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07. 6. 7.




요즘 밖에 보면 작약이 많이 피어있을 겁니다.
함박꽃 작(芍) 자와 약 약(藥) 자를 써서 '작약'이라 합니다.
곧, 함박 웃는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작약입니다.
당연히 함박꽃이 작약입니다.



 

안녕하세요.

딸내미와 떨어진 지 한참 되어서 애가 무척 보고 싶네요.
저를 보면 활짝 웃으면서 달려올텐데...

오늘은 제 딸을 생각하면서 편지를 쓸게요.
요즘 밖에 보면 작약이 많이 피어있을 겁니다.
함박꽃 작(芍) 자와 약 약(藥) 자를 써서 '작약'이라 합니다.
곧, 함박 웃는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작약입니다.
당연히 함박꽃이 작약입니다.

우리 사전에 '함박'이 "크다"는 뜻으로 올라있지는 않지만,
분명히 크고 탐스럽다는 뜻이 들어 있을 겁니다.
그래서 "굵고 탐스럽게 내리는 눈"이 '함박눈'이고,
"크고 환하게 웃는 웃음"이 '함박웃음'이잖아요.

주먹만큼이나 큰 꽃송이,
집 뜰에 두어 송이만 피어도 집안이 환해지고,
보기만 해도 저절로 함박웃음이 지어지는 함박꽃.

이 함박꽃과 모란을 헷갈리시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아주 쉽게 가르는 방법은,
함박꽃은 풀이라 겨울에 땅 위에 있는 줄기 부분이 죽었다가 봄에 새순이 돋고,
모란은 나무라 겨울에 땅 위에 있는 줄기 부분이 살아 있습니다.
따라서 지난겨울에 보이지 않던 식물이 봄에 새싹을 돋아 꽃을 피우면 그것은 함박꽃입니다. ^^*
그리고 함박꽃보다 모란이 조금 먼저 핍니다.

내일이면 돌아갑니다.
곧 딸의 함박웃음을 볼 수 있겠죠? ^^*

우리말123


보태기)
모란을 목단이라고도 하는데,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모란과 목단 모두 표준어로 나와 있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두남두다]

오늘도 제 딸내미 이야깁니다.
그동안은 31개월 된 딸내미가 무슨 행동을 하건 잘했다고 칭찬하고 안아줬는데,
며칠 전부터는 슬슬 꾸중도 하고 잘못도 꼬집어 주고 있습니다.
잠자기 전에 우유를 달라고 하면 떼를 써도 주지 않고,
사탕을 달라고 하면 10분 뒤에 주겠다고 하면서 기다리게도 하고...

제 자식이라 제가 보기에는 떼쓰는 것도 예뻐 보이지만,
남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만은 않잖아요.
또 세상을 자기 고집대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너무 두남두다 보면 애 버릇 나빠지죠.

오늘은 '두남두다'는 우리말을 소개드릴게요.
'두남두다'는,
'잘못을 감싸고 두둔하다.'는 뜻으로,
자식을 무작정 두남두다 보면 버릇이 나빠진다, 아무리 못나도 자기 남편이라고 두남두는 모양이로구나처럼 쓰고,
'애착을 가지고 돌보다.'는 뜻도 있는데,
자기편을 두남두다처럼 씁니다.

먹고 싶은 우유나 사탕을 먹지 못해 애태우는 딸내미를 보는 제 가슴은 애끓듯 아프지만,
나중을 위해 그런 버릇은 어려서부터 잡아야죠.
제 딸이 훗날 사회에 나가 제 몫을 다 하는 사람이 되도록,
제 자식을 두남두며 키우지는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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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07. 6. 5.




교과서에는
최대값, 최소값, 절대값이라고 나와 있지만
맞춤법규정에 따르면 최댓값, 최소값, 절댓값이 맞습니다.
최대, 최소, 절대가 한자지만 값이 순 우리말이라서 두 낱말이 합쳐져 한 낱말이 될 때 사이시옷을 넣어줘야 합니다.



 

안녕하세요.

이곳에서 차를 빌려서 타는데 기름값이 싸서 참 좋네요.
우리나라에서는 '휘발유 값 사상 최고치 눈앞'이라는 기사를 며칠 전에 본 것 같은데...
어쩌려고 이렇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기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학교에서
최대값, 최소값, 절대값 따위를 배웠습니다.
그 뜻이 뭔지는 다 아실 것이고,
오늘은 그 쓰기입니다.
교과서에는
최대값, 최소값, 절대값이라고 나와 있지만
맞춤법규정에 따르면 최댓값, 최소값, 절댓값이 맞습니다.
최대, 최소, 절대가 한자지만 값이 순 우리말이라서 두 낱말이 합쳐져 한 낱말이 될 때 사이시옷을 넣어줘야 합니다.

이렇게 교육부에서 만든(?) 교과서와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맞춤법이 달랐다가,
작년 6월 교육인적자원부와 국립국어원이
현행 어문규정에 따라 표기법을 단일화하기로 했습니다.
따라서 지금은 교과서에 최대값이라고 나올지라도 앞으로 만들 교과서에는 최댓값이라고 나올 겁니다.

그러나
'최고치'는 '최곳치'가 아니라 '최고치'가 맞습니다.
왜냐하면, 뒤에 오는 낱말이 된소리(ㄲ,ㄸ,ㅃ,ㅆ,ㅉ)나 거센소리(ㅊ,ㅋ,ㅌ,ㅍ)이면
사이시옷을 쓰지 않는다는 규정 때문입니다.
이미 알고 계셨죠?

제발 휘발유값이 더는 오르지 않기만을 빕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건데기 >> 건더기]

어제는 전투가 좀 치열했습니다.
오늘, 아침밥을 먹으면서,
밥 몇 술과 국물만 끼적끼적 억지로 먹었더니,
이를 본 딸내미가 저에게 한마디 하네요.

'아빠, 국물만 먹지 말고 건데기도 먹어야 키가 쑥쑥 크지!'
평소 엄마에게 들었던 말을 때를 잘 맞춰 저에게 써먹네요.

속은 쓰리지만 어찌나 귀여운지...
그 김에 한 수 가르쳐줬죠.

'아빠에게는 먹는다고 안 하고 드신다고 해야 하고,
이건 '건데기'가 아니라 '건더기'고,
어른에게는 크가 쑥쑥 큰다고 하지 않고 건강하시다고 해야 하는 거야, 알았지?, 자 다시 해봐!'

세상 밖에 나와 31개월 동안 열심히 살아온 딸내미가,
한참을 생각하더니, 드디어 입을 열더군요.

'아빠, 국물만 드시지 말고 건더기도 드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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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07. 6. 4.




함께 묶인 서류의 종잇장 사이에 걸쳐서 찍는 도장을 간인(間印)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 낱말은 국립국어원에서
'사잇도장', '거멀도장', '걸침 도장', '이음 도장'으로 다듬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다른 나라에 있습니다. 회사일로 잠시 나왔습니다.

과제 협약을 혼자 하느라 고생이 많으실 해진 씨!
가서 맛있는 점심 대접할게요. ^^*

해진 씨가 요즘 농촌진흥청 현장협력기술개발사업 과제를 협약하고 있습니다.
흔히 연구협약서를 받을 때는 협약서 앞장과 뒷장 사이에 도장이 찍혀 있는지를 꼭 확인하는데요.
그런 도장,
함께 묶인 서류의 종잇장 사이에 걸쳐서 찍는 도장을 간인(間印)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 낱말은 국립국어원에서
'사잇도장', '거멀도장', '걸침 도장', '이음 도장'으로 다듬었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서류는 간인을 해야 한다가 아니라
중요한 서류는 사잇도장을 찍어야 한다고 해야 맞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이런 좋은 일도 많이 하고 계십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계인(契印)은
"두 장의 문서에 걸쳐서 찍어 서로 관련되어 있음을 증명하는 '계(契)' 자를 새긴 도장."으로
이 역시 '거멀도장'으로 다듬었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한창/한참]

며칠 전에 보내기가 한창이라면서 벼농사 이야기를 보내드렸는데요.
오늘은 그때 쓴, '한창'과 '한참'을 구별해 볼게요.

'한창'은,
'어떤 일이 가장 활기 있고 왕성하게 일어나는 때. 또는 어떤 상태가 가장 무르익은 때.'를 말합니다.
'공사가 한창인 아파트, 요즘 앞산에는 진달래가 한창이다.'처럼 씁니다.
'한참'은,
'시간이 상당히 지나는 동안.'을 뜻합니다.
'한참 뒤, 한참 동안 기다리다, 그는 한참 말이 없었다.'처럼 씁니다.

이렇게 '한창'과 '한참'은 발음은 비슷해도 뜻은 전혀 다릅니다.

잘 구별해서 쓰셔야 합니다.

요즘 논에서는 모내기가 '한참이다'고 하면 안 되고, 모내기가 '한창이다'고 해야 합니다.

새로운 월요일입니다.
이번 주도 좋은 생각 많이 하시고,
좋은 일 많이 만드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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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07. 6. 1.




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을 '쌩얼'이라고 하는데,
이는 너무 경박하고 촌스러운 유행어입니다.
좋은 우리말에 '민낯'이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하나 더 보낼게요.

어젯밤 MBC에서 지피지기라는 방송을 내 보냈는데,
자막에 '민낯'이 나왔습니다.

참으로 잘하신 것입니다.
흔히,
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을 '쌩얼'이라고 하는데,
이는 너무 경박하고 촌스러운 유행어입니다.

좋은 우리말에 '민낯'이 있습니다.
"화장을 하지 않은 여자의 얼굴"이죠.
비슷한 낱말로 '민얼굴'이 있습니다.
"꾸미지 않은 얼굴."이죠.
'본얼굴'이라는 낱말도 있습니다.
"화장을 하였거나 변모한 얼굴이 아닌 본디의 얼굴 모습"입니다.

이런 좋은 우리말을 두고 자극적인 '쌩얼'을 쓸 까닭이 없습니다.

가끔은 '맨얼굴'이라는 낱말도 씁니다.
그러나 이 또한 '민얼굴'이 맞습니다.
'맨'이 다른 것이 없다는 뜻의 앞가지(접두사)라서 얼굴에 맨을 붙여
'맨얼굴'이라 하겠지만,
대한민국 국어사전에 맨몸, 맨주먹, 맨발, 맨땅은 있어도
맨얼굴은 없습니다.

오랜만에 방송에서 멋진 자막을 봐서 기분이 참 좋습니다.
문화방송 MBC!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승패/성패]

오늘인가요? 월드컵 시작일이...
우리 선수들의 건강상태에 한 경기 한 경기의 승패가 달렸을 겁니다.
오늘은 우리 선수들이 잘 싸워주길 빌며,
'승패'와 '성패'의 차이를 알아볼게요.

사실은 아주 간단하고 쉽습니다.
성패(成敗)는,
성공과 패배, 곧 '잘 되고 안 되고'를 말하고,
승패(勝敗)는,
승리와 패배, 곧, '이기고 짐'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보면,
선수들의 몸 상태에 따라 토고와의 경기에서 이길 수 있느냐 없느냐는
'선수들의 몸 상태에 따라 토고전의 승패가 달렸다'고 해야 하고,

독일이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느냐 없느냐는
'독일 국민의 질서의식에 월드컵의 성패가 달렸다'고 해야 합니다.

쉽죠?
아무쪼록 우리 선수들이 잘 싸워서 멋진 경기를 보여주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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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07. 6. 1.




또 어디서는 '맹세문'을 다듬는다고 하는데,
'맹세문'보다는 '다짐글'이 더 낫지 않을까요?



 

안녕하세요.

어제는 임재춘 교수님의 글쓰기 특강을 들었습니다.
참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많은 분이 글쓰기에 관심이 있다는 것도 볼 수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우리말로 깔끔한 글을 쓴다는 것은
그 사람의 품위를 보여주는 것일 겁니다.

어제 뉴스를 보니 "행정자치부가 '국기에 대한 맹세'의 문안을 바꾼다"라고 하네요.
여기저기 읽어보니 국가우선주의, 군국주의, 반민주적, 시대상 등 여러 이야기가 나오는군요.

바꾸고 말고는 뒤로하고 저는 다른 것이나 좀 볼게요.
'국기에 대한 맹세'에서 꼭 맹세(盟誓)를 써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다짐이라는 우리말이 있는데 왜 어려운 盟誓를 쓰죠?

또 어디서는 '맹세문'을 다듬는다고 하는데,
'맹세문'보다는 '다짐글'이 더 낫지 않을까요?

우스갯소리 하나 할게요.
농촌진흥청 연구소의 어떤 소장님이 날마다 아침 7:30에 과장 회의를 했습니다.
그걸 보고 그렇게 하면 과장들이 반발하지 않냐고 물으니,
그 소장님이 하시는 말씀이,
"그것은 과장들이 원해서 그렇게 한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아침 7시와 7시 반 가운데서 언제 회의를 하는 게 좋겠냐고 물으셨고,
과장들이 한결같이 7시 반이라고 대답했다는 겁니다.
그러니 과장들이 원해서 7시 반에 회의를 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하셨다네요.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행정자치부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를 바꾸면서 세 가지 보기를 제안했습니다.
이 가운데 하나를 결정하고 나서,
국민이 그렇게 원해서 바꿨다고 할까 두렵습니다.
그러면서 맹세는 그냥 두겠죠. 국민들이 원해서......

우리말123


보태기)
오늘 치 우리말 편지는
'맹세'라는 낱말을 쓰자 말자의 문제를 짚고자 하는 게 아닙니다.
쉬운 우리말을 쓰자는 게 오늘 편지의 벼리입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후보(候補)]

다가오는 5월 31일은,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입니다.

많은 후보가 나와 서로 자기가 적임자라고 주장하는데,
저는 그런 공약은 잘 모르고,
'후보'나 좀 알아볼게요.

'선거에서, 어떤 직위나 신분을 얻으려고 일정한 자격을 갖추어 나섬. 또는 그런 사람.'을
'후보'라고 하는데요.
 
후보는,
물을 후(候) 자에 기울 보(補) 자를 씁니다.

후(候) 자는 본뜻이 '엿보다'입니다.
지금은 묻다, 시중들다, 기다리다는 뜻이 있습니다.

보(補) 자는 본뜻이 '(떨어지거나 해어진 곳을) 깁다'입니다.
지금은 채우다, 메우다, 보수하다, 더하다, (관직에) 임명하다는 뜻이 있습니다.

따라서 제 나름대로 후보(候補)라는 한자의 뜻을 풀어보면,
떨어진 옷을 깁듯 여러 가지 노력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기회를 엿보듯 사람들이 불러줄 날, 곧, 관직에 임명될 날을 기다리는 사람을 말합니다.

그럴듯한가요?

우리는, 아니 저는,
뽑아놓고 나서 후회를 한 적이 많았습니다.
나중에 당선된 뒤에 하는 꼬락서니를 보니 저절로 후회가 되더군요.
이번에는 후회하지 않도록
후보 됨됨이를 잘 따져, 좋은 사람을 뽑자고요.
그래야 후회가 없죠.

투표는 다 하실 거죠?

 


 

어제 편지에 쓴 '해닥사그리'가 무슨 말이냐고 물의시는 분이 많으셔서...


[곡차]

비가 오니까 좀 낫죠?

이런 날 곡차를 마시면서 거창한 인생을 이야기하면 좋은데...
요즘 곡차 이야기를 우리말 편지에서 몇 번 소개했더니,
앞으로는 좀 삼가달라는 분이 계셨습니다.
지금 이 우리말편지를 받는 사람 중에는 학생도 있다면서...
맞습니다.
우리말 편지를 받는 분이 많아지니까 제 책임도 더 커지네요
오늘까지만 곡차이야기를 하고 앞으로는 되도록 하지 않겠습니다. 되도록...

시인 조지훈은,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인정을 마시고,
술에 취하는 게 아니라 흥에 취한다"라고 했습니다.
제가 곡차통 속에서 헤엄치면서 자주 중얼거리는 말입니다.
또 누군가는
“주신(酒神)은 해신(海神)보다 더 많은 사람을 익사시켰다.”라고도 했습니다.
다 좋은 말이죠.

오늘은 술과 관련 있는 우리말을 좀 소개드릴게요.
몇 개 기억해 두셨다가 알맞게 써 보세요.

먼저, “술을 담글 때에 쓰는 지에밥”은 ‘술밥’이라고 합니다.
‘지에밥’은 술밑으로 쓰려고 찹쌀이나 멥쌀을 물에 불려서 시루에 찐 밥을 말합니다.

술을 따를 때,
술을 부어 잔을 채우는 것을 ‘치다’라고 하고,
술잔이 잔에서 넘치도록 많이 따르는 것을 ‘안다미로’라고 합니다.

술을 마실 때,
맛도 모르면서 마시는 술은 ‘풋술’이고,
술 많이 마시는 내기는 주전(酒戰)이라고 하고,
안주 없이 마시는 술은 ‘강술’이라고 하며,
미친 듯이 정신없이 술을 마시는 것은 ‘광음(狂飮)’입니다.

술기운이 차츰 얼굴에 나타나는 모습은 ‘우럭우럭’이라고 합니다.
술에 취해 거슴츠레 눈시울이 가늘게 처진 모습은 ‘간잔지런하다’고 하고,
술에 취해서 눈에 정기가 흐려지는 것을 ‘개개풀어지다’고 합니다.
얼굴빛이 술기운을 띠거나 혈기가 좋아 불그레한 상태는 ‘불콰하다’고 하며,
술기운이 몸에 돌기 시작해 딱 알맞게 취한 상태를 ‘거나하다’고 합니다.
술이 거나하여 정신이 흐릿한 상태는 ‘건드레하다’고 하며,
비슷한 상태인, 몹시 취하여 정신이 어렴풋한 상태를 ‘얼큰하다’나 ‘얼근하다’고 합니다.
‘알딸딸하다’도 비슷한 상태를 나타냅니다.
술을 지나치게 많이 마셔서 정신이 없는 것을 주전(酒癲/酒顚)이라고도 합니다.
소주를 너무 많이 마신 탓에 코와 입에서 나오는 독한 술기운은 ‘소줏불’입니다.
“술을 한량없이 마시는 모양. 또는 그런 상태”를 ‘억병’이라고 합니다.

술에 취한 모습을 나타내는 우리말에는 먼저,
‘해닥사그리하다’는 게 있습니다.
술이 얼근하게 취하여 거나한 상태를 말하죠.
해닥사그리한 단계를 지나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취한 상태를 ‘곤드레만드레’라고 하고,
“술에 몹시 취하여 정신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나 또는 그런 사람”을 ‘고주망태’라고 합니다.
술에 먹힌 다음 정신없이 쓰러져 자는 것은 ‘곤드라졌다’고 합니다.
‘곯아떨어지다’와 같은 말이죠.
술에 취하여 정신없이 푹 쓰러져 자는 것을 ‘군드러지다’고도 합니다.

“술에 취하여 자질구레한 말을 늘어놓음. 또는 그 말”은 ‘잔주’라고 하고,
“술 마신 뒤에 버릇으로 하는 못된 언행”은 ‘주사(酒邪)’라고 하며,
“술에 취하여 정신없이 말하거나 행동함. 또는 그런 말이나 행동”은 ‘주정(酒酊)’이라고 합니다.
술에 잔뜩 취한 것은 ‘만취(漫醉/滿醉)’나 ‘명정(酩酊)’이라고 합니다.

술 마신 다음날,
술 취한 사람의 입에서 나는 들척지근한 냄새를 ‘문뱃내’라고 하고,
정신이 흐려 생각이 잘 떠오르지 않고 흐리멍덩한 상태는 ‘옹송옹송하다’고 합니다.

전에 우리말 편지에서 말씀드렸듯이,
술을 마셔도 취기가 없어 정신이 멀쩡한 상태는 ‘맨송하다’나 ‘민숭하다’고 합니다.
술은 마시고도 취하지 않고 맨송맨송하면 본전 생각날 것 같지 않아요?
술은 취해야 제 맛인데...

누구처럼, 늘 대중없이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을 ‘모주망태’라고 합니다.
(저 아닙니다. )

끝으로 술잔에 대해서 알아볼게요.
배(杯)는 나무로 만든 술잔,
잔(盞)은 낮고 작은 잔,
상(觴)은 물소나 쇠뿔로 만든 잔,
작(爵)은 쇠로 만든 발이 달린 술잔으로 보통 한 되들이 정도의 큰 잔,
굉()은 소의 뿔로 만든 잔을 말합니다.

그나저나 사람들은 왜 술을 마실까요?

오늘은 제발 술 마실 기회가 없기를 빕니다.
저는 주님을 따르지 주신(酒神)을 따르지는 않사옵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시고,
좋은 일 많이 생기는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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