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짐을 수업하다 - 나를 지키면서 사랑하고 헤어지는 법
쑨중싱 지음, 손미경 옮김 / 미래의창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제목이 정말 절실하게 와닿는 요즘이다. 헤어짐이 얼마나 아픈지 모르지 않는다. 정말 죽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던 적도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연예인보다 더 잘생긴 이성이 내게 고백을 한다고 해도, 엄청난 부자가 내게 구혼을 하더라도 오로지 그 사람이 아니면 안될 것 같았던 때가 분명 내게도 있었다. 하지만 다시 만날 확률은 거의 없다. 책에서 등장하는 것처럼 오해로 사귀게 되고 이해로 헤어진다는 말처럼 상대방은 더이상 나를 사랑의 눈이 아닌 제대로된 눈으로 보고 판단했기 때문에 나와 헤어진 것이다. 내 사랑이 끝나지 않았다고 해서 상대방이 억지로 나랑 만나줘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비극인가. 상대에게 그것은 '노예'가 되어달라는 의미밖에 되지 않는다. 무조건 다시 돌아오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어떤 면에서 보자면 이기적인 것을 떠나 '악마'의 다른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책임이란 한번 한 약속을 절대 바꾸지 않는 것이 아니다. 둘 중 한사람의 마음이 떠날 수도 있고 서로의 관계가 변할 수도 있다. 맨 처음의 약속을 무조건 지키는 것은 때로는 책임감이 아니라 미련이 된다. 56쪽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이별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다시말해 헤어질 때 합의이혼처럼 서로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정말로 상대를 좋아했었다면 결별의 이유를 감추거나 거짓으로 둘러대서도 안된다고 말한다. 이별의 이유를 분명히 말해줄 수 있어야 고칠 것은 고치고, 고칠 수 없는 부분이 아닌 것을 납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화로, 최근에는 SNS로 결별을 통보하는 사람들은 한마디로 제대로 사랑할 줄도 헤어질 줄도 모르는 것이다. 이것도 나쁘지만 아예 연락을 끊는 것도 마찬가지로 나쁘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면전에 대고 싫은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누구라도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상대방이 매달린 게 뻔하다면 더더군다나 그 만남을 회피하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저자가 조언해주는 것은 애초에 사랑을 할 때 이별시나리오를 함께 작성해두라고 말한다. 물론 한참 연애중일 때 이별을 염두해두는 것은 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 할 수도 있고, 나는 괜찮아도 상대방이 불쾌해 할 수도 있는데 차라리 나중에 위의 경우처럼 더 불쾌하게 할거라면 사전에 미리 시나리오를 작성해두고 합의하는 것이 그야말로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이별이라는 것이 한쪽에서 외도를 했다거나, 마음이 변했기 때문일수도 있지만 뜻하지 않은 사고나 죽음으로 헤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나리오를 작성해가면서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를, 어떤 사랑을 꿈꾸는지도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꼭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요즘처럼 다시 만나자는 자신의 뜻을 받아주지 않는다고 협박하거나 폭행을 넘어 살인까지 저지르는 무서운 세상에서는 아예 공증까지 받아둬야 된다고 생각한다.


'저 친구는 헤어진 지 얼마 안돼 제정신이 아니야.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라는 생각으로 방관하는 태도도 위험하다. 주변인들의 무관심 속에서 연애 혹은 이별로 인한 잡생각이 계속 발전하다가 정상적인 생각의 범주를 넘어서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주변에서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는 이별 범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199쪽


무조건 우리는 결코 헤어질 리 없다고 말하는 상대방이 한참 연애중일 때야 믿음직스럽고 더없이 사랑스럽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자면 그보다 무서운 말은 없다고 생각한다. 사랑의 완성은 이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랑을 통해, 그 관계를 통해 무엇을 '배웠느냐'에 있다라는 저자의 말에도 공감이 간다. 사랑은 끝났지만 연애를 통해 외적으로 예뻐졌을 수도 있고, 성적이 오르거나 지인들과의 관계가 오히려 더 확대되었을 수도 있다. 반대로 연애하면서 친구들도 잃고, 상대방만 챙기느라 자신을 돌보지 않는다면 애초에 그 사랑은 이별하지 않는 것이 이별하는 것보다 못한 사랑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와 같은 마음이 아닌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이럴 때 세상이 나를 버렸으니 노력해도 소용없다거나, 내 삶에 의미가 없다는 절망적인 생각은 절대 하지 않기를 바란다. 219쪽


책의 모든 내용이 새롭거나 공감되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 심지어 헤어진 후 어떻게 하면 빠르게 극복할 수 있냐는 제자의 물음에 그걸 알면 노벨상을 벌써 탔을 거라고 솔직하게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어짐을 수업하다>를 현재 애인이 있든, 결별할 준비를 하든, 이미 헤어진 상태든 읽어야 한다는 저자의 입장을 지지하는 까닭은 그 사람을 만나기 전에도 이미 당신은 멀쩡하게 살아있었던 사람이었다는 점이다. 헤어져서 당장은 아프더라도 이별의 이유를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이별조짐이 결코 보이지 않더라도 이별 시나리오를 함께 작성해보는 것, 연애전과 후 내가 배운 것은 무엇인지 확인해보는 것은 정말이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별하면 아프다. 이별을 잘 견뎌낼 수 있을 때 비로소 다시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것도 기억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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