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역사 2 - 치욕의 역사, 명예의 역사 땅의 역사 2
박종인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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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땅의 역사 1권을 적으면서 하나하나 알지 못했던 부분을 적으려다가 지나치게 길어지는 것 같아 축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질 못했다. 2권에서는 한 사건이나 인물에 깊이 들어가지 않으려고 했으나 치욕스러운 역사도, 명예로운 역사도 그 경중을 따질 순 없지만 몇 가지 더 이야기 하고 싶은 부분이 있어 그 부분을 적을까 한다. 거듭 말하지만 내 나라에 대한 자부심도, 내 나라에 대한 부끄러움도 모두 '내 나라, 한국'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을 계속 머리와 가슴속에 품지 않으면 결코 읽기 쉬운 책은 아니다.

 


나쁜 놈 얘기는 그만하고. 목차를 보면 알겠지만 1부가  나쁜 놈들이다. 리뷰에 일부러 강하게 쓴 것이 아니라 책의 목차에 맞게 쓴 것이다. 나쁜 놈. 2장 안타까운 이야기를 또 아니할 수 없다. 여자들의 이야기다. 특히 제주여자들의 이야기다. 말, 바람, 여자가 많아 삼다도라 불리는 제주도. 제주도가 지금은 바다도 있고 육지도 있고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섬지역이라 관광지로 잘알려진 곳이고 많은 이의 부러움을 사는 지역이지만 과거에는 참 슬픈 섬이었다. 한동안은 전복을 먹을 때 흠칫 할 것만 같다. 정조의 금지령 아니었으면 얼마나 더 많은 백성들이 전복때문에 제주를 버리고 나라를 원망했을 것인가. 여자가 남자에 비해 많았던 까닭은 말도 돌봐야 하고 남편들은 바다에 가면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도 많으니 여자들의 수가 성비율로 많은 것이 아닌 살아남았기 때문에 많을 수 밖에 없는 경우였다. 설상가상 전쟁전후에 있었던 양민학살(6장-5)로 인해 남자들이 귀할 수 밖에 없는 제주도. 몰랐던 사건은 아니었지만 읽는 내내 제주도란 섬을 이렇게나 위로하고 싶었던 적이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위로 받으려고 제주도로 향했는데 아마도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위로해주려고 제주도를 찾고 싶지 않을까 싶다. 그런가하면 시집은 가는 것도 아니고 장가를 드는 것도 아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모계사회였던 것이 왕족들에 의해 바뀌었을 뿐이다. 부디 누구를 데려오고 데려간다는 생각말고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을 축복해주는 두 가족이 하나가 되길 바랄 뿐이다. 1장 나쁜 놈들에 이어 이번에는 남자들의 이야기다. 국내 첫 유학파 홍종우의 이야기도 등장하는 데 홍종우는 다름아닌 김옥균을 암살한 그 홍종우이다. 그동안 홍종우와 김옥균을 두고 같은 꿈 다른 방식이라고들 하였지만 애초에 꿈 자체가 달랐던게 아닐까 싶다. 사족이긴 하나 그 시절 프랑스에 유학을 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놀랄정도니까. 4장은 왕조 스캔들인데 워낙 대하드라마에서 이방원과 그들의 이야기가 많이 다뤄져서 그나마 배경지식이 많았던 부분인데도 정도전에 앙심을 품은 뒷얘기는 역시나 양반님네들 답다 싶었다.

 


(사진을 전공한 저자덕에 본문 내 수록되어 있는 사진들은 내용과 무관하게만 보면 하나같이 멋져 보인다.)

 

1권을 읽고났을 때는 그래도 대인들이 계셔서 이 땅이 있구나 싶어 나던 화를 잠재울 수 있었지만 2권을 읽고나서는 참 씁쓸했다. 1권 리뷰에 적은 것처럼 과거의 억울함이 현재에도 이어지고 무엇보다 친일파들은 어찌 그렇게들 잘사는가 싶기도 하고 그렇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권선징악, 잉과응보는 도대체 몇 백년이 흘러야 가능할 것일까. 임진왜란 때 부터 이어지는 몇몇 소인배들의 피는 나라를 기어이 팔아먹기에 이르렀고, 그런 인물들이 어쩌면 그리 처세에 능해 전쟁이후에도 권력을 쥐고, 자신의 재산을 여전히 축적하며 잘 살고 있다. 독립운동가 분들, 대인들의 자손들도 잘 살고 있으면 덜 화가 날 것 같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엄청난 부자였던 독립운동가의 후손의 현재는 나라 판 조상을 둔 저들보다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자신을 두고 고맙다라고 표현한 부분이 있는데 적극 공감한다. 이렇게라도 역사를 바로 잡고, 알려지지 않은 부분을 더 크게 알리는 역할, 화만 내는 나보다, 탄식하는 나보다 얼마나 현명한 일인가. 이렇게 좋은 책에 리뷰라도 적을 수 있어 다행이다. 답사관련된 내용도 수록되어 있으니 직접 발로 찾아가길 바라는 독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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