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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교토 (꽃길 에디션)
주아현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3월
평점 :
4월 초, 하루하루 교토의 꽃길 에디션으로 다시금 읽게 되었다. 맘도 몸도 너무 아팠던 그때, 이미 읽었던 책인데도 처음 읽었을 때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그때는 아프지 않았던 때라 이미 여러차례 다녀왔던 여행을 떠올리며 공감하기에 바빴다면, 이번에는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도 최소 4~5년 동안은 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마치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초심자가 되어 만약에 여행을 떠난다면, 주아현 저자가 작성했던 위시리스트 중 가장 해보고 싶었던 나만의 리스트를 골라보게 되었다. *총 14가지 중 가로에 표기된 숫자가 저자가 작성한 리스트다.

1. 동네 목욕탕에서 낯선 사람들과 목욕하기
2. (3)아무 계획 없이 그저 숙소 근처의 동네를 산책하기
3. (4) 마음에 드는 카페나 장소는 미련이 없을 만큼 몇 번이나 가기
4. (5) 밤에 편의점에서 어묵과 맥주 하나를 사 와 영화 보기
5. (11)<시같을 달리는 소녀>속 마코토가 된 듯 자전거를 타고 달리기
6. (12) 날씨가 더워지면 빙수 가게에 가서 짱구가 먹던 시럽이 뿌려진 빙수 먹기

한국에서도 목욕탕을 가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내가 유일하게 일본에서 가장 좋아했던 것이 온천이었다. 그렇지만 늘 언니가 동행해 주었기에 낯선 사람들과 목욕하고 싶다는 생각은 처음 <하루하루 교토>를 읽을 때는 공감할 수 없었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다시 가게된다면 그때는 왠지 홀로 이렇게 목욕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저자는 자신의 위시리스트가 지나치게 소박하다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곱씹을수록 다른 이들도 이런 위시리스트가 필요하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특히 마음에 드는 카페나 장소를 미련없이 여러차례 간다는 것이 일회성 여행에서는 사실 쉬운 결정이 아니라. 저자처럼 작정하고 한달살기 여행을 떠나거나 나처럼 수시로 지인의 집에 머물 수 있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 가능하다. 아무래도 여행지에서는 새로운 곳을 찾기 마련이니까. 그런데 꼭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거다. 설사 내가 단 한 번도 가본 적 없고, 언제 다시 방문하게 될 지 모른다고 하더라도 마음에 드는 장소를 제대로 제대로 담아오는 것, 사진을 쳐다보지 않아도 그곳만큼은 확실하게 기억해낼 수 있는 곳을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하루하루 교토.
봄을 의미하는 일본어와 하루의 낮과 밤을 뜻하는 우리말 하루. 처음 일본어를 배울 때 부터 하루라는 단어가 참 맘에 들었는데 <하루하루 교토>덕분에 더 좋아진 것 같다. 일본어로도, 한국어로도 참 예쁜 말. 하루. 봄이 그리울 때, 나의 하루를 마음만이라도 이국의 어디론가로 떠나고 싶을 때 다시 보면 좋을 것 같다. 세 번 째 하루하루 교토를 읽을 때는 또 어떤 기분이 들런지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