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역사 1 - 소인배와 대인들 땅의 역사 1
박종인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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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땅의 역사는 1,2권으로 나뉘어 출판되었다. 먼저 땅의역사 1권에 대한 리뷰를 적는다. 연도별 혹은 왕의 직위별로 쓰인 글이 아니기 때문에 목차를 한 번 보고 읽기를 권한다. 더불어 미리 말해두지만 한국이라는 자신의 조국이 맘에 들지 않는 사람들은 그 이유를 알게 될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조국이 어떻게 지금까지 건재할 수 있는지 자부심을 가지고 싶은 이들에게도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저자가 직접 책에 적은 집필의도는 다음과 같다.

 

큰사람들을 잊지 않고 소인배 또한 기억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소인배는 왜 기억해야 하는가. 두 번 다시 그런 자들이 태양 아래 나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이 책을 읽는 법 중에서-

 

 

책을 순서대로 읽다보니 1장 소인배의 이야기를 먼저 접했다. 저자가 예고한대로 정말 화가 나고 분노게이지가 차올라서 읽다가 몇 번을 덮어두고 화를 식혀가며 읽었다. 아무리 객관적으로 읽으려고 해도 도무지 자신의 이기심 때문에 충신을 벌하고 간신을 그냥 살려두는 것도 아니고 벼슬까지 주면서 살게하다니 정말 그런 소인배들의 행각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국'이란 나라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싶을 정도다. 이 얘기는 바꿔말하자면 그만큼 대인배, 즉 나라를 위해 제 목숨을 내던진 위인들이 그토록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저자의 의도를 잘 살리기 위해서 소인배들 몇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선조. 앞서 말한 충신을 버리고 간신과 소인배를 곁에 두었던 왕이다. 게다가 전쟁중에 저 혼자 살겠다고 명나라로까지 가려던 소인배 중에 소인배다. 진실로 명나라를 존경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자신들의 고집을 꺽지않았던 이들과는 다르다. 그저 저 살자고 명나라로 가려던 소인배였다. 그리고 풀이름로라도 남아서 끊임없이 욕을 먹는 김경징.

 

 

 

 

 (1권 7장) 병자호란 때 청나라 군에 대비했어야 할 책임을 망각하고 정신못차리다가 수많은 백성의 피를 희생시킨 소인배였다. 내용을 모르고 책의 사진만 보았을 때는 얼핏 피로 얼룩진 것인가, 경징이라는 인물이 희생을 해서 그 억울한 피인가 싶었다. 그야말로 나의 무지를 거듭 후회와 반성하게 된 부분이기도 하다. 권력을 가진 한 사람의 이기가 얼마나 수많은 소중한 생명을 희생시켰다는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소인배를 자신의 안위를 위해 처벌을 면하게 하려던 왕까지. 군주가 바로서지 않았을 때 어떤 참극이 일어나는지는 1부만 보더라도 여실하게 느낄 수 있다. 예고를 하자면 소인배의 행각은 사실 1권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1부에서 화를 참지 못했다면 2부에서는 감사한 마음은 물론이거니와 그야말로 어떻게 같은 사람인데 이토록 훌륭할 수 있을지 놀라게 되는 부분이다. 2부 대인배 편에서는 독립운동가 중에 잘 모르거나 잘못알려진 대인배분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특히 6장 이회영 투사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남겨볼까 한다. 이회영 투사는 소위 갑부중에 갑부, 재벌중에 재벌이었다. 대한민국에서 땅값이 가장 비싸다는 명동의 대부분이 그 가문에 속해있었다. 명동을 자주 다녔던 사람들이라면 본적이 있을 것이다.

 

 (해당 사진은 책에 수록된 사진이 아닌 개인소장용입니다.)

 


명동성당 주변 작은 공원에 세워진 그분의 흉상과 비석이다. 돈이 많은자가 나라를 위해 돈을 내놓았다, 당연하다고 반응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혹은 사유재산을 유지하면서 혹은 친일행위를 하면서 양심상 조금 내놓았을 수도 있겠거니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회영과 그 가족들은 전재산, 심지어 형제 중 몇은 병들고 굶어 죽었을 만큼 재산 뿐 아니라 목숨까지 조국을 위해 바친 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작은 흉상과 비석으로 대신하며 독립투사를 떠올렸을 때 저들의 이름을 언급하는 이가 드물만큼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제목의 이회영의 아내분이 언급되는 데 그분의 경우는 오히려 한국으로 들어와 공장일을 하면서 번돈을 가족을 건사하기 위해 역으로 만주로 보내는 등 그 고생을 말로 할 수 없다. 많이 가졌다고 해서 많이 내놓는 것이 싶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기에 더더욱 그분들의 희생이 남다르게 다가왔던 것이다.

 

​(책을 읽다보며 이 작은 나라에 왜그리 빈 묘, 가묘가 많은지를 알게 된다. 참으로 가슴아픈 역사다.)

 

사실 2부 대인배편을 봐도 대인배를 가로막는 무지하고 이기적인 소인배들의 등장으로 화가 확 풀리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3부 막힌놈들 편을 보면 답답함이 급습하기 시작한다. 더 안타까운 것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다. 신분이 문제가 된다기 보다 제 욕심에 타인의 꿈과 나라의 희망을 망가뜨리는 각양각색의 소인배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름과 상황만 바뀌었을 뿐 제2의 억울한 사람들이 한 둘이겠는가. 저자의 집필의도처럼 더이상 그런 소인배가 나오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쓰게 된 책인데 정작 그들은 이 책을 읽기나 할까 싶다. 안타까운 백성만, 그렇게 죽어간 조상을 둔 후대들만 읽을까 그게 염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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