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고양이의 비밀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짐작건대 뮤즈는 몇백 마리에 한 마리 있을 귀중한 고양이였고, 그런 고양이를 만난 것은 내 인생 최고의 행운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p.146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 중 <장수 고양이의 비밀>은 하루키와 오랜기간 함께 했던 고양이 뮤즈의 비밀을 포함 1995년 11월부터 일 년 한 달 동안 [주간 아사히]에 연재한 에세이를 모은 것이다. 벌써 25년도 더 지난 글이지만 하루키의 소설이 그러하듯 그의 에세이도, 그리고 안자이 미즈마루의 그림은 현재에도 때론 실소가 때론 뭉클함이 그리고 역시나 자신만의 페이스로 달리고, 쓰는 작가임을 느끼게 해준다.


잡지에 연재한 에세이인 만큼 소재도 다양하고 그가 타지에 머물면서 겪었던 일들도 중간중간 등장하기 때문에 이미 다른 작품에서 소개된 글일지라도 지루하진 않다. 재미난 몇 가지 이야기를 소개하자면 '공중부유는 매우 즐겁다'는 꿈에서 공중에 살짝 혹은 2m이상 떠 본적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가 가끔 이지만 꽤 정기적으로 공중부유하는 꿈을 꾼다는 에세이를 남기자 독자투고를 통해 의외로 그런 꿈을 정기적으로 꾸는 사람들이 많아 사연들을 담은 이야기가 한 번 더 등장한다. 이 이야기가 개인적으로 재미있던 까닭은 나역시 하루키처럼 아주 높이는 아니고 지상에서 50cm정도로 뜨는 꿈을 1년에 두 차례정도 꾸기 때문이다. 나역시 저자처럼 가끔 그런 꿈을 꾼다며 조심스레 말했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그런 꿈을 꾼다는 걸 알게되니 하루키와 마찬가지로 뭔가 좀 위로가 되었다고나 할까. 그런가하면 '상처받지 않게 됨에 대해'편은 앞에 이야기와 다른 의미로 의로가 되었다. 새해가 되어 앞자리가 바뀌고 나니 진짜 나이를 먹는구나, 내가 정말 이 나이가 되었구나 싶어 의기소침해져 있었다. 꾸준히 업적 혹은 경력을 쌓아온것도 아닌데다 무엇하나 제대로 해놓은게 없어서 더 그랬는데 나이를 먹게 되어 좋은 점이 상처에 너무 민감해지지 않게 되었다는 하루키의 말에 '나는 아닌데'싶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나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었던 거다. 예전같으면 분명 상처받았을 법한 일을 그냥 웃으며 넘어간 적도 많고 심지어 금새 잊고 만다.



이 글을 읽는 젊은이 중 누군가는 지금 그런 괴로움을 겪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상태로 앞으로 인생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고민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괜찮다, 크게 고민할 필요는 없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나이가 들면 그렇게 처참할 정도로는 상처받지 않게 된다. p.123



하루키의 소박하다못해 굳이 이런 이야기를 할 필요가 싶은 이야기와 함께 안자이 미즈마루의 그림은 피식 하고 웃음이 나오는 부차적인 역할이 제대로다. 가령 동물병원에 가본적이 없다는 말과 함께 그려놓는다던가, 본인이 그려놓고도 도무지 무슨 그림인지 모르겠다고 적는 그려놓았다던가 하는 식이다. 글을 읽다가 그림을 보면 여지없이 피식하게 되버린다.


 

SNS가 활발해지면서 맛집 혹은 제품을 사용하다가 불만이 생기면 글을 올려 자신의 기분을 표출하는 경우가 많다. 하루키 역시 예외는 아닌데 시대가 95년도인만큼 그당시에 하루키는 정성스럽게 편지를 적었다고 한다. 물론 적는과정에서 화가 풀려 서랍에만 넣어두고 끝내 부치지 않은 편지가 더 많긴하지만 좋은 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부분은 어쩌면 앞서 언급한 '상처받지 않게 됨에 대해'와 연결될수도 있겠는데 나이를 먹고, 또 내가 당한 일을 적으면서 더 화가 날 때도 있지만 때로는 '그 가게 안가면 되지.' 또는 '안먹으면 그만.'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크게 상처받지 않으니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건 타인에게 '당신도 그렇게 해보세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공감하는 부분이랄까.


<장수 고양이의 비밀>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생각보다 뮤즈의 비밀이 그렇게 많이 등장하진 않는다. 뭐랄까. 짧고 굵게 라고 해야하나? 많진 않은데 그 비밀이란게 실로 놀라울정도긴 하다. 그 비밀이 무엇인지는 여기서 밝히지 않겠다. 궁금한분들은 책으로 직접 확인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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