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젯밤에 축구 경기 보셨나요?
오랜만에 보는 시원한 경기였습니다.
그런 재밌는 경기를 보고 흔히
"박진감 넘치는 시합이다."라고 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박진감 넘치는 시합'은 문제가 있는 말입니다.
먼저,
박진감(迫眞感)은,
"진실에 가까운 느낌"이라는 뜻으로
그 소설은 박진감 있는 구성과 탄탄한 주제 의식으로..., 그 상황 설명은 박진감이 있었다처럼 씁니다.
곧, 현실이나 사실처럼 느낄 수 있는 일을 말합니다.
그러나 어젯밤에 있었던 축구 경기는 실제로 있었던 일이잖아요.
실제로 있었던 일에는 박진감이라는 낱말을 쓰지 않습니다.


한글학회 우리말큰사전에는,
박진감을 迫進感이라 써 놓고
"세차게 밀고 나아가는 느낌."이라 풀었습니다.
그래놓고 박진감이 넘치는 경기를 보기로 들었습니다.


迫眞感이 맞는지 迫進感이 맞는지는 국어학자들이 풀어주실 일이긴 하지만,
저라면 아예 한자를 쓰지 않겠습니다.
그러면 중간이라도 가죠.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잖아요.
굳이 모르는 한자를 억지로 쓰면서 망신을 자초하지는 않겠습니다. ^^*


내친김에,
시합(試合)도 문제입니다.
시합은 しあい[시아이]라는 일본말에서 왔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 '겨루기'로 다듬었습니다.
축구 시합이 아니라 축구 경기나 축구 겨루기입니다.


그나저나 어제 축구는 참 재밌었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시(時)' 띄어쓰기


요즘 공문서를 많이 주무르다 보니 문서에 띄어쓰기 틀린 게 많이 보이네요.

이참에 큰 맘 먹고 띄어쓰기를 좀 알아볼게요.

아마도 일주일 내내 띄어쓰기 이야기만 해야 할 듯...


언젠가 말씀드렸듯이, 우리말은 낱말별로 띄어 씁니다.

품사(명사, 대명사, 수사, 동사, 형용사, 관형사, 조사, 부사, 감탄사)도 낱말로 보고 띄어 쓰되, 조사만 붙여 씁니다.

한 낱말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기준은

그 낱말이 사전에 올라 있으면 한 낱말이고 그렇지 않으면 한 낱말이 아닙니다.

이것만 아시면 띄어쓰기 반은 끝났습니다. 아니 한 80%는 끝났습니다.


오늘은 먼저 '시'의 띄어쓰기를 알아볼게요.

'시(時)'는 일부 명사나 어미 '-을' 뒤에 쓰여,

"어떤 일이나 현상이 일어날 때나 경우"를 뜻하는 의존명사입니다.

의존명사니까 당연히 띄어 써야겠죠.

비행 시에는 휴대 전화를 사용하면 안 된다./규칙을 어겼을 시에는 처벌을 받는다처럼 씁니다.


다만,

'유사시', '비상시'처럼,

'시'가 명사와 결합하여 합성어로 사전에 오른 경우는 한 낱말로 봐서 띄어 쓰지 않고 붙여 씁니다.


간단하고 쉽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안녕하세요.

 

며칠 전부터 MBC 자막 틀린 것을 좀 꼬집었더니,
왜 MBC만 미워하느냐고 하시는 분이 계시네요.
그래서 오늘은 KBS도 좀 미워해(?) 볼게요. ^^*
오늘 아침이 아니라 어제 아침 뉴스였는데요.
8시 8분쯤 KBS2에서,
서울시가 밤에 불법 광고물을 단속하면서 밤새 실랑이가 있었다고
기자가 이야기했고, 자막도 그렇게 나왔습니다.
이때는 '실랑이'가 아니라 '승강이'라고 해야 합니다.
실랑이는 "이러니저러니, 옳으니 그르니 하며 남을 못살게 굴거나 괴롭히는 일"이고,
승강이는 "서로 자기 주장을 고집하며 옥신각신하는 일"을 말합니다.


오늘 이야기 시작하죠.


제가 일하는 곳에는 항상 식물과 꽃이 있습니다.
농사짓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보니 식물이 있는 것이 당연하고,
게다가, 원예연구소 사람들이 있어 꽃도 끊이지 않습니다.
지금은 회의탁자 위에 나리꽃이 있습니다.


흔히,
'나리'는 자생나리만을 뜻하고,
'백합'은 흰 꽃이 피는 백합을 뜻하는 것으로 알고 계시는데,
백합(百合)의 우리말이 '나리'입니다.
백합은 약 1백 개의 인편이 합쳐서 하나의 구근을 이루기 때문에 백합(百合)이라고 했다고 하네요.


오늘 하고자 하는 말은 그게 아니라,
지금 회의탁자에 있는 나리꽃이 이울어갑니다.
원예연구소에서 관심을 좀 두시길 빕니다. ^^*


앞에서 꽃이 이울다는 말을 했는데요.
이울다는 "꽃이나 잎이 시들다."는 뜻으로
"꽃이나 풀 따위가 말라 생기가 없어지다."는 뜻의 '시들다'와 거의 같은 뜻이죠.


어쨌든,
제 일터에 있는 나리꽃이 이울고 시들어갑니다.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 분들 들으셨죠?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아침 뉴스를 들으니,

우리나라 기자가 무장괴한에게 납치되었군요.

하루빨리 무사히 풀려나길 기원합니다.


제가 우리말편지에서 가끔 기자를 탓하긴 하지만,

그래도 정의의 펜을 든 기자는 언제 어디서건 굳건해야 합니다.



어제는 12시 넘어서 밤늦게 퇴근하면서

같이 퇴근하는 동료와 맥줏집에 들러 가볍게 한잔하고 들어갔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나서 마시는 맥주,

그것도 맘 맞는 친구들과 마치는 맥주는 보약일 겁니다.


맥주를 파는 집을 '맥주집'이라고 할까요, '맥줏집'이라고 할까요?


우리말을 공부하면서 제가 제일 불만인 게 사이시옷 규정입니다.

언어현실과 많이 동떨어진 규정을 만들어놓고 지키라고 강요하는 것 같아 영 떨떠름합니다.


언제 기회 되면 사이시옷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고,

오늘은 간단한 것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사이시옷은 두 낱말을 합쳐 한 낱말로 만들 때만 씁니다.

이 두 낱말은 꼭,

고유어+고유어

고유어+한자어

한자어+고유어

한자어+한자어

여야 합니다.


이것만 아셔도 '피잣집'이 아니라 '피자집'이고,

'핑큿빛'이 아니라 '핑크빛'이라는 것을 아실 수 있습니다.

앞에서 보는 것처럼 고유어와 한자어의 결합에만 사이시옷을 쓰지,

외래어에는 사이시옷을 쓰지 않거든요.


이 중, 한자어+한자어는,

곳간(庫間), 셋방(貰房), 숫자(數字), 찻간(車間), 툇간(退間), 횟수(回數)

이렇게 여섯 가지만 사이시옷을 쓰고 다른 경우는 쓰지 않습니다.

따라서 '촛점'이 아니라 '초점'이 맞고, '갯수'가 아니라 '개수'가 맞습니다.


맥주는 麥酒로 한자어입니다.

사이시옷은 맥주 다음에 고유어가 올 때만 쓸 수 있습니다.

맥주 다음에 한자어가 오면 한자어+한자어인데,

이런 경우는 여섯 가지만 사이시옷을 쓰고 다른 경우는 쓰지 않는다고 했잖아요.


따라서,

'맥주+집'은 한자어+고유어로 '맥줏집'으로 쓰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맥주+병(甁)은 한자어+한자어이므로 '맥줏병'이 아니라 '맥주병'으로 써야 맞습니다.

맥주+잔(盞)도 마찬가지 이유로 '맥주잔'이 맞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안녕하세요.


출근길에
오늘은 무엇으로 우리말편지 밥상을 차리나 걱정을 하고 있는데,
마침 KBS가 저를 도와주네요.


8시 25분쯤
기상이변으로 수년 내 큰 태풍이 올지도 모른다면서,
기자가 강릉 앞바다에 들어가 보니
평소 서식하고 있던 미역이 줄어들었다고 했습니다.
또, 잠시 나온 전문가는 찬물에 서식하는 해조류보다...
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서식은 그렇게 쓰는 낱말이 아닙니다.
서식은
살 서(棲) 자와 숨쉴 식(息) 자를 써서
"동물이 깃들여 삶"이라는 뜻입니다.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에 쓰는 낱말이 아닙니다.
따라서,
천연기념물인 제주 한란 서식지가 발견되었다 같은 기사는 잘못된 겁니다.
제주 한란 군락지나 자생지가 발견되었다처럼 쓰셔야 합니다.


우리말 밥상 차리는 것을 도와주신(?) 한국방송, KBS,
고맙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