 집돌이 혹은 집순이라서가 아니다. 집에 대한 애정, 그리고 자신이 누리는 보금자리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책<스물 셋, 지금부터 혼자 삽니다>을 읽다보면 행복해하는 저자의 모습이 정말 훤히 그려질 정도였다. 대단한 것에 바라고 추구하기 보다는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 먹고 싶을 음식을 먹는 것, 좋아하는 사람들을 초대 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무엇보다 반려인이라고 까지 표현한 베베와의 시간을 충만하게 보내는 것에 감사하는 저자는 그야말로 아름답고 행복해보였다. 지난 날을 돌이켜보면 나는 그런 감사가 거의 없었다. 집을 옮겨다닐 때마다 불만사항만 가득했고, 보증금을 올리지 못하는 나의 경제적인 무능에 답답함을 느끼기만 했었다. 행복이란 것, 잘 산다는 것은 결국 오래살아서, 많은 것을 소유해서도 아니었다. 지금, 바로 내가 머무는 공간에 애정을 가지고 감사한 마음을 갖는 것 아닐까. 저자 슛뚜는 스물 셋, 신체적, 경제적 독립 뿐 아니라 불행해질지도 모르는 많은 것들로부터 독립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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